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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12
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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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 색깔의 분필들. 보통 석회암 가루를 굳혀 만들고 단단한 표면에 문질러 글씨를 써요. /위키피디아
3월이 되면서 개학을 맞이한 학교들이 본격적인 새 학기 수업에 나섰을 텐데요. 수업 시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칠판과 분필입니다. 시대가 달라져 전자 기기 활용도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수업에서 칠판과 분필을 사용해요. 칠판과 분필은 어떤 역사를 갖고 있을까요?
돌을 다른 돌이나 금속 등에 문지르면 문지른 부분에 대체로 흔적이 남습니다. 특히 단단한 벽에 덜 단단한 광물을 문지를 경우 광물의 색이 묻어 나오죠. 분필도 석회암 가루를 뭉친 막대를 칠판과 같은 단단한 벽에 문질러 색을 칠하는 도구예요. 이렇게 본다면 인류는 동굴벽화를 남기던 구석기 시대부터 칠판과 분필을 사용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수업을 하기 위해 칠판과 분필을 사용한 것은 이제 갓 200년을 넘겼을 뿐이에요.
오랫동안 교육은 대체로 선생님이 책을 읽고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졌어요. 중세 유럽의 대학 강의를 묘사한 그림들을 보면 교수는 높은 강단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설명하고, 학생들은 이를 듣고 있는 모습이죠. 마치 성당이나 교회에서 성직자가 성경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시간과 유사했어요. 당시 교육은 소수 엘리트만 특권적으로 받을 수 있는 가정교육의 형태로 이뤄졌어요. 학생은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 가까이에서 말을 주고받으며 수업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별다른 보조 도구가 필요하지 않았죠.
칠판과 분필을 활용한 수업은 근대로 넘어가면서 등장했어요.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시민혁명이 일어나면서 국가가 모든 국민을 교육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어요. 여기저기에 학교가 세워졌고 여기서 선생님들은 많은 학생이 수업 내용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칠판에 분필로 보충 설명을 하기 시작했죠. 19세기 초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학생들은 공책 대용으로 쓸 수 있도록 금속판이나 석판을 들고 학교에 다녔대요. 이곳의 한 중등학교에서 교장 겸 지리 교사로 근무하던 제임스 필런스가 이를 수업 도구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금속판을 이어 붙여 교실 앞에 내걸고, 이 위에 자신이 발명한 색분필을 이용해 지도 등을 그리는 수업 방식이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도 사관학교의 수학 교수였던 조지 배런이 칠판과 분필을 이용한 수학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의 칠판은 보통 소나무 판을 이어 붙인 뒤 그 위를 검게 칠해 만들었기 때문에 'blackboard(검은 판)'라고 불렸죠. 이후 1930년대를 전후하여 칠판 색을 눈에 덜 피로감을 주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녹색 계열로 바꾸었지만, 칠판은 여전히 블랙보드라고 불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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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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