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으로 생명을 위협 받고 있다!
수면 중 기도 막히면서 혈압 올라
심장마비·뇌졸중 등 돌연사 위험
‘코를 골면서 잘 잔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코골이는 숙면의 상징이 아니라 심각한 질병의 징후다. 코골이 소음은 주변 사람의 숙면을 방해한다. 대부분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된다. 잠이 들면 기도 주위 조직의 긴장도가 떨어지면서 기도가 좁아진다. 숨을 들이쉴 때 이 조직들이 떨리는 것이 코골이고, 들러붙어서 기도를 막는 것이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비만한 경우, 아래턱이 작고 뒤로 들어간 경우, 비염과 축농증 등 코 질환이 있는 경우에 흔하다. 여성은 폐경 이후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이 심해진다. 남녀 모두 50세를 넘기면 코골이는 줄지만, 기도 주위 조직이 노화로 느슨해지면서 수면무호흡증은 더 심해진다.
수면무호흡증은 심하면 하룻밤에 200번 이상 나타나며 그때마다 교감신경이 흥분되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심장과 뇌혈관을 압박해 심장마비, 뇌졸중, 뇌출혈, 그리고 수면 중 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다. 숨이 막힐 때마다 잠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아침 두통, 낮 졸음, 무기력, 피로감 등을 호소하게 된다. 뇌 산소 부족으로 뇌세포가 빨리 파괴되므로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치매 발병 위험도 커진다. 이렇게 위험한 질환임에도 우리나라에서 수면무호흡증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수면무호흡증은 하룻밤 동안 검사실에서 자면서 잠을 찍어보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서 진단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하지 않을 경우 편도, 연구개, 목젖 등을 잘라내는 소위 ‘코골이 수술’을 시행한다. 코골이 하면 흔히 코골이 수술을 떠올리지만, 수술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완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1시간에 20번 이상 무호흡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수술로 완치가 힘들어서 구강내장치 치료, 양압술 치료를 시행한다.
코를 통해 기도로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불어넣어 숨길을 열어주는 양압술 치료법은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어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많이 사용된다. 양압술 치료 후 혈압이 낮아져서 혈압약을 끊는 경우가 있고, 혈당 조절이 잘 돼 당뇨약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낮 동안 졸음이 없어지고 업무효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양압술 치료를 시행한 경우 5년 후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배 이상 높다.
코를 골다가 숨을 몰아쉬는 가족이 있으면 그 사람을 버리고 다른 방으로 피하지 말고,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치료를 받도록 권해보자. 잠을 자는 사람은 자신이 하룻밤 동안 숨이 막히면서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신홍범 수면전문의·의학박사 / 한국교직원신문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