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4월 6일 미국 SF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7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21세 때 시인 에머슨의 “천 년 동안 단 하룻밤만 별이 보인다면, 어떻게 인간이 신의 존재를 믿고 숭배하며 수많은 세대 동안 천국에 대한 기억을 보존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로 시작되는 단편소설 〈전설의 밤〉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얻었다.
가상의 행성 라가시에는 밤이 없다. 태양이 여섯 개나 떠 있기 때문이다. 개기일식은 2000년 주기로 단 한 번씩 찾아온다. 지난 역사를 살펴볼 때 그날이 오면 라가시에 엄청난 사회붕괴가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라가시 사람들은 밤이 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윽고 개기일식의 날이 왔다. 하늘에는 3만 개나 되는 별들이 떠 있다. 너무나 아름답다. 하지만 라가시 사람들은 밤을 몰아내기 위해 불을 지른다. 물론 소용이 없다. 그들을 더욱 절망으로 내몬 것은 자신들이 살아온 라가시가 3만 개나 되는 행성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라가시 사람들은 미쳐간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또 다른 SF소설 〈최후의 질문〉에도 별이 나온다. 매우 복잡하고 거대한 컴퓨터와, 그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는 일 등을 하는 기술자 둘이 이야기의 첫머리를 연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질문을 하고 컴퓨터가 답변을 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이 “별들도 언젠가는 수명이 다할 텐데 죽지 않게 할 방법이 없을까?”라고 물으면, 컴퓨터가 “자료 부족으로 대답 불능” 하고 대답을 내놓는 식이다.
등장인물이 별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물은 것은 어린 딸을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이 가족은 지금 사람이 너무 많아 도저히 살 수가 없는 지구를 떠나 다른 별로 이사를 가는 중이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다 소멸되는 법’이라는 어른들의 대화를 들은 딸이 “별이 죽는 건 싫어!”라며 칭얼댔던 것이다.
1936년 4월 6일 태어난 시인 신경림은 〈농무〉에서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라고 노래했다. 〈전설의 밤〉의 라가시 사람들도, 〈최후의 질문〉의 우주로 이사를 가는 가족들도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여 얼굴에 분이 얼룩졌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