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계간 e문학 가을호 시5편-[뉴질랜드 북섬 풍경],[파라다이스 벨리],[온천의 도시 로토루아],[폴리네시안 폴 유황온천],[로토루아 파크 호텔]
뉴질랜드 북섬 풍경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은 나라 푸른 초지 위에는 온통 사슴, 양, 젖소들이 평화를 노래한다. 어느 한적한 들녘에서 본 원주민 마오리족의 묘지는 자연훼손을 줄이려 개인무덤을 불허함에, 맨땅에 조촐한 비문과 꽃다발이 죽은 자를 위한 전부이고 모토만 달면 진입이 가능한 모토웨이 고속도로는 차간 거리가 아득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만 빼고는 북반구의 우리나라와 정반대인 나라 차의 운전석도 반대, 상 하행선도 반대다. 일년에 사모작까지 가능한 땅 그러나 저토록 드넓은 평원에 벼농사를 지으면 그 생산량을 다 어찌하겠느냐는 말에 한조각의 땅에라도 농산물을 심는 조국을 떠올리며 나는 웃었다. 이곳은 동물들이 농산물처럼 심기워져 축사도, 사료도 없이 천연으로 자라고 있으니 뉴질랜드 경제의 축은 초지와 동물이다.
뉴질랜드 북섬 풍경-계간 e문학 2007년 가을호
파라다이스 벨리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신의 은총으로 하늘에서 내려보낸 천국 한자락 사람에게 부여되는 축복이 동물과 물고기에게 임하여 백년된 약수물이 흐르는 연못에 아리따운 송어가 신부의 춤사위로 줄지어 행진하고 수초 사이, 나무기둥 같은 장어가 수십년의 생명 띠를 두르고 고요한 호흡으로 생을 찬미한다. 사람이 보약으로 먹는 녹용을 물가 나뭇가지에 걸어두어 오리와 새들의 먹이로 제공되고 미니 동물원에는 진화를 멈춘 귀여운 멧돼지가 양과 염소와 한가족이다. 오클랜드에서 로토루아로 가는 길목 산중 천국의 계곡은 그렇게 평화로웠다.
파라다이스 벨리-계간 e문학 2007년 가을호
온천의 도시 로토루아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처음엔 산 계곡 곳곳에 불이 난 줄 알았지요 그곳에 도착한 것은 석양이 가는 빛을 발하는 저녁 무렵 나무 숲 사이 안개처럼, 연기처럼 큰 무리로 분무하는 열탕의 증기가 아직도 잠들지 못한 화산지대 천연 유황물이라 하니 믿기지 않는 땅, 원시의 귀향입니다. 원주민 마오리족의 고향이며 한국의 천년고도 경주와 같은 도시 밀폐된 차안까지 고약한 냄새가 스미어도 유황과 진흙만으로 인간의 질병을 다스리는 병원도 있고 호텔 뜨락에도, 강변에도 모락모락 약물이 솟아올라 지구의 어둠을 사르고 있습니다.
온천의 도시 로토루아 - 계간 e문학 2007년 가을호
폴리네시안 폴 유황온천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노래를 부르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꿰어질까 물 속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면 꽃물결 고운 추억 새겨질까 너와 나 구별 없이 세계인이 하나되는 온천의 환희 시침은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고 어둠에서 더욱 또렷하게 솟아오르는 저 건너 호숫가 유황증기가 뜨거운 시심으로 가슴 속에 파고든다. 갈매기야 어이하랴 너는 여전히 볼 수 있음에 나무 난간에 앉아 잠을 청하지만 북반구에서 온 나는 이제 곧 떠나야 하는데 어찌하면 나의 기억 상자 속에 천연의 향기, 황홀한 신비를 담아갈까
폴리네시안 폴 유황온천- 계간 e문학 2007년 가을호
로토루아 파크 호텔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이 밤, 잠들지 못하는 것은 세 시간 앞서 가는 시차 탓이거나 낯선 곳에 대한 설레임만은 아닙니다. 이 밤, 잠들지 못하여도 행복한 것은 지구의 가슴 속에서 솟는 생명의 열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뒤 뜨락, 푸른 타일바닥의 노천 수영장에서 천연의 유황 수증기가 시간을 접은 채 애련한 허리로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그 밤은 거기까지만 정녕 나를 깨우는 신비는 새벽 여명에 풍경이 일어설 때 산녘 나무 사이 하얀 유희로 몽싯몽싯 걸어 나오는 지구의 순결한 영혼 꿈이 아닐까, 눈멀도록 바라보아도 호텔 창문에는 여전히 천상의 명화가 살아 일어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