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찰의 정치학
근대 국가에서 경찰제도는 1856년 영국에서 제도화됐다.
19세기 산업화로 분화된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불만의 결과로 성립됐는데, 노동자 계급의 대규모 평화적 시위를 진압하면서 기병대가 동원되어 대량 학살이 나타나자 이에 대한 국내 질서를 확립하고자 1829년 런던에서 로버트 필에 의해 확립된 것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근대 이전에도 여러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치안 및 질서 유지 제도가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군대와는 성격이 다른 민간에 대한 형법유지의 역할은 이때부터 시스템화된 셈이다.
정치학에서 경찰의 역할은 세 가지 관점에서 다르게 설명된다. 우선 자유주의적 관점은 경찰의 목적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함으로써 국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찰은 본질적으로 시민을 보호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엄격한 법의 지배를 통해 치안유지만을 담당하기 떄문에 정치적 기능은 갖고 있지 않다.
두 번째 보수주의적 관점은 국가의 권위를 보존하고 국가의 사법권이 국민 공동체 전체에 확대되는 것을 보장한다. 그래서 사회불안과 사회 무질서를 통제하는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경찰력은 불가피하게 정치적 통제의 매커니즘으로 이해된다.
세 번째 급진적 관점은 경찰이 국민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국가의 이해관계를 위해 활동하면서 대중보다는 엘리트를 위해 봉사하는 억압기구로 묘사된다. 이를 막스주의적 해석으로 보면 자본주의의 계급적 이해관계의 옹호자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처럼 관점에 따라 분리되는 경찰의 역할은 경찰력이 작동하는 정치제도의 성격과 정부의 경찰 사용 방식에 의해 형성되는 것인데, 민간에 대한 치안유지와 정치적 치안유지의 구별이 이른바 자유주의 국가와 경찰국가 사이를 오고 간다.
여기서 경찰국가는 지배 형태와 연동한다. 경찰국가는 시민의 자유주의적 균형을 전적으로 포기한다. 경찰국가 지배 형태는 자의적이며 무차별적인 치안유지가 허용된다. 경찰은 합법적인 틀 밖에서 작동하며, 법정이나 대중에게 책임을 지지않는다. 경찰에게 부여된 과도하고 통제받지 않는 권한이 시민과 사회에 공포와 협박 분위기를 조성하게 된다. 결국 전체주의 또는 독재주의로 흐르면서 모든 사회생활은 공포와 협박 분위기의 정치적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가 지도자를 인도할 것인가?(quis custodiet ipsos custo-des?)”에서 경찰에 대한 정치적 통제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아주 민감한 문제로서 두 가지 대조적인 이미지가 나타난다.
먼저 긍정적 의미에서 정치적 통제는 책임과 감독 그리고 적절한 제도적 권위에 제약을 받으면서 충성을 다 하는 경찰을 시사한다.
두 번째 부정적 의미에서 정치적 통제는 정권의 요구대로 이뤄지는 경찰 권력의 정치화와 그 실현을 내포한다. 이는 경찰의 책임과 정치화 사의의 균형점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주도로 검찰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입법하고, 이를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로 가결시키면서 오는 10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많은 논란이 가증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이른바 ‘검수완박’에 이어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폐지시키는 강행군을 저지른 셈인데, 국민적 반대 여론이 60%를 훨씬 넘는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는 그들의 저의가 수상할 뿐이다.
야당인 국민의힘 또한 국민적 피해를 예상하면서 적나라하게 반대 주장을 펼치는 상황이다. 사법개혁이 아니라 사법 붕괴라고 말하기도 하고, 사법의 민영화 추진으로 힘없고 약한 서민만이 대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도 서슴치않고 있어 국민만 불안과 공포를 갖는 분위기다. 어디 야당뿐인가. 변호사 협회를 비롯한 법조계와 대학교 법학과 전문 교수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반 국민도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사회는 온통 공포적 불안으로 가득찬 분위기다.
기본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이러한 ‘검수완박’에 이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라는 입법의 배경이 의구스럽다.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복수인 것처럼 천명하고 있는 일부 의원들의 작태가 실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과연 노 전 대통령이 지하에서 웃고 있을지가 의문스럽다. 사위인 곽상언 국회의원조차 노 전 대통령의 뜻이 절대 아니라고 주장했듯이,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노 전 대통령 빙자는 견강부회이자 어불성설이다.
불투명한 의도 속에 과정도 불공정하게 이뤄진 일련의 ‘검찰 죽이기’ 입법으로 공연스레 전근대적 경찰국가의 태동은 아닌지 매우 우려되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