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담배 이야기>
나무 재떨이 / 담뱃대(長竹) / 민속화(담배 피우는 호랑이) / 부적(符籍)
우리는 멀고 먼 옛날을 이야기할 때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담배 먹는다.’라고도 표현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 구전설화(口傳說話)로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담배 피우는 호랑이’ 이야기가 있다.
<1> 담배 피우는 호랑이(첫 번째 이야기)
멀고 먼 옛날, 한 사내가 산 언덕을 넘어가다가 낮에 친구를 만나 술집에서 마셨던 술기운으로 정신이 몽롱해지자 길섶에 누워 잠시 낮잠이 설핏 들었다.
마침 산속 배고픈 호랑이가 지나가다가 그것을 보고는 ‘올치, 저기 내 맛있는 먹이가 있구나!’ 하면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남자 몸에서 퀴퀴한 냄새가 진동한다.
제대로 씻지 못하던 시절이니 몸 냄새와 입에서 나오는 술 냄새였다. 호랑이는 곧바로 잡아먹지는 못하고 코를 가까이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데 잠들었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눈을 떠 보니 송아지만 한 크기의 호랑이가 자기 입과 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있지 않은가? 깜짝 놀란 사내는 옆에 놓아두었던 긴 담뱃대를 호랑이 콧구멍에 콱 쑤셔 넣었다.
호랑이는 깜짝 놀라 후다닥 도망을 갔는데 마침 근처에 나무를 하러 왔던 나무꾼이 그 호랑이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호랑이가 담뱃대를 물고 다니더라.’고 하였다는 설화이다.
<2> 담배 피우는 호랑이(두 번째 이야기)
옛날, 시골 마을에 훗날 김서방과 이서방으로 불리던 친구 둘이 어린 시절 옆집에서 같이 자랐다.
서당에서 열심히 공부하였는데 이서방은 과거에 합격하여 서울에서 관직(官職)을 얻었고 김서방은 낙방(落榜)하여 고향으로 돌아와 늙고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힘겹게 생활을 했다.
어느 날, 김서방네 집 앞으로 지나던 스님이 문 앞에서 합장하고 염불을 외며 시주(施主)를 청하자 김서방은 가난한데도 쌀을 한 됫박 시주하였다.
그러자 김서방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던 스님은 김서방을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귀에 대고 귓속말로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려면 개 한 마리를 구하여 푹 고아 석 달 정도 매일 나누어 드리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부적(符籍) 2장을 주며, 한 장은 호랑이로 변하는 부적이고 다른 한 장은 호랑이가 다시 사람이 되는 부적이라 하며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보여주면 안 된다고 한다.
가난하던 시절이라 개를 살 돈은 없으니 호랑이로 변하여 산속을 헤매는 들개를 잡아 어머니께 드리라는 부적이었다.
김서방이 호랑이로 변하여 들개를 잡는 동안, 집에서 방을 치우던 김서방 마누라가 우연히 부적(符籍) 한 장을 발견하였는데 너무 신기하기도 하지만 무서운 생각이 들어 불태워 버렸다.
사람으로 환생하지 못하게 된 김서방은 화를 참지 못하고 마누라를 마당에 내던져 죽여버리자 깜짝 놀란 노모(老母)도 돌아가신다. 이후, 산속에서 호랑이 신세로 산토끼며, 멧돼지 등을 잡아먹으며 지내는데 먹을 것이 없으면 사람도 잡아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나 배가 고픈데 마침 몇 사람이 고개를 넘어오길래 잡아먹으려고,
‘어흥~’ 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옛친구 이서방으로 마침 고향 마을 사또로 부임하는 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호랑이가 무서워 벌벌 떨었지만, 이 사또는 호랑이를 알아보고 토닥거리며 마을로 데리고 와서 맛있는 고기를 배불리 먹여주었다.
식사가 끝나자 호랑이는 옛날이 그리워졌는지 ‘여보게 사또, 담배 한 대만 주게.’
그리하여 호랑이가 긴 담뱃대 장죽(長竹)을 물고 담배를 피우는 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도 담배를 핀다.’라는 말이 떠돌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 풍속화 중에 호랑이가 장죽(長竹)을 물고 토끼가 장죽을 받치고 있는 그림이 있다.
사실 호랑이(산짐승)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불(火)인데 담배를 피우다니.... 웃기는 설화(說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