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明)
12연기(緣起)의 시작은 無明인데, 무명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무명의 以前, 무명의 因은 무엇인가?
12연기의 시작은 무명(無明)이다. 모곡 사야도의 12연기 법문집인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보면 무엇이 무명인지,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무명 이전, 무명의 원인들이 잘 설명되어져있다. 제가 읽고 이해한 만큼 올려보겠다.
먼저 무명(無明)은 밝지 못한 것, 어리석음으로 컴컴한 것, 즉 업의 인과를 모르는 것, 삼법인을 모르는 것, 고집멸도 4성제를 모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관념과 실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의 몸과 마음은 색수상행식의 무더기가 조건에 의해 상황따라 한순간 모였다 사라지고 다음 순간 새로운 다섯 무더기가 생겼다 사라지는 것인데 그것을 알아차려보지 않아서 모른다. 그리고 이 몸과 마음을 나의 실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유신견(有身見. 일종의 我想)이 대표적인 첫 번째 무명이다.
이 유신견이 바탕이 되어, 업의 인과를 무시하고, 탐진치로 불선업을 행하는 것이 두 번째 무명이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있는 그대로의 성품인 매순간 생멸하는 무상(無常)과, 몸과 마음을 가진 것 자체가 괴로움(苦)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몸과 마음이 ‘나’의 실체라고 할 것이 없는 무아(無我)라는 것, 즉 삼법인을 모르는 것이 세 번째 무명이다.
또 고집멸도 사성제를 모르는 것이 네 번째 무명이다
사성제를 모른다는 것은
1) 오온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苦라는 고성제(苦聖諦)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으로 우리의 삶은 행복한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고 영원히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2) 우리가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갈애라는 집성제(集聖諦)를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탐심을 내고 집착을 한다.
3) 괴로움을 완전히 소멸하는 멸성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반신반의 하여 열반은 부처님이나 실현하는 남의 나라 이야기쯤으로 미리 포기하고 열반을 얻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4) 또한 괴로움을 소멸하는 길인 8정도를 듣고 이해는 하면서도 열심히 닦지 않는 것이 4성제를 모르는 무명의 장난이다.
그럼 이런 무명은 어디서 오는가? 무명의 원인은 무명이다. 무명은 어리석음으로 컴컴한 것, 밝지 못한 것인데, 그것은 아직 빛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컴컴한 것이다.
그래서 무명의 이전도 무명이 존재했었다. 그 무명이 원인이 되어 계속 어리석은 행위로 불선업을 지어 무명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더욱 컴컴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무명의 因은 무명으로 지은 업(行)이다. 다시 말하면 지혜가 없어 탐진치로 업을 생성하는 것이 다시 무명의 원인이 된다. 무명으로 업을 지으면서 한 생을 살다가 죽을 때 다시 무명 상태로 죽어 새로 태어나는 생도 무명으로 시작하게 된다. 이것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12연기에 요소를 보면 무명과 행이 과거의 원인이 되어 현재의 식을 만든다. 그래서 이생에 무명으로 지은 업(불선업)과 깨어 있어서 선심으로 지은 업에 따라 다음 생을 받는 최초의 마음(재생 연결식)이 결정되고, 이미 한번 재생 연결식이 일어나면 그 마음의 질과 딱 맞는 명색(몸과 마음)이 생긴다.
재생 연결식이 천인의 식이면 천상에, 사람의 식이면 사람으로, 축생의 식이면 축생으로, 자기가 갈 곳을 자기의 업에 의해 정해진다. 어떤 씨앗이냐에 따라 어떤 열매가 맺는가 하는 이치와 같다.
무명이 아주 깊으면 축생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다행이 아주 캄캄하지 않고 어둠을 몰아낼 선업이 있는 경우 사람의 몸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의 생을 살면서도 탐진치로 무명의 행을 하면 다음 생은 그 인과로 사람이 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보시하고 계율을 지키며 수행을 해서 자신의 탐진치를 닦아나가면 다음 생은 좀 더 지혜를 키울 수 있는 환경에 태어난다.
이런 무명도 변하지 않고 우리를 내려 누르는 실체가 아니다. 매 순간 변하는 오온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매 순간 깨어있어서 탐진치의 행위를 자제하고, 관용, 자애, 지혜의 마음으로 행위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것을 실천만 하면 그 무명은 점점 밝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에 자신이 지은 업의 지배를 100% 받지 않고 살 수 있다. 매 순간 새로운 선업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능이 오온 안에 있기 때문이다. 매 순간 깨어있어서 선심으로 선업을 행하면 그 다음 생기는 몸과 마음은 선한 몸과 마음이 된다.
이와 같이 매 순간 새로운 오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다행이다. 다시 말하면 찰나 생멸하는 오온의 성품이 너무 다행인 것이다. 무명-> 행-> 식->명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희망적인가? 선한 식을 일으키면 선한 명색이 된다는 것이다.
오직 인간계에 태어날 때만이 수행을 할 수 있다. 4악도나 천상세계는 주어진 운명대로 사는 세계이고, 인간만이 자신의 업을 반전시킬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몸을 받았을 때 해야 할 가장 값어치 있는 일은 수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