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두 목숨에 이 한 번이면 흡족합니다/신(神)이여 구원하심을 베푸소서//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듯싶은/나쁜 마약 같은 절망이옵느 니//*여윈 손가락 같은 초 한 자루도/숭엄한 신목(神木)인 양 드높이 바라뵈는 통절한 눈짓/이처럼 가난한 기원임을 살펴주소서//(후략)”
김남조님의 시 <여명의 날>의 일부이다. 위에서 시어로 쓰인 ‘*여 윈’을 ‘여읜’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위다’와 ‘여의다’는 의미가 다른데도 글자 모양이 비슷해 자 주 넘나들어 쓰이는 말이다. 꼭 구분해서 써야 한다. 이 둘은 어떻게 다른지 예문과 함께 알아본다.
◆여위다
‘살이 빠져서 몸이 수척해지고 얼굴이 파리하게 되다’란 의미로, ‘공부를 하느라 얼굴이 많이 여위었구나’ ‘몇 개월 입원하더니 몰라보게 여위었다’ ‘여위었다고 반드시 몸이 약한 것은 아니다’ 등처럼 쓰인다. 또한 ‘살림살이가 매우 가난하여 구차하게 되다’ 란 뜻으로, ‘여윈 살림에 제삿날은 자주 돌아온다’ ‘살림이 여윌 수록 절약해야 한다’가 그 예이다.
‘여위다’보다 어감이 약한 것을 나타낼 때는 ‘야위다’라고 쓴 다. 또 ‘여위다’를 ‘여의다’ ‘여이다’로 쓰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방언이다.
◆여의다
‘죽어서 이별하다. 딸을 시집보내다. 즉 사별(死別), 이별(離別), 출 가(出嫁)’란 뜻으로 쓰인다. ‘그 친구는 아직 젊은 것 같은데 벌써 딸을 여의었다’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읜 사람을 고아라고 한다’ ‘사람은 자식을 여읜 슬픔이 가장 크다고 한다’ 등이 그 예이다. 또 ‘멀리 떠나 보내다’란 의미로 ‘사랑하는 님을 여의옵고 어이 살란 말인가’ 등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