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문외한인 보통 사람이 정치에 대하여 느끼는 소감 한 마디.
참과 거짓이나 선과 악을 논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참과 거짓은 학문이나 법의 영역이고, 선과 악은 종교나 윤리의 영역이다.
정치의 영역은 특정한 개인과 사회 집단의 권력에 대한 의지이다. 곧 특정한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 집단을 결집하기 위하여 정당을 만들고, 그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권력을 쟁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 행위이다.
그런데 사회의 여러 집단들은 서로 이해 관계가 다르고, 때로는 상충되는 경우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사회는 그러한 이해 충돌로 말미암아 생기는 갈등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정치가 그 일을 감당해야 한다.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러한 충돌은 원칙적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한 과정 또한 정치 행위이다.
정치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러한 기본적인 것들을 인정함으로써 가능하다.
먼저 정치의 영역에서 참과 거짓, 선과 악을 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곧 정치는 그런 것들을 학문이나 법, 종교나 윤리의 영역에 맡기고, 정치는 거기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개인이나 사회 집단의 선의를 기대하지만, 적어도 정치적 영역에서는 그러한 기대는 접어두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한 개인이나 사회 집단이 권력을 추구하는 것에 대하여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간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권럭 의지는 정치 행위을 일으키는 근원적 힘이며, 그것이 없다면 정치 행위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이나 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괴정에서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에서는 서로간에 크고 작은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그런 과정에서 갈등의 당사자들은 서로의 욕망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다른 이들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의 정당성만을 과도하게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먼저 자신의 권력 의지는 선량함으로 포장하고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상대방의 권력 의지는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권력을 잡았을 때는 그 권력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훼손하거나 부정한다. 결국 권력을 잡은 정부는 그렇지 못한 이들의 극단적인 투쟁의 대상이 된다. 권력을 잡은 쪽이 다른 쪽에 대하는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또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생곘을 때, 많은 경우에 갈등의 책임이 쌍방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책임만 강조하면서 상대방의 잘못을 들쳐내고 비난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그러한 갈등을 해소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면서, 그러한 갈등을 자기 세력을 결집시키는 도구로 이용한다.
이른바 정치 실종이다.
이러한 정치 실종 현상은 정치 과잉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불 수도 있겠다. 사람들이 정치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고, 또 개인과 사회의 모든 문제를 정치에 귀결시키며 오로지 정치 행위로써 해곌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쯤에서 보통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접고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야 하고, 또 정치인은 정치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