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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14
S#1. 기태 집 거실 D
말끔한 수트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기태. 인터뷰 중이다.
에디터 : 이 집에 남다른 애착이 있으시다면서요.
기태 : 어릴 때 이 집에서 며칠 혼자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참 따뜻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른이 된 뒤에도 이 집에 혼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에디터 : 네, 그래서 여전히 이 집은 혼자만의 공간으로 고집하고 계시구요?
딩동! 초인종 소리.
기태 : (힐끗 보더니) 근데 최근에 어떤 여자가 이 집을 침범하기 시작했죠.
딩동딩동딩동딩동!! 성마르게 연속으로 누르는 초인종.
기태 : (개의치 않고 계속하는) 그 여자가 이 집을 제멋대로 다 뒤집어놓는 바람에 이 집의 본래 의미를 다 망쳐버렸어요.
탕탕탕탕!!!! 손으로 문 두드리는 소리.
기태 : 그 여자가 이 집에 오기 시작한 뒤로 이 집에 혼자 있는 게 불편하고 싫어졌거든요.
(씩 웃으며) 그 사람이랑.. 같이 있고 싶어졌어요.
S#2.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14회. 쿨하지 못해 미안해 고마워”
S#3. 기태 집 거실 N
장미, 쓰레기봉투 야무지게 꽉 묵고 돌아서면, 장미 손길로 평소의 모습을 되찾은 반짝반짝 기태 집.
장미 : (손 탁탁! 털며) 이래야 공기태 집이지!
기태 : 그럼 이제 우리.. (슬며시 어깨에 팔 두르면서) 좀 쉴까?
장미 : 그래. 좀 앉자.
기태 : (신나서) 뭐 마실 거 줄까? 와인?
장미 : 좋아. 맨정신엔 나도 좀 쑥스럽다..
장미, 머리 샤랄라 넘기며 소파로 가면 기태, 빛의 속도로 와인과 와인잔 두 개 챙겨서 소파로 후다닥!
설레는 마음으로 코르크마개에 스크류 열심히 박는데.
장미 : (슬쩍 긴장하며) 나.. 시작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기태 : (와인 오픈하는 데만 열중하며 대충) 어, 말해.
장미 : 너 웃으면 안 돼. 나 진지하니까.
기태 : (코르크마개와 씨름하며) 나도 진지해.
장미 : 있지..
기태 : (코르크마개 끄응..)
장미 : 우리..
기태 : (끄으응!)
장미 : (숨 한번 후.. 쉬고)
기태 : (마게 뽕!!! 따면)
장미 : 쿨한 사이 어때??
기태 : (멈칫) 뭐...?
장미 : 우리 연애만 하자. 결혼 말고.
기태 : (풉.. 웃으며) 누구세요?
장미 : 웃지 말라니까? (진지하게) 나 이번엔.. 진짜 달라지고 싶단 말이야.
기태 : (보면)
장미 : 지금까지 나는.. 같이 있고 싶은 마음 하나, 그거 하나면 되는 줄 알고 막무가내 덤볐거든..
그러다 결국 다 망쳐버렸어. 스토킹 전과까지 달았고.
기태 : 그거야 상대가 이훈동이었으니까.
장미 : 그래, 이번엔 공기태잖아..
기태 : (보면)
장미 : 이번만큼은.. 절대 망치고 싶지 않다고..
기태 : ...
장미 : 우리 만나는 것도 당분간 비밀로 하자. 부모님들 아시면 또 한바탕 뒤집어질 텐데..
양쪽 집안 초토화시켜놓고 우리 둘이 좋다고 붙어 다니는 거 얼마나 이기적이고 철없는 짓이야..
기태 : 뭐 오히려 좋아하실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장미 : 우리가 한 짓을 생각해 봐! 쉽게 용서해주실 것 같아?
기태 : (어렵겠지..)
장미 : 괜히 섣불리 부모님들까지 알게 해서 더 큰 상처 드리지 말자고.
기태 : (맞는 말이네..)
장미 : 우선 우리가 망쳐놓은 거 원상복귀부터 하자. 병원 제자리 돌려놓고 나도 제대로 자리 잡고!
너희 어머닌 내가 니 옆에서 얼쩡거리는 거..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기태 : 오해는 풀면 되지.
장미 : 아니. 내가 변하지 않으면 오해는 절대 풀리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너하고 내 관계 알았을 때..
나 신데렐라 소리 듣기 싫어. 돈 벌어서 우리 엄마 아빠한테도 효도하고 싶고, 니 옆에 더 당당히 서고 싶어.
기태 : (장미가 원래 이렇게 속이 깊었나? 새삼 대견하고)
장미 : (뭘 그렇게 봐?)
기태 : 근데.. 너 되게 김칫국이다?
장미 : (잉?) 어?
기태 : 누가 너랑 결혼해준대?
장미 : (썰렁) ...
기태 : (와인 따라 건네며)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선부터 긋고 난리야? 자! 술이나 마셔! (와인잔 챙! 건배하고 홀짝..)
장미 : (째려보다가 와인 꿀꺽꿀꺽 마시고 와인잔 턱 내려놓고) 다 마셨다. 할 얘기도 다 했고. 갈게. (일어나는데)
기태 : (황급히 옷자락 붙잡으며) 벌써 가? 뭐가 그렇게 급해?
장미 : 너야말로 뭐가 그렇게 급해! (손가락으로 기태 이마 콕 찍어 밀어내고)
기태 : (불만 섞인 얼굴로 치..)
장미 : 간다! (가는데)
기태 : 데려다 줄게! (후다닥 따라나서 장미 팔짱 끼는데)
장미 : 질척거리지 말고! (기태 손 떼어내고) 쿨하게 연애하자니까!
기태 : (허..!!)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장미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 해?
장미 : (피식 웃더니 기태 어깨 붙잡고 볼에 뽀뽀 쪽!)
기태 : ...!
장미 : (씩 웃어 보이고 간다)
기태 : (피식.. 거 참 볼수록 괜찮은 여자네..)
S#4. 공씨네 안방 N
침대에서 책 읽는 신봉향.
공수환 : (쭈뼛쭈뼛 들여다보며) 여보?
신봉향 : (책에서 눈 떼지 않고) 잠옷은 서재에 가져다 놨는데요.
공수환 : 그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나 잠깐 산책 좀 다녀올게요.
신봉향 : 15분 내로 돌아오세요.
공수환 : (끙..) 당신은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하지도 않아요? 기태 일로 마음고생도 심했고..
어머니 모시고 막내랑 해외여행이라도 좀 다녀올래요?
신봉향 : (피식) 참 달콤한 말로 날 내쫓으려고 하시네요.
공수환 : (한숨) 원하는 게 뭐예요. 내가 뭐든 해줄게요.
신봉향 : (툭) 이혼이요.
공수환 :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덜컥!!!) 뭐라구요..??
신봉향 : (부드럽게 미소 지어보이며) 이혼 말고는 나도 당신도 이 집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구요.
(태연한 얼굴로 다시 책 읽고)
공수환 : (끙..)
S#5. 낚시터 N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있는 주경표. 상념에 잠긴 눈빛으로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다가
진지하게 엽서에 펜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받는 사람 “나소녀”
S#6. 공기태 성형외과 D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오는 기태.
기태 : (파이팅 넘치는) 좋은 아침이에요!!
코디 : (노트북 보고 있다가 반갑게 반기며) 원장님!! 병원 비방글 올렸던 환자분 글 다 내렸어요! 어떻게 하신 거예요?
기태 : 아 그거? (피식) 뛰는 진상녀 위에 나는 진상녀가 있었거든요.
코디 : 네?
기태 : 암튼, 내가 금방 지나갈 바람이라고 쿨하게 넘기라고 했잖아요. (의욕 넘치는) 자! 오늘 수술스케줄은 어떻게 되죠?
코디 : (미안한 얼굴로 배식) 아직은.. 없습니다..
기태 : (머쓱) 아 뭐.. 곧 회복되겠죠.. 조바심 내지 말고! 쿨하게 갑시다!
S#7. 봉 위켄드 D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서적 잔뜩 쌓아두고 밑줄 그어가며 공부 중인 현희.
훈동 : (주스 가져다주며) 현희야 여기 주스.
현희 : (눈길도 안 주고 책만 파며) 커피 줘요.
훈동 : 니가 주스 달라며. 카페인 안 좋다고 책에 나왔다며.
현희 : 이 책에선 마시고 싶은 거 참아서 스트레스 받는 게 더 안 좋대요.
훈동 : (치미는 짜증 꾹 누르고) 공부 좀 살살하지? 똑똑한 여자 딱 매력 없거든? (주스 들고 돌아서는데)
훈동모 : 돌쇠가 따로 없구나!
훈동 : (움찔!) 엄마!
현희 : (벌떡 일어나 쪼르르 달라붙는) 어머니!
훈동모 : 너는 왜 남자 일하는데 따라 나와서 죽치고 있어? 그것도 제일 좋은 자리 차지하고!
현희 : (애교 있게) 집에 있기 심심하고.. 레스토랑에 손님도 없고 해서요..
훈동모 : 손님이 없는 게 문제란 말이야 내 말은! 결혼하면 철 좀 들까 했더니 똑같은 것들끼리 만나서 아주 잘들 논다 잘들 놀아!
현희 : (헤.. 애교)
훈동모 : 앞으로 니들 앞가림은 니들이 해! 생활비 끊을 거고! 이번 달부터 가겟세도 받을 거야!
모자지간에도 계산 정확히 하자!
훈동 : 아 엄마아.. (칭얼)
기태 : (안으로 들어오며) 이훈동! 나 배고파! (멈칫) 어, 어머니.. 안녕하세요.
훈동모 : (쯧쯧) 점심시간인데 손님이라고는 가족 아니면 친구야? 장사를 하는 건지 동네 사랑방인 건지.. (열불나서 가버리고)
기태 : (머쓱) 들어가세요! (테이블로 가 앉고)
현희 : 오빠, 나도 그만 들어갈게요. (책 챙겨서 나가면)
훈동 : 그래 그럼, 조심히 가. (현희 배웅하고 돌아서면)
기태 : (테이블에 앉아 혼자 피식.. 피시식.. 웃고 있다)
훈동 : (흠칫) 너.. 왜 그래?
기태 : (웃음 지우고) 어? 뭐? (주체 못하고 또 피시식.. 새어나오는 웃음)
훈동 : 너 뭐 좋은 일 있어?
기태 : (피시식..) 별로.
훈동 : (내 친구가 완전 맛이 갔나?) 너 괜찮아...?
기태 : 너어무 괜찮아!!!
S#8. 가게 D
여름 : (가게 문 활짝 열고) 짠!
장미 : (안으로 들어서면)
소박하지만 아기자기 예쁜 내부 인테리어 완성돼 있고.
장미 : 예쁘네!
여름 : (뿌듯한데)
장미 : 근데 여름아,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여름 : ? (보면)
장미 : (담담하게) 나, 공기태 만나.
여름 :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근데?
장미 : 널 계속 보려면 분명히 해둬야 할 것 같아서.
여름 : (쿨하게) 뭐가 문젠데? 내가 언제 나랑 사귀재? 일하쟀지?
장미 : (마음이 놓여서 피식) 역시 쿨한 녀석...!
여름 : (어깨 으쓱)
장미 : 근데 나, 공기태한테 너랑 동업하기로 한 거 아직 말 못했거든.
쿨하게 얘기하면 쿨하게 이해해줄까? 우리 쿨하게 연애하기로 했거든?
여름 : 쿨하게?
장미 : 어. 너처럼 쿨하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쿨해질 수 있는 거야? 나 좀 가르쳐주라.
여름 : 진짜 쿨해지고 싶어?
장미 : 어.
여름 : 그럼 끝내.
장미 : 뭐?
여름 : 좋아하는데 어떻게 쿨해질 수가 있어. 쿨한 척은 할 수 있어도.
장미 : (멈칫..)
여름 : (픽 웃는) 걱정 마. 나 지금은 쿨한 척 아니고 진짜 쿨해. 다 끝났으니까.
장미 :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피식..) 이것 봐, 넌 진짜 쿨해.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 보면.
역시 배워야 돼. 스승님으로 모실게.
여름 : (으쓱) 배운다고 아무나 되는 건 줄 아나.. (시계 보며) 우리 투자자님 오실 때 다 됐는데..
장미 : 투자자? 아 그 비밀이라던?
안으로 들어서는 현희.
현희 : 언니!!
장미 : 어? 현희야!! (멈칫) 베일에 싸인 투자자가 너였어??
현희 : (헤헤 웃으며) 숨겨서 미안해요. 훈동오빠 모르게 하느라.
장미 : 아니 왜.. 결혼까지 했으면서..
현희 : 결혼까지 했으니까 비밀로 하는 거죠. 내가 딴주머니 찬다 그럼 섭섭할 거 아니에요.
장미 : 니가 딴주머니가 왜 필요한데?
현희 : 시댁 돈은 시댁 돈이지 내 돈 아니거든. 내 돈 되려면 앞으로 30년은 감정노동 하면서 아양 떨어야 하는데..
그 전에 내 몫은 내가 챙기려구요. 그래야 우리 엄마한테 당당하게 용돈이라도 주지.
장미 : (피식) 우리 현희 역시 야무지네.
현희 : 결혼하기 전에 모은 돈 싹 다 탈탈 털었어요. 우리 꼭 성공해요 언니!
장미 : (보더니) 그냥 둘이 하면 어때? 난 빠지고.
현희 : 왜요?
장미 : 그게..
여름 : 남자친구 때문에 좀 망설여진대요.
현희 : (휘둥글) 남자친구 생겼어요?? 누군데요? 누군데 망설이는데? (멈칫) 혹시... 공기태?
장미 : (끙..) 눈치도 또 야무지지..
현희 : 진짜? 잘됐네! 결국 이렇게 붙을 걸 그 난리를 왜 쳤대?
장미 : (머쓱)
현희 : (여름과 장미를 번갈아 보더니) 공기태한테 비밀로 해요!
공기태 알면 훈동오빠 귀에 들어가는 것도 시간문제라 나도 곤란해!
장미 : 에이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걸 속여?
현희 : 나는 남편도 속이는데 뭐?
장미 : 그래도..
여름 : (가게 밖을 보는 시선) 간판 왔다! (신나서 달려 나가고)
장미 : ? (보면)
S#9. 가게 밖 D
트럭에서 내려지는 간판.. “달려라 酒장미” 밑에 작은 글씨로 “소녀감성 퓨전대포집”
장미 : (나와서 보고 멈칫) 뭐야 이게...?
현희 : 우리 처음 사업구상할 때부터 언니 끌어들일 계획이었단 말이에요.
장미 : (멈칫) 왜 이렇게까지 날..
여름 : 감동 먹었어?
장미 : (솔직히 좀 뭉클하면서 괜히) 가게 이름이 촌스럽게 이게 뭐야..!
여름 : 누가 이름 촌스러우래?
현희 : 간판에 언니 이름까지 걸었는데, 정말 안 할 거예요? (간절한 눈빛 쏘고)
장미 : ... (두 사람 번갈아 보고, 간판 한번 보는 시선에서)
S#10.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책상 위 기태 핸드폰에 도착하는 메시지. “달려라 酒장미” 간판 사진.
기태 : (멈칫, 보면)
장미E : 어때? 친구들이랑 동업하기로 했다!
기태 : (피식) 작명 센스 한번 촌스럽다.
그때 신봉향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기태 : (받고) 네 어머니.
S#11. 공씨네 거실 N
테이블 위에 돈봉투 올려놓는 신봉향.
신봉향 : 주장미한테 전해줘라.
기태 : (보면)
신봉향 : 인터넷에 니 병원 험담하는 글은 다 삭제됐더라. 우리도 그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기태 : (낮은 한숨) 장미 그런 의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절 도와준 거예요.
장미가 그 여자 만나서 설득하는 걸 어머니께서 보고 오해하신 거구요.
신봉향 : (마음에 살짝 동요가 일지만 내색하지 않고)
공미정 : (휘둥글) 장미가 널 도와줬어??
노점순 : (반색) 니들 아직 만나니??
기태 : (뭔가 말하려다가 멈칫)
flashback insert>
장미, “우리 만나는 것도 당분간 비밀로 하자.”
기태 : (하려던 말 삼키고) 만나는 건 아니구요.. (신봉향 힐끗) 저 혼자 좋아서 매달리는 중이죠.
노점순 : (신봉향 눈치 힐끗 보며) 그럼 지금이라도 좀 잘해보지 그러니?
기태 : 장미가 저 같은 놈 거들떠보겠어요? 내 감정이 진짠지 가짠지도 구분 못하고 그 사람 괴롭히고 이용하기만 했는데.
신봉향 : (차갑게 툭) 주장미는 그 남자.. 아직 만난다든?
기태 : 그 남자도 따지고 보면 다 저 때문에 만난 거예요. 제가 오죽 못나게 굴었으면 기댈 곳이 필요했겠어요.
공미정 : (신봉향 힐끗) 불쌍한 우리 기태.. 사랑을 놓치고 자책감에 괴롭구나?
기태 : 그리고 그 남자 쪽에서 눈웃음 살살 치면서 들이대니까 장미도 적당히 받아준 거지 그렇게까지 심각한 관계는 아니에요.
노점순 : (신봉향 힐끗) 그렇지. 장미 성격에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애도 아니고.
기태 : 어쨌든 장미랑 저는 아무 관계 아니니까! 장미에 대한 오해나 악감정 다 푸세요!
저한테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이고, 진짜 좋은 여자니까!
신봉향 : (감정 드러내지 않고 차가운 얼굴)
기태 : (일어나며)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노점순 : (흠.. 조용히 미소 짓는다. 뭔가 촉이 온다.)
S#12. 공씨네 주방 N
식탁에서 처량 맞게 양주 홀짝이며 몰래 통화 중인 공수환.
공수환 : (속삭이는) 나도 그래.. 미안해.. 조금만 참아.. 음..?
기태, 나가다가 공수환과 눈이 마주치고.
공수환 : ! (얼른 목소리 점잖게 바꿔서) 그럼 나중에 통화해요. (끊고)
기태 : (가려는데)
공수환 : 한 잔 할래?
기태 : (보면)
공수환 : (와서 앉으라고 손짓)
기태 : ... (가서 앉으면)
공수환 : (양주 따라 건네고)
기태 : (고개 돌려 마시고)
공수환 : 니 어머니, 너더러 살고 싶은 대로 혼자 살아보라고 했다더니.. 결국은 또 널 불러다 앉히고 니 삶에 간섭한 모양이다..?
기태 : (답답한) 평생을 그렇게 사셨는데 쉽게 변하시겠어요?
공수환 : 나는 너 이해한다.. 어째서 주장미 같은 여자한테 마음을 빼앗겼는지.. 오죽 갑갑했으면.. 음?
우린 숨 쉴 구멍이 좀 필요하잖니.. 그렇지?
기태 : (보면)
공수환 : 난 말이다.. 현명한 방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은 거야..
어차피 사랑과 결혼은 전혀 별개의 문제야.. 사랑은 끊임없는 변화와 떨림이 필요하지만..
결혼은 안정을 기반으로 하잖니..
기태 : 그래서요? (얼굴 굳어서) 어머니한테선 안정을 얻으시고 그 여자한테서는 변화와 떨림을 얻으셨어요?
공수환 : 나도 니 나이 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인생이라는 게 원래 말이 안 되는 거더라..
조금 슬픈 인생은 있어도 나쁜 인생은 없는 거야..
기태 : 지금.. 저한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예요...?
공수환 : (낮은 목소리로) 결혼은 강세아 같은 여자랑 하고.. 주장미랑은 연애만 해.. 니 어머니 모르게..
공수환, 아들에게 이해받고 싶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마음.
기태, 그런 아버지를 기가 막힌 얼굴로 빤히 바라본다.
기태 : 저.. 그래도 한때는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했어요.. 오죽하면 그러셨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어머닌 왜 아버질 붙잡고 안 놔주는 걸까! 그런데 이제 보니 붙잡고 안 놓는 게 아버지셨네요?
공수환 : 나만 생각했다면 놨겠지. 하지만 사회적 위치와 종손으로서 책임이라는 게 있고,
그 무게가 얼마나 버거운지 너도 잘 알잖니.. 그러니 너도 혼자 살겠다고 그 고집을 피운 거고.
기태 : 네 맞아요. 저 아버지 아들이고 아버지하고 똑같이 이기적인 인간입니다. 그게 이렇게 부끄러운 건 줄 처음 알았네요.
공수환 : 기태야..
기태 : 그런데요! 장미는 그 여자하고 다르니까.. 똑같이 취급하지 마세요. (일어나 가버린다)
공수환 : ...
S#13. 기태 집 거실 N
기태, 심란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오다가 멈칫.
카레전, 인삼전, 오징어 밥전 등 각종 퓨전요리들과 퓨전막걸리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 (*메뉴 참고)
장미 : 시식해보고 평가 좀 부탁해. 달려라 주장미 주력 상품들이야.
기태 : 하여간 엉뚱한 짓 참 잘 해. 언제 이렇게 준비한 거야?
장미 : (젓가락으로 전 하나 집어서 입에 넣어주는) 아!
기태 : (입에 넣고 우물우물)
장미 : (조마조마 기태의 기색을 살피며) 어때...?
기태 : 괜찮은데? 맛있다!
장미 : (좋아서 헤..) 다행이다.. 니 반응이 제일 궁금하고 신경 쓰였는데.
기태 : (힐끗) 이유는?
장미 : 신여사님 손맛에 길들여진 까탈스러운 공기태씨 입맛에 맞으면 웬만큼 정상적인 사람 입엔 대충 맞을 거 아냐.
기태 : (쳇.. 그런 이유냐? 앉아서 먹으며) 근데 이거 다 니가 개발한 거야?
장미 : 아니. 주방장이.
기태 : 주방장은 누군데?
장미 : (툭) 한여름.
기태 : 뭐...? (막 입에 넣으려던 음식 도로 내려놓고) 한여름...???
장미 : 한여름이랑 나! 모든 감정정리 끝냈어! 확실하게! 쿨하게!
기태 : (이 여자 봐라?)
장미 : 우리 쿨하게 연애하기로 했잖아.
기태 : 쿨하게 연애하자는 게 이런 의민 줄은 몰랐지!
장미 : 솔직히 너도 내 과거 다 알고 나도 니 과거 다 알고. 굳이 아는 걸 모르는 척 하는 것보다
서로의 과거를 대놓고 인정해주는 거. 이거야말로 궁극의 쿨한 연애 아니야?
나도 너 강세아씨랑 친구로 지내는 거 인정할게!
기태 : (기막혀 허! 웃고)
장미 : 나 좀 믿어줘. 한여름이랑 사이에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으면 너한테 이렇게 솔직하게 말 못했을 거야.
기태 : 솔직하게 말하면 뭐든 다 이해해줘야 되는 건가?
장미 : 나도 고민 많이 했어. 너랑 진짜가 됐으니까 한여름이랑 동업하는 거 그냥 접어야겠다고 생각도 했어.
근데, 너한테 진짜가 됐으니까, 오히려 그래서 이 일이 더 필요해.
말했잖아, 나 신데렐라 싫다고. 나도 너한테 뭐라도 좀 보탬이 되는 사람이고 싶어.
기태 : ...
장미 : 그래도 니가 정 불편하면 내가 깔끔하게 마음 접을게. 하지 말라 그러면 안 할 거야. (기태를 바라보며 처분을 기다리고)
기태 : (보면)
flashback insert>
돈봉투 내밀던 신봉향 “주장미한테 전해줘라.”
공수환 “결혼은 강세아 같은 여자랑 하고.. 주장미랑은 연애만 해..”
기태 : (장미 보더니 툭) 해.
장미 : (눈 똥글) 해??
기태 : 니가 하는 말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니 생각.. 내가 지지해줄게.
장미 : (좋아서) 역시 공기태!! 쿨하다!!
기태 : (픽 웃고) 대신 꼭 성공해라. (막걸리 잔 들고)
장미 : (막걸리 잔 들고) 우리의 쿨한 연애를! (챙! 부딪히며) 위하여!!! (마시고)
내일 모레 오픈하니까 화분이나 하나 사들고 꼭 와! 알았지?
기태 : (막걸리 마신다. 내심 조금 씁쓸하지만 내색하지 않는)
S#14. 봉 위켄드 D
기태 : (심란한 얼굴로 들어오는)
훈동 : (테이블에 앉아서 빈둥대다가) 어 왔냐? 오늘은 뭐 먹을래?
기태 : (훈동 맞은편에 앉으며) 별로 입맛 없다..
훈동 : 심하게 들떠서 막 날아다니더니 이번엔 땅 파고 들어갈 기세다?
뭐야? 뭐가 널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하는 건데? 병원 문제야?
기태 : ...
훈동 : 아님 여자?
기태 : 다른 사람들한텐 하나도 안 쿨하더니 나한테만 쿨한 거, 어떻게 생각해?
훈동 : 여자구나!!! (바로 나오는) 이쁘냐?
기태 : 보면 깜짝 놀랄 걸?
훈동 : 보여줘! 여자가 애매모호하게 빼려고 그러면 주위에 인증 도장부터 찍는 거야. 어?
기태 : (힐끗 보더니) 그럴까? 소개시켜줘?
훈동 : 그래 함 보자! 대체 얼마나 예쁜 여자길래 공기태를 이렇게 떡 주무르듯 하는지!
S#15. 퓨전대포집 D
장미 : (입구에서 환히 웃는 얼굴로 손님 맞는) 어서 오세요!!!
매니저와 백화점 여직원들 우르르 들어오는.
매니저 : 개업 축하해요! 주장미씨 남현희씨가 이번에도 제대로 사고쳤네!
현희 : 이쪽으로 앉으세요!
쭈뼛대며 안으로 들어오는 엄셰프.
여름 : (반갑게 맞이하는) 어서오세요 형!!
엄셰프 : 어 그래.. 축하한다. (팔 툭 치며) 새끼 제법이다.
현희 : 셰프님! 저 여기서 일하는 거 우리오빠한텐 비밀인 거 알죠?
엄셰프 : 네, 압니다. (입 지퍼로 잠그는 시늉)
여름 : 형! 이쪽으로 앉으세요! (엄셰프 데려다 매니저 앞에 앉혀주고)
매니저 : ? (보면)
여름 : (싱긋 웃으며 소개팅 시켜주는) 자리가 없어서요. 합석 좀 부탁드려요.
엄셰프 : (쑥스.. 꾸벅) 안녕하십니까.
매니저 : (싫지 않은 얼굴로 새침하게 눈인사)
S#16. 퓨전대포집 밖 D
“달려라 酒장미” 간판 걸려있고 “OPEN” 붙어있고 안쪽에 북적북적 손님들 보인다.
그 앞에 와 서는 기태 차.
장미 : (입구에 서 있다가 반가워 쪼르르) 공기태!!
훈동 : (내려서 눈 휘둥글) 어...???
장미 : (흠칫!!!) 이훈동...!
기태 : (조그만 난초 화분 들고 태연하게) 인사해. 참 서로 구면인가?
훈동 : (허! 웃으며) 뭐야! 니가 만나는 여자가 주장미였어??
장미 : (당황) 비밀로 하자니까.. 이훈동은 왜 달고 왔어?!
훈동 : 왜? 왜 숨겨? 뭘 숨겨? 두 사람 만난다 그럼 제일 기뻐할 게 난데!!
장미 : (현희가 들킬까봐 가게 한번 돌아보면)
기태 :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장미 : 잠깐만! (들어서려는 훈동과 기태를 막아서고) 아직 준비가 덜 돼서..
기태 : 안에 사람 북적북적한데 뭐. (밀고 들어가려는데)
장미 : (막으며) 어! 그래서 자리가 없어!
여름 : (기태 보고 밖으로 나오는) 어? 형 왔어요? (훈동 보고 멈칫)
기태 : (쿨하게) 어이 한여름! 축하한다!!
훈동 : (도끼눈) 한여름???? 너 나 배신 때리고 주장미랑 손잡았냐???
현희 : (안에서 나오며) 언니! 와인 막걸리 다 떨어졌.. (훈동 보고 헉!!!!!)
훈동 : 남현희!! 넌 또 왜 여깄어????
기태 : 동업한다는 친구 중에 하나가 그럼...?
장미 : (끙..)
현희 : 오빠..
훈동 : 와 진짜 너...! 대체 니 반전은 어디까지냐?? (홱 돌아서 성큼성큼 가고)
현희 : 오빠...!!! (쫓아가고)
장미 : (기태 째려보고)
기태 : (미안한 얼굴로 긁적) 말을 하지..
여름 : 들어가요 형!
기태 : (여름에게 난초 화분 턱! 안겨주고 장미 어깨에 턱!! 팔 걸치고) 그래!!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가고)
여름 : (픽.. 귀엽긴)
S#17. 퓨전대포집 D
여름이 반죽 만들어 장미에게 넘기면, 반죽 받아서 넓적한 대형 사각팬에 전 부치는 장미,
김치전 부쳐서 여름에게 도로 휙 넘기면, 받아서 치즈 얹어 오븐에 넣는 여름. (콰트로치즈 김치전)
두 사람의 호흡과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모습. 두 사람 사이에 짧지만 끊임없이 오가는 눈빛과 미소.
한쪽에 앉아서 그 모습 바라보는 기태.. 슬쩍 표정 썰렁해지는데 장미와 눈이 마주치면 얼른 쿨하게 씩 웃어 보인다.
여름 : (그런 기태를 보며 픽.. 웃고)
기태 : (두 사람 쪽으로 다가가서) 한여름! 너무 쫄 거 없어!
여름 : 네? 뭘요?
기태 : (쿨한 허세) 너 장미랑 동업하는 거 말이야, 나 전혀 개의치 않으니까 괜히 내 눈치 보고 신경 쓰고 그럴 필요 없다고.
여름 : (픽 웃고) 아 네.
기태 : 대신! (장미 어깨에 팔 턱! 올리고) 우리 장미 너무 부려먹진 마라, 음? (쿨한 허세로 과장된 웃음 하하하!!)
장미 : (어색하게 하하하..)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세아.
세아 : 오픈 축하해요!
장미 : 어? 세아씨는 어떻게 알고...?
기태 : (진심으로 팔아주고 싶어서 부른) 내가 불렀어. 세아 병원 여기서 가깝거든. 세아 얘가 발도 넓고 손님 많이 끌어줄 거야.
장미 : (살짝 썰렁해지려는데)
세아 : 두 사람 만나는 얘긴 들었어요. 그것도 축하해요.
장미 : 아 네.. (쿨하게 안내하는) 공기태랑 둘이 여기 앉으세요.
앞으로 많이 좀 팔아주세요 세아씨! (쿨한 허세로 과장된 웃음 하하하!)
기태 : 한여름! 어디 요리솜씨 좀 보자! 우리 장미 믿고 맡겨도 되겠는지! (쿨한 허세로 과장된 웃음 하하하!)
살짝 썰렁해지는 여름과 세아, 이 사람들 왜 이래...?
S#18. 달리는 기태 차 안 N
앞만 보고 운전하는 기태. 앞만 보고 앉아있는 장미. 썰렁한 분위기.
장미 : 너 오늘 진짜 쿨하더라? 한여름 앞에서 완전 남자답고 멋있었어!
기태 : 너도 세아 앞에서 완전 당당하더라!
장미 : (쿨한 허세 하하하!)
기태 : (쿨한 허세 하하하!)
점점 잦아드는 웃음.. 다시 썰렁해지는 분위기.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대화..
장미Na : 진짜 연애를 시작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배려하며 그렇게 우리는 쿨해졌지만..
어쩐지 가짜일 때보다 대화가 더 짧아지기 시작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기태를 흘끗 보는 장미.
장미 : (툭) 니네 집으로 가자.
기태 : (순간 번쩍! 눈에 불이 들어오고) 우리집?
장미 : 어. 너네 집.
기태 : (씩 번지는 웃음. 액셀 꾹 밟으며 총알같이 달리기 시작하고)
S#19. 기태 집 거실 N
장미 : (안으로 들어오며) 나 먼저 씻을게!
기태 : 어 그래! (총알같이 달려가 화장실 문 열어주고)
S#20. 기태 집 화장실 N
장미 : (선반 뒤지며) 공기태! 남는 칫솔 없어?
기태 : (총알 같이 달려와 새 칫솔 건네고) 여기..
장미 : 땡큐!
기태 : 또 뭐 필요한 거 있어? (선반에서 전동클렌징 꺼내주며) 이거 써볼래?
장미 : 오 이런 것도 있어?
전동클렌징으로 얼굴 거품 내는 장미.
장미 : 완전 괜찮다! (힐끗) 근데 언제까지 거기 서있을 거야? 나 샤워할 건데?
기태 : (화끈) 어, 어 그래.. (허둥지둥 나가면)
S#21. 기태 집 침실 N
다 씻고 헐렁한 기태 티셔츠 빌려 입은 장미,
장미 : 아 개운해! 얼굴이 맨들맨들해졌어!
기태 : (피식)
장미 : (침대로 기어들어가며) 에구구구구.. 아우 다리야...!
기태 : 다리 아파?
장미 : 종일 서있는 건 백화점에서 단련 됐는데 뭐..
기태 : (빨개진 발과 퉁퉁 부은 종아리 보며) 좀 부었다..
장미 : (웃어 보이며) 괜찮아. (이불 속으로 다리 집어넣는데)
기태 : 이렇게 해봐. (이불 걷어내고 장미 발 붙잡고 만져주는)
장미 : 야...!! (빼는데)
기태 : (붙잡고) 가만있어. (발과 종아리 주물러주며)
장미 : (고맙고) ...
장미 발치에 앉아 말없이 따뜻한 손길로 장미의 종아리를 만져주는 기태.
그 편안함 속에 나른해져 스르르 눈 감기는 장미.
기태 : (멈칫) 주장미.. 자...? (장미 옆으로 가서) 장미야...?
장미 : (쿨쿨 깊은 잠에 빠져버린)
기태 : (어이없어 픽 웃고) 쿨하게 연애하자더니 쿨쿨 자냐...? 이 여자.. 진짜 쿨하게 연애하는 게 뭔지 모르나 보네..
곤히 잠든 장미의 머리를 가만히 들어 팔베개 해주는 기태.
기태 : (잠든 장미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나쁜 기집애.. 이뻐서 봐준다..
기태에게 기대 편히 잠드는 장미.
장미Na : 생애 최고의 달콤한 꿀잠이었다.
S#22. 데이트 몽타쥬 D
커피숍, 커피 마시는 기태 어깨 위로 툭.. 떨어지는 장미 머리.
장미Na : 자고..
극장, 영화 보는 기태 어깨 위로 툭.. 떨어지는 장미 머리.
장미Na : 자고..
차 안, 운전하는 기태 어깨 위로 툭.. 떨어지는 장미 머리.
장미Na : 자고..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기태와 장미. 웬일로 깨어있는 장미.
기태 : 요즘 달려라 주장미는 잘 달리고 있나?
장미 : (쿨한 허세) 그럼! 슬슬 입소문 타기 시작했지! 병원은? 좀 회복됐어?
기태 : (쿨한 허세) 언제 적 얘길 하는 거야? 아직도 빌빌대고 있을까봐?
허세 부리는 기태 어깨 위로 툭.. 떨어지는 장미 머리.
장미Na : 또 자고..
장사에 열정을 쏟느라 피곤한 장미, 바쁜 시간 쪼개 기태와 데이트 하면서 꾸벅꾸벅 졸고
그런 장미를 위해 묵묵히 어깨를 빌려주는 기태 모습들.
기태, 장미가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감정.
S#23. 퓨전대포집 밖 N
“퓨전막걸리 무료시음!” 써붙인.
장미Na : 그 달콤한 꿀잠 덕분에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
장미 : (파이팅 넘치는) 막걸리 맛 좀 보고 가세요!
현희 : 알록달록 예쁘고 달콤한 퓨전막걸립니다!
지나던 젊은 커플 관심 보이고 다가오면 장미와 현희, 작은 종이컵에 막걸리 따라 맛 보여주고.
장미 : 안쪽에 분위기 좋은 구석 자리 비어있으니까 한 잔 하고 가세요.
여름 : 어서 오세요! (커플 손님 안으로 안내하고)
S#24. 퓨전대포집 몽타쥬 N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손님들 챙기는 장미, “전 다 식었네요, 데워다 드릴게요!” “이건 서비스예요!”
“지난번에 오셨을 땐 오미자 막걸리 드셨죠?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죠!”
장미와 여름 하이파이브! 여름과 현희 하이파이브!
가게 안에 차츰 손님들이 차기 시작하는 활기찬 모습.
S#25. 퓨전대포집 밖 N
가게 밖에서 염탐하듯 지켜보고 있는 훈동과 기태. 걱정돼서 왔는데 의외로 잘 해나가고 있는 모습에 묘한 기분.
기태 : 그래도 손님은 좀 드나 보네..
훈동 : 주장미 저거 좋다고 웃는 거 봐라.. 하필 한여름 옆에서 저럴 일이냐...?
기태 : 현희씨는 홀몸도 아니면서 저러고 있어도 되는 거냐...?
훈동 : 카운터에 우아하게 앉아만 있겠다고 나랑 손가락 걸고 약속했는데..
동시에 후.. 한숨 쉬는 두 남자. 착잡한 심정으로 서 있다가 돌아선다.
S#26.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고 있는 기태. 심란하고 심심한 얼굴.
기태 : (의자 멈추고 인터폰으로 밖에 연결해서) 오늘도 환자 없어요?
코디E : (미안한 목소리) 네 원장님..
기태 : (흠.. 낮은 한숨)
다시 의자 빙글빙글 도는데 똑똑똑 노크. 후다닥 의자 멈추고 안경 쓰고 각 잡고 앉는.
기태 : (고대하던 환자를 맞이하는 설렘 가득한 눈빛) 네!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오는 세아.
기태 : (실망) 너구나..
세아 : (미안한 얼굴로 웃으며) 환자 기다리고 있었구나?
기태 : ...
세아 : 어쩌지? 나라도 필러 좀 맞아줘?
기태 : (피식) 밥이나 먹자.
S#27. 봉 위켄드 D
마주 앉아서 식사하는 기태와 세아.
세아 : 주장미씨는 멋지게 잘 해내고 있던데.. 너도 힘 좀 내지?
기태 : (시무룩한 얼굴로 말없이 먹기만 하고)
세아 : 이 기회에 너 우리 병원 와라.
기태 : (보면)
세아 : 예전부터 우리 아버지가 너 눈독 들이고 계신 건 너도 잘 알지?
이번에 3D 프린터 기술을 도입하거든. 어때? 좀 혹하지 않아?
기태 : ...
세아 : (픽 웃고) 너는 내가 꼬실 때 마다 꼭 그 겁먹은 얼굴이 나오더라?
여자로서 꼬시는 거 아니니까 제발 떨지 좀 마! 친구로서, 의사로서의 스카웃 제안이야.
기태 : (피식..) 뭐가 됐든 내가 너한테 의지하는 건 모양새가 좀 그렇지.
세아 : (진지하게) 너 더 이상 그렇게 쿨한 척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든 일어나야지, 어?
기태 : (마음속에서 무언가 흔들리는 얼굴)
멀지 않은 곳에서 그런 기태의 얼굴을 보는 훈동.
훈동 : ......! (시선에서)
S#28. 공기태 성형외과 D
생각에 잠겨 심각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서는 기태.
코디 : 원장님..
기태 : (보면)
코디 : (조심스럽게) 어려우시겠지만.. 결단을.. 내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기태 : ......
S#29. 퓨전대포집 D
장미 : (테이블에 앉아 채소 다듬던 손길을 멈추고) 뭐...? 스카웃...??
훈동 : (장미 앞으로 바싹 다가앉으며) 그래! 그것도 강세아의 스카웃!
장미 : 아니 왜.. 멀쩡히 자기 병원도 있는데...?
훈동 : 요즘 기태네 병원이 좀 안 멀쩡하잖아..
장미 : 다 회복됐다던데?
훈동 : 아냐.. 입소문에 워낙 민감한 동네라 한번 휘청하면 아무래도 이미지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
기태도 나름 돌파구가 필요할 거야.
장미 : (미안한 마음)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왜 나한텐 말 안 했지?
현희 : 언닌 막 날개 달고 날아가는 것 같으니까 자존심에 말 못 했겠지.
훈동 : 어쨌든 주장미 너 이제 어쩔래? 기태가 세아네 병원 가도 괜찮겠어?
장미 : (애써 쿨하게) 그럼! 공기태 미래를 위한 건데, 쿨하게 이해해줘야지!
여름 : (그런 장미를 힐끗 보고)
훈동 : (못 미더운) 정말? 주장미가? 쿨하게?
장미 : 나 예전의 내가 아니거든? (다시 채소 다듬기 시작하며) 근데.. 공기태 성형외과 병원..
그렇게 잘 꾸며놓고 그냥 접기 좀 아깝긴 하다.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공기태 말고 병원이 아깝다고 병원이!!
여름 : (피식..)
S#30.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침울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 기태. 정들었던 병원을 떠나보내는 느낌으로 손으로 책상을 한번 쓸어본다.
핸드폰 벨 울리고.
기태 : (받고) 어.
S#31. 퓨전대포집 밖 D
몰래 가게 밖으로 빠져나와 기태에게 전화 걸고 있는 장미.
장미 : (핸드폰 얼굴에 바짝 대고 낮은 목소리) 난데.. 있지.. 너..
기태E : 지금 좀 바쁜데, 급한 거야?
장미 : 어? (얼른 쿨하게) 어 아니야. 바쁘면 일 봐.
기태E : 미안. 나중에 전화할게.
장미 : (쿨한 허세) 어우! 미안하긴! 절대 아니야! 완전 괜찮아! 어 그래! (전화 끊고 급 어두워지는 얼굴. 후.. 한숨 쉬면)
여름 : (뒤에서) 거 봐. 안 된다니까.
장미 : (흠칫 돌아보면)
여름 : 쿨한 얼굴이 아니라 꿀꿀한 얼굴이야 너.
장미 : 공기태는 나 너랑 동업하는 거 이해해줬는데, 나도 이해해줘야지..
병원 어려운 거 왜 나한텐 얘기 안 했는지 좀 섭섭하지만.. 뭐 나 배려하느라 그랬을 테니까 이해해줘야지..
여름 : (보더니)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이해 안 되면 그냥 외우라 그랬잖아.
장미 : ?
여름 : 너 그냥 꾸역꾸역 외우고 있는 거 같다고. 되게 머리 나빠 보여.
장미 : (씁쓸하게 픽.. 웃는)
여름 : 기태형한테 가 봐. 가서 얼굴보고 얘기 좀 해.
장미 : (고개 젓고) 일해야지. 곧 손님들 몰릴 텐데. (가게로 들어가고)
저만치에 차를 세워둔 공미정, 두 사람 모습을 보고 있었다.
공미정 : ......!
S#32. 공씨네 거실 D
공미정 : (쪼르르 들어와서) 엄마, 엄마! (낮은 목소리로) 찾았어요!
노점순 : (낮은 목소리로) 그래, 어떡하고 있든?
공미정 : 가게를 차렸더라고. 퓨전대포집 달려라 주장미.
노점순 : 그으래? 장미 전부치는 솜씨는 명불허전이지! 제대로 자기 길 찾아갔네!
공미정 : 근데.. 우리가 잘못 짚었더라고.
노점순 : 잘못 짚다니?
공미정 : 글쎄 옆에 누가 있었는지 알아요?
신봉향 : (소리 없이 나타나 슥 얼굴을 들이밀며) 누가 있었는데요?
공미정 : (화들짝) 엄마 깜짝이야!!!
S#33. 퓨전대포집 N
가게 문이 열리고.
현희 : 어서 오세요! (하다가 멈칫)
장미 : (웃는 얼굴로 돌아서다가 헉!!!!)
안으로 들어서는 신봉향,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가게 안을 슥 훑는다.
오픈키친에서 요리하고 있는 여름...!
flashback insert> 11부
신봉향 보는 앞에서 장미를 끌어안던 여름.
여름 : (신봉향 보고 멈칫) ...!
장미 : (살짝 긴장) 어머니...!
신봉향 : (점잖은 눈빛으로 장미를 보면)
화면 바뀌면, 한쪽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은 신봉향.
그 앞에 안주와 술을 가져다주는 장미.
신봉향 : (말없이 안주를 먹어보고)
장미 : (막걸리를 따라 건네고)
신봉향 : (장미가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신다)
장미 : (조마조마 기색을 살피면)
신봉향 : 맛있구나.
장미 : (짧은 칭찬 한 마디에 기분 좋아서 헤..) 감사합니다.
신봉향 : 널 오해한 건 미안했다.
장미 : (오해라는 걸 아셨구나..!) 아.. 아닙니다. 충분히 오해하실 만한 상황이었는데요 뭐, 제 오지랖이 부른 참사였죠.. 흐..
신봉향 : 그런데..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까지는 못하겠구나.
장미 : (보면)
신봉향 : (여름 흘끗 보고) 기태한테 정말 마음 있는 게 아니라면 거리를 좀 둬주는 게 진정한 배려가 아닐까?
장미 : 아 네..
손님 : 여기 막걸리 같은 걸로 하나 더주세요!
장미 : 네 갑니다!! (신봉향 보고) 너무 걱정 마세요. 저도 기태씨 앞길에 걸림돌 되고 싶은 생각 없어요.
보시다시피 저도 제 인생 사느라 바빠서요. 제 인생이 이렇게 신나고 행복한 건 처음이에요.
(보며) 이것도 다 기태씨하고 어머니 덕분입니다.
신봉향 : (기태하고 내 덕분...?)
장미 : 그럼 맛있게 드세요. (웃어 보이고 일어나고)
여름에게서 막걸리 받아 손님에게 서빙하는 장미. “더 필요한 거 말씀하세요. 전 좀 데워다 드릴까요?”
열심히 테이블 누비며 손님들 부족한 건 없는지 챙기는 모습.
신봉향 : (그 모습 바라보며 조용히 술잔 기울이는) 기태 녀석만 불쌍하게 됐네..
S#34. 기태 집 거실 N
책상에서 성형외과 학회지 등 책과 자료 펼쳐놓고 공부하는 기태.
안주와 막걸리 양손 가득 싸들고 들어오는 장미.
장미 : 나 왔어!!
기태 : (책에서 눈 떼고) 어 왔어? (짧게 웃어 보이고 시선 도로 책으로)
공부에 열중하느라 데면데면한 기태 반응에 살짝 섭섭한 장미.
장미 : 뭐 봐...? (다가가서 쭈뼛 들여다보면)
기태 : 3D 프린터를 성형에 이용하는 신기술이야. 환자의 안면골을 프린팅 해서
전보다 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고 부작용을 최소화.. (자상하게 설명해주다가 멈칫, 장미 보면)
장미 :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얼굴로 공허하게) 아아..
기태 : 재미없지?
장미 : (흐.. 어색하게 웃고) 저기..
기태 : 음?
장미E : (망설이는 위로) 병원 얘기 물어보면 자존심 상하겠지?
기태 : 뭐?
장미 : (포장해온 막걸리와 안주 들어 보이며) 우리 한 잔 하자!
기태 : 술? (미안한) 지금은 좀.. 이것 좀 봐야 해서.
장미 : 아 그래? (애써 쿨하게) 그래 그럼! 나중에 먹지 뭐! 냉장고에 넣어둘게!
냉장고에 안주와 술 집어넣는 장미, 오늘은 어떻게든 기태와의 소통에 돌파구를 찾고 싶다.
하지만 기태는 책상에 붙어 무서운 집중력으로 책만 파고 장미, 방해하기 미안해 그 주변을 소심하게 기웃기웃 맴돈다.
기태에게 커피도 타다 주고, 흐트러진 책상 정리도 해주고..
한참을 그렇게 맴돌기만 하다가 슬슬 지치는 장미.
장미 : (조심스럽게) 공기태.. 안 자...? 나 좀 졸린데..
기태 : (드디어 책에서 눈 떼고) 또 졸려? 넌 나만 보면 그렇게 졸려? (픽 웃고) 알았어, 먼저 들어가 자.
장미 : (썰렁) 어...?
S#35. 기태 집 침실 N
침대에 혼자 누워있는 장미.
장미 : (썰렁한 얼굴로 말똥말똥) ......
S#36. 기태 집 거실 N
침실에서 문 빼꼼 열고 내다보는 장미. 기태는 여전히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방해 안 하려고 조용히 문 닫고.
S#37. 기태 집 침실 N
장미 : (침대에 걸터앉아 혼잣말) 사실은 오늘 어머니가 가게에 오셨었어.. 너랑 만난다는 얘기 안 했어.. 아니 못한 건가...?
(낮은 한숨) 니 옆에서 당당하기.. 참 어렵다..
S#38. 퓨전대포집 N
테이블에 마주 앉아 진지하게 얘기 중인 기태와 세아.
쟁반에 음식을 담아 두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장미.
기태 : (하던 얘기 뚝 멈추고) 고마워.
세아 : 잘 먹을게요 장미씨.
장미 : (쭈뼛) 근데.. 두 사람 무슨 얘기 하는.. (중이냐고 물으려는데)
그때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훤칠한 외국인 남자. (30대)
세아 : (손을 들어 환영하며) Richard!
장미 : (보면)
세아 : (기태에게 소개하는) 우리 병원에 의료진교류로 오신 Richard Burnstein. 3D 프린터 기술 도입을 도와주고 계셔.
장미 : (멈칫!)
기태 : My pleasure to meet you, Dr. Burnstein.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차드 : I've heard a lot about you from Ms. Se-ah. (세아씨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장미 : (썰렁하게 보면)
flashback insert>
기태 “3D 프린터를 성형에 이용하는 신기술이야.”
세아 : It seems like Japan has succeeded in creating artificial human bones using 3D printers.
(일본에선 3D 프린터로 인체에 흡사한 인공뼈를 만드는데 성공했다죠?)
리차드 : Yes, indeed. Plastic surgeons over the world are currently taking notice on that case.
(네. 세계의 성형외과 의사들이 주목하고 있죠.)
기태 : Older types of artificial bones do not fuse with patient's bone that well..
and they are also known to be causing inflammation quite frequently. How about these new ones?
(이전의 인공 뼈는 환자의 뼈와 유합이 잘 되지 않고 염증이 잘 생긴다는 평가였는데, 이건 어떤가요?)
리차드 : The newly developed ones do not go under rapid heat treatment,
and because of that they retain physiological activity. Fusion (with patient's bones) is quite swift as well.
But of course more clinical tests are required for application to the mass.
(이번에 개발된 인공 뼈는 열처리를 하지 않아 생리적 활성을 가지고 있어 환자의 뼈와 유합도 빠릅니다.
하지만 대중화를 위해선 앞으로 더 많은 임상실험이 필요하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장미, 뻘쭘하게 돌아서 주방으로 간다.
테이블에 앉아 영어로 떠드는 기태와 세아.
주방에서 함께 요리하고 전부치는 여름과 장미.
그런 서로를 흘끗 쳐다보는 장미와 기태.
기태 눈에는 장미와 여름이 쿵짝이 맞는 소울메이트로 보이고 장미 눈에는 기태와 세아가 그렇게 보인다.
서로 마주치지 못하고 엇갈리는 시선.
장미Na :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데, 왜 점점 더 할 말이 없어져가는 걸까..
여름 : (침울한 장미를 흘끗 보는 시선에서)
S#39. 기태 집 현관 N
딩동 초인종 소리. 기태, 문 열어주면 문 밖에 서있는 여름.
기태 : ...! (보면)
S#40. 기태 집 거실 N
여름 : (소파에 앉으며) 여긴 변한 게 하나도 없네.
기태 : (앉으며) 마실 거 안 줘도 되지?
여름 : 불친절한 것도 그대로고.
기태 : (픽 웃고) 왜 왔냐?
여름 : (주머니에서 돈봉투 꺼내 내밀고) 고마웠어요. 500만 원.
기태 : 벌써 안 갚아도 돼. 장사 좀 반짝 잘된다고 호들갑은.
여름 : 형 눈에는 호들갑 떠는 걸로 보여요? 장미 무리하는 건 안 보이고?
기태 : ...?
여름 : 형한테 피해 안 가게 하려고 지나치게 배려하는 거 모르겠냐구요.
기태 : 나도 엄청 배려해주는 중이거든? 장미가 나한테 기대지 않고 혼자 힘으로 서고 싶대서..
여름 : 형이 확신을 안 준 건 아니고?
기태 : 뭐?
여름 : 이 남자한테는 기대도 되겠다! 내가 좀 기댄다고 다른 남자들처럼 질려서 내뺄 남자는 아니구나!
남자가 되가지고 그 정도 확신도 못 주나?
기태 : 허!! 이 자식이 근데.. 니가 장미에 대해 뭘 알아? 주장미는 내가 더 잘 알 거든!!
여름 : 주장미가 옆에 있고 싶은 사람이 형이라는 건 알죠. 형 옆에 있으려고, 더 오래 같이 있으려고 나랑 일하는 것도 알고.
근데 지금 형.. 주장미 옆에 있는 거 맞아요?
기태 : ... (보더니) 근데 너 좀 주제넘다? 내가 왜 너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 돼?
여름 : 나 형도 좋아하니까요.
기태 : (보면)
여름 : 사람 좋아하는데 꼭 남자여자 연애감정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기태 : (머쓱해서 픽 웃으며 괜히) 어디서 쿨한 척이야..
여름 : (피식..)
S#41. 장미 집 밖 D
우체통에서 우편물 꺼내는 나소녀. 우편물들 속에 섞여 있는 주경표가 보낸 엽서 세 장.
나소녀 : ...!
이 남자가 웬일로? 살짝 마음에 동요가 이는 나소녀. 엽서를 뒤집어 내용을 보면, 순간 싹 식는 얼굴.
나소녀 : ......!!!
심란한 얼굴로 자전거 타고 오는 장미, 나소녀 얼굴 심상치 않은 걸 보고.
장미 : 웬 엽서? 누가 보낸 건데요?
나소녀 : 니 아빠가 이런 인간이다! (니 눈으로 한번 봐라! 엽서 툭 건네면)
엽서마다 적혀 있는 짤막한 단어들. “바보” “멍청이” “똥개”
주경표E : 바보! 멍청이! 똥개!
장미 : (썰렁..)
나소녀 : (엽서 도로 확 뺏어서 박박 찢으며) 웬수덩어리 구제불능!!!
장미 : (씁쓸하게 보더니) 두 분.. 펜팔로 처음 맺어진 인연이라며.,
나소녀 : 번드르르한 글빨에 속아서 인생을 통째로 말아먹었지!
장미 : 이왕 이렇게 된 거 엄마도 답장 좀 써보지 그래요? 옛날 생각하면서.
나소녀 : 됐거든!!
장미 : 정확히 언제부터였지? 엄마 아빠 말 안 하기 시작한 건?
나소녀 : 알게 뭐야.. 언제부턴지 누가 먼저였는지.. 하나도 기억 안 나.
어쩌다 한번 입을 다물었더니.. 다시는 입을 열 수 없게 된 거지.. 사랑이라는 게 그런 거잖니.. 입 다무는 순간 끝이야.
장미 : ......!
나소녀 :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가는데)
장미 : 저 어디 좀 다녀올게요!!! (황급히 자전거에 올라타 정신없이 달려가고)
나소녀 : ?
S#42. 기태 집 침실 D
말끔한 수트 차림으로 거울 앞에 서는 기태.
여름E : 형이 확신을 안 준 건 아니고? 이 남자한테는 기대도 되겠다!
기태 : ......
뭔가 단단히 결심한 듯, 공들여 머리를 만지는데 핸드폰 울리고.
기태 : (전화 받는) 어.
장미E : 어디야?
기태 : 집인데..
장미E : 지금 갈게!
기태 : (과한 반응) 안 돼! 지금은 좀 곤란한데.
S#43. 거리 D
자전거 달리면서 핸드폰 이어폰으로 통화하는 장미.
장미 : (멈칫) 왜 안 되는데?
기태E :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중에 보자.
장미 : (순간 욱해서) 아니!! 나는 지금 당장 널 꼭 봐야겠어!!!
핸드폰 끊고 자전거 페달 전속력으로 밟는다.
S#44. 기태 집 현관 밖 D
초인종 딩동딩동딩동딩동 마구 누르는 장미, 문도 탕탕탕탕 두드린다.
대답 없자 비밀번호 누르고 문 열어젖히는데 밖으로 나와 장미 앞을 막아서는 수트 차림의 기태.
기태 : 오지 말라니까.. 지금은 좀..
장미 : 왜! 대체 무슨 중요한 일인데!
기태 : 너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일이야.
장미 : 나는 한여름이랑 동업하는 거 너한테 솔직하게 다 말했잖아! 근데 너는 왜 나한테 니 얘기 안 하는데!!
기태 : ...
장미 : (기태 어깨 너머로 신발장에 놓인 여자 구두 보고) 안에 누구 있어?
기태 : 손님이 좀 있어. 그러니까 나중에..
장미 : 나한테 그만 숨겨! 니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나도 다 아니까!!
기태 : 알아...? (멈칫) 어떻게 알아?
장미 : (흥!! 수트 차림의 기태 아래위로 훑어보며) 멋은 또 되게 부렸다 너?
기태 : (창피한) 나도.. 이렇게까지 진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장미 : (기태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는)
S#45. 기태 집 거실 D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는 장미, 멈칫!!
세아가 있을 줄 알았던 거실에는 세아 대신 조명장치 세워져 있고,
카메라 스트로보 번쩍번쩍 터지며 집안 인테리어 촬영 중인 모습.
장미 : (썰렁) 뭐.. 하는 거야...?
기태 : (체념한 듯 털어놓는) 다 알고 왔다며. 여성지 촬영하는 거.
장미 : 잡지...?
기태 : 직원들이 병원 이미지 쇄신 좀 하자고 하도 졸라서..
장미 : 근데 왜 숨겼어..?
기태 : 쪽팔리잖아. 실력으로 인정받아야지 훈남 의사 이미지 팔아먹는 거. 이런 건 어머니 방식이잖아..
장미 : (슬쩍 풀리는 마음) 그랬구나... (피식..) 근데 니가 훈남이야?
기태 : (뻔뻔하게) 훈남이지. 몰랐어?
에디터 : (다가와서) 공원장님 여자친구세요?
장미 : (황급히 부정하는) 아니요 저는..
기태 : (장미 어깨에 팔 걸치고) 네. 애인입니다.
장미 : (팔 뿌리치고) 훈남 의사한테 애인 있는 건 마이너스지! 게다가 어머니 보시면 어쩌려고!
(에디터에게) 오프 더 레코드 부탁드려요!
기태 : (피식..) 우리 인터뷰 어디까지 했죠?
에디터 : 그 여자가 이 집에 오기 시작한 뒤로 이 집에 혼자 있는 게 불편하고 싫어지셨다구.. (장미 보면)
장미 : ??
에디터 : (빙긋 웃으며) 같이 있고 싶어지셨다구요.
장미 : !!
기태 : 아 그건 오프 더 레코드로 하죠.
장미 : (쑥스러워 피식...)
S#46. 퓨전대포집 N
테이블 정리하는 현희, 쟁반에 빈 그릇 잔뜩 담아 들어 올리려는데, 쟁반 낚아채 들어주는 손. 훈동이다.
현희 : 오빠...!
훈동 : 너 진짜! 이러다 혹시 잘못 되면 어쩌려고..! (주방으로 쟁반 대신 날라주며) 야 한여름! 현희 임신했어.
지하철 타면 노약자석에 앉는 약자라고!
여름 : 그러게요, 형이 빨리 현희씨 데리고 들어가세요.
현희 : 나 괜찮아요. 오늘은 장미언니도 없고 혼자 어쩌려고..
여름 : 보는 내가 불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혀요. 빨리 가요 빨리빨리! (내쫓고)
훈동 : 그래그래, 가자가자! (현희 데리고 가고)
현희 : (끌려가며) 아우 오빠!
현희도 가고 장미도 없는 가게에 혼자 남은 여름. 조금 쓸쓸해지는 얼굴..
그때 한 무리의 젊은 여자들 우르르 몰려들어오며.
여자1 : (여름 가리키며 속닥) 저 오빠야!
여자2 : 어머! 완전 멋있다!
여자1 : 침 흘리지 마! 내가 찜했어!
여름 : (씩 미소 지으며) 어서 오세요!!
S#47. 기태 집 거실 N
잡지사 사람들 모두 돌아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기태, 소파에 장미와 나란히 앉아 막걸리 한 잔씩 들고.
장미 : 진짜가 되니까 더 어렵다.
기태 : (보면)
장미 : 가짜였을 땐 니 앞에서 참 편했는데.. 하고 싶은 말도 마음껏 다 하고.
진짜가 되니까 들키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는 거지.
기태 : (피식) 나한테 무지 잘 보이고 싶나 보지? 너무 늦었어. 그냥 편하게 해. 이미 볼 꼴 못 볼 꼴 다 봤는데..
장미 : (흘기며) 그래, 이왕 다 까고 시작한 거!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나 속 시원하게 한번 까보자!
너! 병원 어렵다는 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기태 : (머쓱) 너만 내 옆에서 당당하고 싶은 줄 알아?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왜 얼굴 팔리는 잡지 촬영까지 꾹 참고 한 건데..
(힐끗) 니가 한여름 말고 나한테 좀 기댔으면 좋겠어서..
장미 : (피식..) 나 내내 너한테 기대고 있었는데 몰랐어?
기태 : ?
장미 : 니 어깨에 기대서 잤던 달콤한 꿀잠들! 덕분에 힘내서 하루 종일 쌩쌩 날아다니면서
전부치고 막걸리 나를 수 있었던 건데?
기태 : 그랬어...? (슬쩍 기분 좋아져서) 또 뭐? 또 하고 싶었던 말 있음 해 봐!
장미 : 나 니가 강세아랑 친구로 지내는 건 이해해. (힐끗) 근데 강세아네 병원으로 스카웃되는 건 싫어.
기태 : 건 또 어떻게 알았대? (장미의 질투가 기분 좋은) 알았으면 말을 하지..
나 내 병원 지킬 거야. 그러려고 홍보도 하고 공부도 하는 거고. 세아한테는 리차드 소개 받은 게 다야.
장미 : (스르르 풀려서) 그런 거였어...?
기태 : 나도 너 일하고 싶고 돈 벌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 (힐끗) 근데 한여름 앞에서 좋다고 웃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최대한 냉랭하고 가시 돋친 태도를 유지해주길 바래.
장미 : (피식..) 알았다! (막걸리잔 들어 건배 청하고)
기태 : (챙 건배하면)
장미 : (마시고) 쿨한 연애 집어 치우자! 서로 아주 마음껏 찌질해지니까 좋네!!
기태 : (마시고) 그리고 하나 더!
장미 : (보면)
기태 : 니가 내 옆에서 편하게 자는 건 좋아. 근데!!
장미 : (근데?)
기태 : 잠만 자는 건 싫다.
장미 : ...!
기태 : (힐끗) 오늘은 잠들지 말고.. 나랑 있어줘.
장미 : (쑥스러움에 피식..)
기태 : (피식..)
장미 : (피시식..)
기태 : (피시식..)
마주 보고 쑥스럽게 피시식.. 웃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S#48. 기태 집 침실 (아침)
침대 속에서 꼭 끌어안고 잠들어 있는 기태와 장미.
S#49. 기태 집 현관 밖 (아침)
삑삑삑삑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
S#50. 기태 집 거실 (아침)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의 시선으로 거실 바닥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옷가지와 속옷들 보인다.
침실에서 부스스한 몰골로 나오는 장미. 위에는 기태 티셔츠 걸치고 하의실종 상태.
잠 덜 깨 눈 반쯤 뜨고 엉덩이 벅벅 긁으며 화장실 가려다가 멈칫...!!
장미 앞에 서있는 신봉향...! 쿵...!
신봉향 : ......!!!!!!
장미 : (잠 확 깨서 눈 커다래지며)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