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0,金曜閑談(153)
1. 배에 탄 사람들은 휴게실에 앉아 각기 자기 패물이나 재산을 자랑하고 있었다.
“난 지금 이 배 화물칸에 금괴 100만불어치를 싣고 있소. 배에서 내리자마자 그 금괴를 은행에 맡기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겁니다.”
“난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만 팔아도 내가 죽을 때까지 화려하게 살 것입니다.”
“난 금화로 된 현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은행에 예금시킬 작정인데, 그 이자만 가지고도 내 일생은 편히 살 수 있지요. 내 평생 번 돈입니다.”
자기 재산에 대한 자랑을 하던 그들은 문득 아무 말 없이 빙긋이 웃으며 듣고만 있는 한 사나이를 발견했다. 그는 랍비였다. 그들 중 한 사나이가 물었다.
“랍비 님께서도 혹시 무슨 재산 같은 게 있습니까?”
옆에 서 있던 사람이 거들었다.
“랍비가 무슨 재산이 있겠어?”
그러자 랍비가 빙긋이 웃으며 대꾸했다.
“나라고 재산이 없으란 법은 없지요. 하지만 그 재산은 가장 안전한 곳에 보관돼 있지요.”
사람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랍비가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여기 이 머리 속에 쌓아놓았지요.”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껄껄 웃었다.
“농담 치고는 어이없는 농담입니다. 허허헛.”
그때였다. 커다란 배가 다가오더니 해적떼들이 그들이 탄 배로 뛰어들어왔다. 그들은 기관단총을 들이대고 소리쳤다.
“가지고 있는 것 모두를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재산을 숨기는 자는 그 자리에서 사살할 것이다.”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재산을 빼앗겼다.
해적이 배를 떠나자 랍비가 말했다.
“이것 보시오. 당신들의 재산은 모두 빼앗겼지만 내 재산은 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보관돼 있습니다. 당신들의 재산은 잃어버리거나 빼앗기거나 써 버리면 그만이지만 내 재산은 쓰면 쓸수록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이 또한 당신들이 추구하는 재산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2. 험담을 하지 말라. 나쁜 것은 우리의 기쁨이 되어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남을 중상모략하기 좋아하는 자는 영원히 미움을 받는다.
3. 거만한 자, 고집쟁이, 오만한 자, 바보들에게는 늘 예의를 보여라. 안전한 것은 그들과 늘 거리를 두는 일. 또 그들의 꾸미는 일을 일부러 못 본 체하는 것도 영리한 수법이다. 매사를 예의로 감싸버리면 그런 사람들이 꾸며내는 온갖 복잡한 일에서 간단히 벗어날 수 있다.
4. 피로 만든 역사를 세 치 혓바닥으로 깨부수는 놈들이 득세하고 있다. 머지않아 그들의 세가 민들레 씨앗처럼 공중 해체되는 날이 올 것인바, 자꾸만 그 행색이 궁금해진다.
5.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말했다. “죽음을 그토록 두려워 말라. 못난 인생을 두려워하라.”
/어슬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