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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평신도들이 다시 시국기도회에 나섰다.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하 가톨릭행동)은 이날 공식적인 출범식을 겸해 ‘나와 내 이웃의 안녕을 묻는 시국기도회’를 열면서 좌담회를 마련했다. 1월 2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 성당에서 열린 시국기도회에서 복음해설에 나선 심현주 연구원(생명문화연구원)은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구원이 ‘사회적 실재’라고 가르친다”면서, 공동체적 구원을 강조했다. 한편 우리 사회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는 먼저 ‘국가공권력의 부당성’이며, 둘째는 ‘국민들 사이의 관심과 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심 연구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공권력에 복종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니라, 공공선을 위해 국가 공권력 행사를 견제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과 노동자들의 고통과 절망을 전하면서,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불의한 사회를 낳고, 나 자신도 존엄성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모두들 안녕한지’ 묻는 것은 “내 이웃의 관심을 일깨우는 ‘말 건네기’”이며, “이제야 대화를 시작하면서 나와 너의 고통을 보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 | ▲가톨릭행동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자발적인 복음적 평신도들의 연대로서, 교회의 쇄신과 가난한 이웃과의 연대, 사회적 불의에 대한 예언자적 활동 그리고 갈라진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기도하고 실천하고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원석 |
가톨릭행동 출범...경제 중심의 우상숭배는 인간과 신앙의 위기 “정의와 평화, 민주주의 숙제, 교회 안에서도 해결되어야” 한편 이날 가톨릭행동은 <출범 선언문>을 통해 “지금 우리 한국사회는 산업화의 과잉 생산과 소비주의라는 새로운 우상에 빠져있다”고 비판하면서, “작금의 위기가 현상적으로는 경제문제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위기이며 신앙의 위기”라고 전했다. 가톨릭행동은 경제 중심의 우상이 “그동안 여과 없이 교회를 부식시켜왔다”면서, 한국 천주교가 ‘가난의 영성’을 충분히 성찰하지 못하고, “복음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담아내지 못한 채 ‘양적 성장’에 몰두해 온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의와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커다란 숙제’는 교회 안에서도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교회에는 행동 없는 믿음, 실천 없는 기도, 증거 없는 삶, 희생 없는 제사가 꽹과리 소리처럼 요란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 평신도들은 자기 쇄신을 위한 작은 노력과 실천을 시작으로 나와 교회 그리고 지역사회와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면서, 평신도들의 각성과 참여를 요구했다. | | | ▲좌담회에는 왼쪽부터 소희숙 수녀 김항섭 이사장, 정중규 연구원, 주현우 씨 등이 참여했다. ⓒ홍원석 |
소희숙 수녀 “아무리 추워도 시국기도회는 거리에서” 김항섭 “새 추기경 선임, 실망할 필요도 고무될 필요도 없다” 정중규 “70~80년대는 주교와 사제들이, 이제는 평신도가 나서야 하는 시대” 2부 순서로 진행된 좌담회는 이원영 가톨릭행동 실행위원의 사회로 대자보 바람을 불러일으킨 주현우 씨와 정중규(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김항섭(우리신학연구소 이사장), 그리고 소희숙 수녀(툿징 포교 성 베네딕도 서울 수도원)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현우 씨는 “대자보가 이렇게 큰 호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그저 학내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정중규 연구원은 “지성의 전당이 되어야 할 대학이 개인의 성공을 위해 치닫는 장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이런 대자보들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신대 교수이기도 한 김항섭 이사장은 “인문학 죽이기가 한창인 대학에서 대자보가 붙을 수 있는 곳은 한신대 안에 다 붙었다”면서 “80년대로 돌아간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소희숙 수녀 역시 최근 재판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지금 안녕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닌가?” 물었다. 이어 “강정 문제만 보아도 모든 것이 다 불법인 상황인데도 약자이기 때문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계속 법원에 재판받으러 다닌다. 그러나 수고스럽지만, 강정이나 활동가들을 위해 좋은 판결 선례를 남겨야 하기 때문에, 또 강정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 계속 법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톨릭행동의 활동에 관해, 소희숙 수녀는 “시국기도회는 움직이지 않는 이들을 불러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면서 “조금 추워도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밖에서 기도회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새 추기경 서임과 관련해 “새 추기경님이 로메로 대주교를 롤 모델로 삼아주시기를 청하는 기도와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진보적 추기경 청원 서명운동이교회 안에서 고위 성직자들을 비밀리에 끼리끼리 선임하는 제도를 바꿔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항섭 이사장은 “천주교 평신도 운동이 사회운동에는 노력을 많이 했으나, 교회쇄신 부분에서 많이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일례로 꽤 진보적인 사제도 교회 안에 들어오면 봉건 영주가 되는 신비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추기경 선임과 관련해 “실망할 필요도 고무될 필요도 없다”면서 “종교 엘리트들이 자진해서 변화를 이뤄낸 역사는 없다. 큰 변화는 대중들에 의해 풀어갔다. 지도층은 도움은 될지언정 매듭을 푸는 것을 결국 우리 평신도들의 일”이라고 말했다. 정중규 연구원은 “70~80년대 유신정권에 저항할 때 앞장선 이들은 주교와 사제들이었는데, 지금은 평신도들이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보며 참 고무적이란 생각이 든다”면서 “보수적인 추기경이 또 되었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계속 진행해 나가면 될 일”이라고 전했다.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출범 선언
“복음의 기쁨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 |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루카 10,37) 1. 지난해 9월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천주교 평신도들의 1만인 시국선언을 계기로 한국천주교회 평신도 운동은 새로운 흐름을 일구어 가는 중이다. 평신도 시국선언에는 전국 각지에서 일만 이천 여명의 평신도가 참여하였고, 세 차례의 시국기도회와 만민공동회를 열고, 연말에는 700여명의 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나와 내 이웃의 안녕을 묻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새해 들어서는 한국천주교 역사에 유래를 찾기 힘든 진보적인 추기경 청원 서명운동에 칠천 오백여명의 평신도들이 참여하였다. 서로 다른 두 사안에 ‘평신도’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것은 세상의 어둠을 비추는 빛의 역할과 교회 스스로 썩지 않는 소금의 정체성을 갖는 일에 평신도들의 참여가 더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2. 지금 우리 한국사회는 산업화의 과잉 생산과 소비주의라는 새로운 우상에 빠져있다. ‘투자한 돈이 조금 손해를 보면 마치 큰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를 걱정하지만 사람이 굶어 죽어도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늘의 위기’라는 교종 프란치스코의 표현대로 우리들은 작금의 위기가 현상적으로는 경제문제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위기이며 신앙의 위기라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3.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도 자유롭지 않다. 경제 중심의 우상은 그동안 여과 없이 교회를 부식시켜왔다. 한국교회 역시 ‘가난의 영성’을 충분히 성찰하지 못하고, 복음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담아내지 못한 채 교회는 그동안 무비판적인 양적 성장에 몰두해 온 점을 반성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현재 ‘500만 신도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교회는 사회적 의미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더욱 교회의 쇄신은 세상을 복음화 시키는 일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4. 우리시대는 정의와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커다란 숙제를 남겨두고 있으며, 우리는 이 과제가 교회 안에서도 관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먼저 교회가 ‘가난의 영성’을 회복하고 스스로 자기 삶을 재점검하면서 다시 가난한 이들에게 주목하고, 이들의 해방과 구원을 위한 복음적 책무를 상기시켜야 한다. 지금 고통 받는 가난한 사람들의 존재, 인간의 탐욕으로 벼랑 끝 위기에 처한 뭇 생명들, 민족분단의 아픔과 군사적 대립이 지금 우리 교회의 회개를 재촉하고 있다. 5. 우리 교회에는 행동 없는 믿음, 실천 없는 기도, 증거 없는 삶, 희생 없는 제사가 꽹과리 소리처럼 요란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 평신도들은 자기 쇄신을 위한 작은 노력과 실천을 시작으로 나와 교회 그리고 지역사회와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세상과 교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래서 세상과 교회를 염려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행동하는 연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신자 한 사람의 각성이 공동체의 각성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6. ‘정의・평화・민주 가톨릭 행동’은 자발적인 복음적 평신도들의 연대로서, 교회의 쇄신과 가난한 이웃과의 연대, 사회적 불의에 대한 예언자적 활동 그리고 갈라진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기도하고 실천하고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일할 것이다. 교종 프란치스코의 가르침대로 “불평등과 맞서 싸우는 교회”, “정의를 위한 싸움에 앞장서는 교회”,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교회”가 되도록 평신도들의 지혜와 힘을 모으려고 한다. 이 길에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 해주시리라는 믿는다. 7. 이에 우리는 오늘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의 출범을 선언하면서, 많은 뜻있는 평신도들의 참여를 호소한다. 2014년 1월 24일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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