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채식열풍
슈퍼스타의 한마디는 위대했다. 얼마 전 이효리의 ‘채식한다’는 한마디는 인터넷 뉴스에 ‘채식 미녀 명단’이니, 누리꾼들 사이에서 채식의 효능과 불능에 대한 논의도 이끌어냈다. 동물을 사랑해서 이제는 동물을 씹어 삼킬 수 없다는 현재 그녀의 행보는 그녀 스스로의 변화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채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 그 중에서도 ‘빨리빨리’로 표현되는 대한민국에서 살기위해서 ‘고기’는 필수였다. 조리하기 쉽고, 맛은 또 웬만하면 배신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고기야 말로 경제적인 음식”이라며 찬양가를 부르곤 한다.
쉽고 편하고 맛있는 고기는 매일 우리의 식탁위에 주인처럼 군림하게 됐고, 그 결과 2010년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38.8㎏으로 1980년 11.3㎏에 비해 3배 이상 늘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뇨나 고혈압으로 대표되는 성인병은 우리들의 반갑지 않은 친구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입이 원하는 것보단 몸이 원하는 것을 먹자’며 채식을 외치는 사람들의 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well-being’하기 위해 채식을 하자는 개인적 이야기는 살생을 금지하고 환경을 보존하자는 공동체적 삶과 동일시된다. 행동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러미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육식 문화를 초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원상태로 돌리고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징표이자 혁명적인 행동이다"며 채식하는 행동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채식이 활성화 되어있었는데, 실제로 90년대 후반의 영국에서는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으로 국민 23%가 채식주의자가 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인구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채식연합 회원수가 09년도에 6천명 수준에서 최근 2만명을 넘어섰다. 채식에 중요성을 따라 지자체들 또한 환경운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안양시는 매주 월요일 채식식단을 제공하고 있으며 창원시는 ‘그린푸드데이’를 정해 채식을 권장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채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서울대 채식동아리인 ‘콩밭’은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서울대 구내에 채식식당을 열게 되었고 이후 삼육대,세종대에도 채식식당이 개업했다.또 지난 총선 당시 채식주의 환경운동을 외치는 ‘녹색당’이 출범해 젊은층에게 꽤 높은 정치세력도 넓어지고 있다.
지구를 지키는 채식
나는 채식인이지만 당장 모든 사람들에게 나와 같은 식생활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으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채식과 잡식은 선택의 문제이다. 다만 인간의 일상화된 육식 습관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환경은 얼마나 파괴되고 있으며, 심신 양면의 건강은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지를 돌아보자고 제안할 따름이다.
경제 성장과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라 한국인의 육류 섭취량은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나게 증가했다. 문제는 그것이 포유류이든 조류이든 간에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육류 식품의 대부분이 공장식 축산업의 결과물이라는 점에 있다. 급격한 육류 소비의 증가로 인해 공장식 축산업이 대두하였고, AI, 광우병 등이 발생하였다. 날마다 먹어대는 고기 1인분을 만들려면 그 몇 배의 곡식을 생산할 수 있는 토지가 사료 재배용 농지로 사용된다. 자동차나 선박,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보다 훨씬 많은 양의 가스가 축산 농장에서 발생한다는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발표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밥상문화라는 말을 쓰기가 부끄럽다. 오늘날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고기는 생명, 생태윤리 측면에서 지극히 비윤리적인 형태로 소비되고 있을 뿐더러 개인과 사회의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 우리의 밥상에서 고기 반찬이 되기 위해 희생당하는 식용 동물들의 짧은 일생은 한 마디로 비참하기 짝이 없어서 끔찍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공장식 축산업에 속한 가축은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가 아니라 그저 기계 부품에 불과하다. 육류의 소비를 위해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일들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류의 섭취를 크게 줄이거나 기껏해야 방목해서 키운 유기 축산 가축의 고기만을 먹게 될 것이다. 아니면 이참에 아예 육식을 포기할 지도 모른다.
현재와 같이 고기를 소비하면서 유기 축산 형태로 전환한다면, 돼지, 닭 등을 제외하고서도 소만 사육하는데 전국토의 절반 이상을 방목지로 사용해야 한다. 이것은 반생태적인 일이며,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일이기에 고기 소비를 줄이고, 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전환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채식을 선택할 경우 고기 1인분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땅에서 곡식 22인분을 생산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를 위해 공장식 축산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고기를 생산하던 땅에서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육식 위주의 밥상은 생명의 가치를 경시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 구제역과 AI 등으로 죽어간 생명들이 천만을 헤아린다. 그들이 죽는 소리로 천지가 진동하였다. 우리는 이 생명들의 죽음 앞에서 채식 위주의 대안밥상을 제시한다. 우리는 광우병, AI, 구제역, 다시 광우병으로 거듭되는 심각한 현실 앞에서 윤리적 식품 소비 문제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녹색당은 정당사상 최초로 채식을 정치적 의제로 선택했다. 녹색당에는 평균보다 훨씬 높은 비율의 채식인, 채식주의자들이 있다. 이들 녹색 채식인들은 생명권 정책을 통해 불편한 육식문화를 평화로운 채식문화로 바꾸고자 한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이는 일은 한정된 자원을 이용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실질적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윤하 / 녹색당 채식의제모임, 서울녹색당 운영위원장>
채식주의자의 종류
흔히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야채만 먹을 것이란 편견이 있다. 하지만 같은 채식주의자라 해도 종류에 따라 고기·동물의 알·유제품 등을 허용하기도 한다. 유의할 점은 허용하는 식품이 적을수록 상위 개념의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또 다른 분류일 뿐이다. 이름이 비슷해 헷갈릴 수 있지만 차분히 이해하면 어렵지 않다.
우선 채식주의자 중에서 우유까지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젖·우유를 뜻하는 영단어 락토(lacto)를 써서 락토 베지테리언이라고 한다. 인도 인구의 20~30%가 이 락토베지테리언이다. 락토베지테리언이 계란까지 허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락토 오버 베지테리언이라고 한다. 여기에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유·계란·생선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들도 있다. ‘잡은 물고기’라는 뜻을 가진 영단어 pesco(페스코)를 써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고 한다. 만약 닭고기까지 허용한다면 채식주의자라고 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반’을 의미하는 영단어를 써서 ‘세미’(semi)를 써서 세미 베지테리언이라고 한다. 세미 베지테리언은 채식은 아니나 특정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육식을 하던 사람들이 비건으로 이행하는 중간 단계에서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중에 가장 많은 것은 우유와 계란까지 허용하는 ‘락토 오버 베지테리언’이다.
우리가 ‘채식주의자’하면 떠오르는 것은 비건(vegan)이라고 하는 채식주의자다. 비건은 우유와 알은 물론 꿀과 같이 동물에게서 난 모든 것을 먹지 않는다.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이나 화장품류처럼 동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모든 상품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비건이라고 한다.
비건보다 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로 과일만 섭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을 후르테리아니즘(열매주의)이라고 한다. 과일만 섭취하는 이유는 뿌리나 줄기도 살아있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고기와 부산물은 물론 양파·마늘 등 파과 식물의 식용까지 금하는 채식주의자도 있다. 이들은 수 베지테리아니즘이라고 부른다. 주로 불교에서 하는 채식주의형태다.
채식주의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단계별로 시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처음에는 세미 베지테리언으로 시작해 페스코 페지테리언 이런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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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으로 이해하는 채식주의자 |
채식주의자 체험기
본 기자는 한 주간 락토 오버 베지테리언이 되어보기로 했다. 채식주의자로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채식을 하기 전엔 몰랐는데, 채식주의자가 갈 수 있는 식당은 한국에선 극소수였다. 대부분의 음식에는 고기와 생선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다고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에 패티는 빼주세요”라고 주문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우리의 평소 식습관을 생각해본다면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게 없다는 걸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음식은 국물이 있는 것이 많다. 소고기·멸치 등으로 국물을 우려내기 때문에 이 음식들을 다 피해야 한다. 덮밥 종류에도 대부분이 고기가 들어가든지 소스에 육류가 포함돼 있다. 또한 주변에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이 없었다. 나물이나 야채만을 파는 음식점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외국의 경우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는 표시를 해두는 곳도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과 식당에 가서 먹을 게 없었다. 혼자 도시락을 먹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산채비빔밥을 시키고 고기를 빼달라 주문을 한 일도 있었다. 동물성 조미료가 쓰였는지 묻고 싶었지만 까탈스러운 손님으로 보이긴 싫어 물을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라리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게 마음 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락에는 두부나 바나나 같은 음식이 대부분이다 보니 주변사람들은 “너 다이어트하니?”라는 물음을 하기도 했다. 또한 매일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하는 부담감도 컸다.
내적갈등도 있었다. 바로 허기짐이다. 평소에 무조건 고기를 먹다보니 채소만 먹으면 허기가 진다. 물론 계란과 우유를 허용을 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몸에 변화도 있었다. 몸에 안좋다는 비록 5일이었지만 주말동안 그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우선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 닭가슴살다이어트니 덴마크다이어트니 할 땐 빠지지도 않던 살이 1.8kg까지 경감됐다. 몸무게가 빠지면 대개 피곤할 때 그러한데 채식 때는 몸이 한결 가벼웠다. 소화기관도 좋아졌다. 고기를 먹었을 때는 늘 가스가 찬 듯한 거북함이 있었다. 채식을 하는 일주일 동안은 배가 빨리 꺼지더라도 소화 기관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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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주 좋은글 감사합니다. 그림이 있어 이해가 더욱 쉽고 재미있읍니다
채식 관련하여 좋은 글들을 많이 발굴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글 많이 보내주세요~~ ^^
와~잘봤습니다. 교육용으로 써도 좋을 자료에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있네요!
김현수 님도 소식지에 글 한 편 써주세요~~ ^^
네, 제가 아직 채식에 대해 초보자이지만 기회가 되면 고려해보겠습니다^^
고마워요~~ ^^
채식주의 생활을 하는 것은 하나의 취향이니 존중해줘야 합니다만 채식이 옳다라고 할 수는 없죠.
중요한 견해를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채식이 옳지 않은 이유를 말씀해주신다면 채식인들이 채식의 의미와 역활에 대하여 숙고할 수 있고 채식인과 비채식인의 간극을 좁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이곳에서 이런 의견을 접하니 흥미롭네요^^
좀더 논의를 풀어주시면 하이바넷님 말씀처럼 채식문제에 대해 좀더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되겠네요.
기대해 볼게요^^
사람은 잡식동물입니다.
예사랑 님, 반갑습니다. 채식 취향을 존중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사람은 잡식동물이지요. 그 중에 채식만 하면서 건강하게 잘 사는 사람도 있고요..
녹색당 채식의제모임에서 채식 관련하여,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주제들에 대하여 세미나 등의 방법을 통하여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당 내외에 공개할 것을 차기 채식의제 운영회의의 안건으로 제안하겠습니다.
육식이 옳다라고 할 수도 없죠~채식을 하면 훨씬 속이 부대끼지 않고 몸이 가벼운 느낌이에요! 대량 생산을 위해 공장식 사육을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특히 채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채식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이 더 많은가요? 그리고 뚱뚱한 사람들일수록 많이 먹고 움직이기 불편하므로 식품 생산을 위한 자원이 더 많이 들고 자동차를 많이 이용해서 결국 환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글을 보았어요.
채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날씬하죠. 뚱뚱한 사람 거의 못봤어요.. 근데 저는 요즘 술살이 좀 붙었어요. 반성중.. ㅜㅜ(어떤 사람이 저보고 혹시 숨어서 고기 먹는거 아니냐고.. 흑)
네~참살이님이 마른 체형이 아니신 것 같았는데, 술살이었나요?ㅎㅎ
네, 술살 맞습니다.(설마 '고깃살'이기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