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졸男-대졸女' 부부 14.6%,
국제결혼 베트남 부인 · 중국 남편 많아
이상준 기자
부인이 연상인 부부 15.3% 여성 교육수준 증가 탓
경제력 있는 여성 찾는 경향 많아 총각과 결혼한 이혼녀 18700명 30년 만에 다섯배가량 늘어
혼인 적령기 성비 123.5 남녀 불균형 심각 30대男 38% 미혼
영호남 결합 가정 14% 예년보다 지역감정 준 듯
대졸 여성과 고졸 남성의 결혼?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결혼한 부부 가운데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남성보다 높은 부부는 무려 14.6%였다. 초혼 여성의 평균 나이는 만 29세, 우리 나이로 서른이었다. 20대 후반 미혼녀에게 '노처녀'란 표현을 붙이는 게 어색할 정도다. 연하남과 결혼하는 여성의 비율도 15%를 넘어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혼인ㆍ이혼 통계(2011년)와 인구주택총조사(2010년)로 본 한국인의 결혼과 이혼에 대한 세태를 살펴본다.
달라진 결혼 문화
시대가 변하면서 결혼 문화도 달라졌다.
남편이 연상인 부부는 조금씩 줄었고, 여성이 연상인 부부는 점점 늘었다. 지난해 결혼한 초혼 부부는 총 25만 8,600건, 이 가운데 여성이 연상인 부부는 3만 9,500쌍이었다.
여성이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펼치면서 여성을 존중하는 연하남을 선호하는 '쿠거족'이 늘고 있다. '쿠거족'은 심야에 사냥하는 맹수 쿠거(cougar)처럼 늦은 밤에 남성을 찾는 여성을 빗댄 용어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한 남성을 고르는 신세대 여성을 뜻한다. 초혼 부부 가운데 아내가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부부는 1990년에 8.8%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엔 15.3%까지 늘었다. 남성이 연상인 부부는 68.4%였고, 나이가 동갑인 부부는 16.4%였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고졸(남)-대졸(여) 부부도 많아졌다. 1981년에 결혼한 부부 학력을 살펴보면 중ㆍ고졸(남)-중ㆍ고졸(여) 부부가 56.7%였으나 2011년엔 대졸 이상(남)-대졸 이상(여)이 63.9%였다. 한국 대학 진학률은 72.5%로 미국(64%), 일본(48%), 독일(36%)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고학력 부부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여성 학력수준이 세계 최고에 가깝다 보니 여성이 남성보다 학력 수준이 높은 부부도 급증했다. 아내 교육 수준이 높은 고졸(남)-대졸(여) 커플은 14.6%로 남편 교육수준이 높은 대졸(남)-고졸(여) 커플(15.3%) 수에 근접했다. 30년 전 여성이 남성보다 교육수준이 높은 부부는 2.8%에 불과했다.
남성과 여성의 초혼 연령은 꾸준히 상승했다. 1981년 초혼 연령은 남녀가 각각 26.4세, 23세였지만 지난해엔 남성이 31.9세, 여성이 29.0세였다. 서울에서 결혼한 부부만 따지면 남자 32.3세, 여자 30.0세로 남녀 모두 30세 이상이었다. 30대 초반에 결혼한 여성 비중은 1981년엔 1.4%에 불과했지만 2001년에 10.4%로 늘더니 지난해엔 29.8%로 급증했다.
총각ㆍ이혼녀 부부 증가
초혼은 늘었지만 재혼은 줄었다. 남녀가 모두 초혼인 부부는 27만 7,300쌍으로 전체 혼인 가운데 78.6%를 차지했다. 2002년 78.7% 이후 최고 수준. 남편과 아내가 모두 재혼인 사례는 지난해 총 3만 7,700건으로 전체 혼인 가운데 11.5%였다. 2001년(1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 재혼 연령을 살펴보면 남성은 46.3세, 여성은 41.9세로 예년보다 조금 높아졌다.
최근 초혼자가 재혼자와 사귀는 모습도 부쩍 늘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 현상 속에서 남성은 예쁘고 어린 여성보다 경제력이 있는 여성을 원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그래서 총각과 결혼한 이혼녀가 1만 8,700명(5.7%)으로 처녀와 결혼한 이혼남(1만 3,900명ㆍ4.2%)보다 많았다. 총각과 결혼한 이혼녀는 1981년에는 전체 혼인 가운데 1.2%에 불과했지만 30년 만에 다섯 배 가량 는 것이다.
'세상의 반은 여자라고?'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아니다. 남아 선호 사상의 영향으로 혼인 적령기(남성 29~33세ㆍ여성 26~30세) 성비는 123.5나 됐다. 여성이 100명이라면 남성은 123.5명이란 뜻이다. 이런 까닭에 30대 남성 가운데 미혼은 약 38%였다. 결혼 적령기 여성이 20만명 이상 부족하기 때문에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하지 못하는 남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농촌에선 성비 불균형 때문에 국제결혼이 급증했다. 성비 불균형이 한국에 시집온 외국인 신부를 양산한 셈이다.
국제 결혼 감소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은 지난해 약 3만명. 총 혼인 건수 가운데 외국인과 결혼은 9%를 차지했다. 엄청난 숫자에 놀란 독자도 있겠지만 예년보다 줄어든 수치.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은 지난해 총 2만 9,762명으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2만명대로 떨어졌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진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은 3만 4,000~4만 3,000명으로 전체 혼인 가운데 10% 이상이었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서운주 과장은 "출입국관리법 시행 규칙 개정에 따라 국제 결혼에 대한 제도가 강화된 게 (국제 결혼 감소에)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외국인과 결혼하려면 교육을 받게 하는 등 국제결혼 심사 요건을 강화했다. 이런 까닭에 매매혼이 많았던 중국, 베트남과의 국제결혼이 줄었다.
국제 결혼한 한국인을 성별로 나누면 남성이 74.8%였고 여성은 25.2%였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의 국적은 베트남(7,636명ㆍ34.3%)이 가장 많았고, 중국(33.9%)과 필리핀(9.3%)이 뒤를 이었다. 2005년에 무려 2만 582명이었던 중국인 신부는 지난해 7,549명으로 줄었다. 베트남과 중국에서 온 신부는 줄었지만 필리핀에서 온 신부는 늘었고, 일본인과 미국인 신부는 각각 1,124명과 507명이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의 국적은 중국(1,869명ㆍ24.9%)이 가장 많았고, 일본(1,709명ㆍ22.8%)과 미국(1,632명ㆍ21.8%)이 뒤를 이었다. 중국인과 일본인 신랑은 2010년보다 줄었지만 미국인 신랑은 늘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외국인과 이혼은 사상 최대인 1만 1,495건이었다. 한국 남성과 이혼한 외국 여성의 국적을 살펴보면 중국이 57.3%로 가장 많았다. 베트남은 23.1%였고, 필리핀과 일본은 각각 3.9%와 3.5%였다. 한국 여성과 이혼한 외국 남성 국적은 일본(46.6%)과 중국(36.2%)이 많았고, 미국은 7.6%에 불과했다.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의 이혼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전라도 신랑ㆍ경상도 신부
호남 출신과 영남 출신이 결혼하는 비중은 과거보다 훨씬 늘었다.
통계청은 초혼 부부를 등록기준지(본적)를 기준으로 분류했다. 본적이 전라도인 신랑 가운데 경상도 신부를 맞이한 비율은 13.5%였다. 1981년엔 8.6%, 1991년엔 9.2%에 머물렀지만 200년대 들어 꾸준히 10% 이상을 기록했다. 경상도 신랑을 만난 전라도 신부 비율도 15.0%였다.
통계청은 같은 지역 출신(본적 기준)과 결혼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지역 출신과 결혼하는 남성 비율을 살펴보면 영남권이 61.7%로 가장 높았고, 제주(48.4%)와 호남(47.1%), 수도권(41.2%)가 뒤를 이었다. 강원(26.1%)과 충청권(35.8%)은 같은 지역 출신 여성과 결혼하는 비율이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