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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상계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김종대
전날 장대같은 비가 쏟아졌지만 왠지 내일 아침이면 활짝 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가족들을 전부 처가인 강릉으로 보내놓고 혼자 일어나 맞는 아침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보니 맑은 하늘이 보인다..역시..기상청보다 내 예감이 더욱 적중하는 것 같아 왠지 기분도 좋다.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오디원액과 컵라면을 만들어 먹을 뜨거운 물을 준비하고 어제 미리 사다 놓은 마늘빵 정도가 내가 혼자서 준비할 수 있는 정도였다.
물론 오늘 일행이 가져 올 것들은 뻔하기 때문에 김치와 밥은 빼놓고..
유부장 집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에 도착했지만 조금 늦는단다.
허기진 배로 일찍 문을 연 슈퍼에서 찹쌀떡 3개와 컵라면 그리고 서울막걸리를 배낭에 마져 채워 놓고 나니 산행 준비 끝..
유부장 부부의 모습은 항상 풋풋해 보인다.
덕소로 가는 길에 초등학교 동창모임 이야기로 자동차안에 웃음꽃이 핀다.
동창모임에 절대 보내지 않겠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의 유부장과 한번은 가고 싶다는 그래서 제발 보내달라는 부인의 애교스런 투정..그러나 막상 가려고 해도 동창회가 있는지도 몰라 갈 수 없다는 유부장 부인의 생각을 부닺히게 만들어 버리면서 난 그저 재미있기만 하다..
강부장이 덕소로 이사간지 1년은 넘었을 것 같은데..처음으로 와본다.
덕분에 덕소라는 곳이 와부읍의 읍내라는 사실도 새로 알게 되었다.
집 앞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 강부장네 부부의 모습도 항상 보기 좋다.
투닥거리면서도 서로의 개성을 존중해 주고 항상 함께 하려 하는 모습은 나의 부족한 모습을 돌아 보게 하니까..
한번도 가보지 않은 예봉산..
사실 처음에는 예봉산만을 생각하고 왔지만 갑산을 거쳐 올라 가잔다.
다음주 설악산 산행이 예정되어 있어 이번 산행이 예행연습인 셈이란다.
나야 뭐 상관없지만 유부장 부인이 걱정이라..생각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다가 온 마을 버스가 예봉산 방향과 맞지 않아 그냥 걸어서 갑산으로 가게되었다.
자그마한 개울을 건너고 고물상을 지나 동네 사람들의 텃밭인 작은 야산을 올라선다.
갑산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 즈음..다시 도로가 나오고 중종반정의 1등 공신이며 영의정을 지낸 박원종 대감의 생가와 유택이 있는 안골장수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원주민들의 마을에 돈있는 사람들의 별장 같은 집들이 공존하고 있는 마을.
각종 창고들과 우리나라 토종 한우 축사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농촌 같지 않은 어색한 모습들이 이곳도 결국 개발의 거센 바람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착잡한 마음이 잠시 고개를 든다.
그래도 축사 속의 작은 송아지의 천진난만한 눈망울은 그저 예쁘기만 했다.
동네를 돌고 돌아 찾은 갑산 입구에 예쁘게 만들어 놓은 갑산 등산 안내도가 서있다..
남양주에서 나름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우선 지도를 항공사진으로 해 놓은 것도 그렇고 안내판의 모양새도 그랬다. 이것도 알고 보면 먹고 살만 해지니 지자체들이 산에도 관심을 가지고 가꾸기 시작한 때문이 아닐까..?
[ 사진의 왼쪽 위에 있는 작은 진을 보면 아래 시의원이 말한 내용을 알수 있다 ]
갑산(갑산)을 와부보건지소에서 바라보면 여자가 반듯하게 누워있는 멋진 모습이 연출된다.(?) 그래서 주민들은 여자 산, 미녀 산이라 불리고 있다. 미녀 산의 공제선(산과 하늘이 닿는 부분)을 바라보면 (여명이나 일몰직전 더욱 선명)긴 머리를 뒤로 풀어 놓고 반듯하게 누워 있는데 이마, 속눈썹, 긴 목선, 심지어 젖가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면 볼수록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 미녀 산아래 마을은 여인들의 기운이 드세어 바람이 많이 난다(?)는 마을의 속설이 있어 가정불화가 많았으나 우성APT건축이래 남서쪽의 음기를 막아서 마을이 평온을 찾았다고 한다. [남양주 시의원 이명승]
갑산이라는 등산로 안내도를 보고 개략 산행의 정도를 가늠해 보았지만 그다지 힘이 들 것 같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인지 등산로 역시 사람들의 발길에 닮은 흔적도 많지 않았고 어느 시골 동네의 조용한 풍경과 길가에 많은 잡풀과 이름 모를 꽃들과 나무들이 평온한 우리 산객들을 맞이해주는 듯 그렇게 본격적인 산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정수장을 지나 산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의 맨 위쪽 집 뜰 앞에 토마토 나무들이 주인의 손때를 받지 못했음인지 알이 제법 굵은 상태임에도 일부는 썩어 가고 있었다.
결국 우리네 아줌마들은 손대지 말라는 강부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뒤처지더니 결국은 사람 수대로 5개를 주인 몰래 따서 올라 온다.
못생긴 토마토..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 서다 작은 계곡을 만나 손과 얼굴을 훔치고 조금 더 올라 약수터에서 마른 목을 축이고 땀을 식히고는 토마토를 씻어 한입 우직 깨물어 먹는다...
못생기긴 했어도 그 맛 만큼은 달지도 않은것이 꽤나 맛이 있었다.....
그리고 장수약수터의 내력을 적은 안내판엔 오래된 약수터를 새로 가꾸어 병든 아내를 위해 마시게 하여 암을 고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실명을 거론하며 적어 놓았다..그래서인가..약수 맛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 오름길이 가파르기도 하며 좁은 등산로를 헤쳐 올라 가다 보니 진짜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된고개 정상이라는 안부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능선이 시작되고 있었다.
능선을 따라 조금 더 오르자 시에서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벤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벤치에서 초반에 힘에 부치는지 조금씩 처지는 강부장을 기다리며 땀을 씻어 낸다.
전날 비가 왔음인지 주변은 온통 안개에 갖혀 주변 조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햇빛으로 그을리는 것 보다는 좋지 않은가 라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누르며 비록 땀은 쉴새없이 흘러 내려도 덥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참으로 좋은 날씨였다.
다시 능선길 시작..
1시간 정도로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작은 산이었지만 된고개 정상과 조조봉, 두봉 등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러가지 내력을 가지고 있을 법한 산처럼 느껴졌다.
조조봉(비봉)..한나라 시대 조조가 갑산까지 찾아와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전설(?)을 안내하고 있는 안내판을 보면서 믿어야 할지..??
그 조조봉 우측으로 한강 조망이 멋스럽게 펼쳐졌을 만한 곳이라지만 보이는 것은 갑산을 감싸고 둘러친 안개와 그런 안개 속에 갖혀 초촉한 물을 머금고 있는 나무와 풀들 그리고 우리들 뿐이다.
그러기에 더욱 자연의 생명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살아 있음을 생명의 뿌리를 느낄 수 있음은 그런 생명수로 둘러 쌓인 산 속의 그런 차분함 속에서 내 가슴 속으로 들어 오고 있었다.
그러기에 설사 멋진 조망을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연과 생명을 새로운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 그 안개 쌓인 갑산의 산행이 좋기만 했다.
조조봉에서 갑산 정상까지는 이제 2km 정도가 남았다..
출발지점인 안골의 게이트볼장에서 갑산까지 4.6km 이정표에는 약 1시간 1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지만 산악마라톤을 한 사람 기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은 꽤 지나고 있었다.
갑산은 전체적으로 보면 육산에 가까웠다.
그래도 능선 주변에는 가끔 바위 군락이 있어 그나마 작은 경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러나 갑산은 무엇보다도 나무들이 무척이나 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제법 많은 세월을 버텨낸 듯한 굵기와 높이 그리고 빽빽하게 서있음인지 곧게 오른 나무보다도 햇빛을 찾아 이리저리 가지를 휘어 올린 모습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살아 남기 위한 경쟁에서 함께 이겨낸 그 나무들이 멋스럽기만 한게 아니라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능선길은 내림길로 변해 있었다.
가파른 내림길이 이어지고 다시 평평한 능선과 내림과 오름길이 반복되면서 정상 직전 가슴 속의 모든 숨을 끌어 내고서야 갑산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갑산 정상에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정상이라는 표지석도 특별히 앉을 만한 곳도 그리고 볼 만한 조망도 없었다.
그래도 정상이라는 것은 헹하니 서 있는 이정표가 있기에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갑산 정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그래서 아침도 먹지 않은 허기진 배를 파프리카와 마늘빵 그리고 오디원액으로 채우고 숨도 채우고 물도 채우고 힘도 다시 채운 후 예봉산까지 가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산 후 해물칼국수를 먹어여 한다는 핑계 그러기 때문에 여기서 점심을 해야 한다는 나와 강부장의 의견은 강부장 부인의 주장으로 묵살되고 말았다. 기어코 예봉산을 가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리라..
어쨓든 내림길은 오름길보다는 편하다..
하지만 내림길도 경사가 급하면 절대 쉽지 않은 곳이다.
갑산에서 예봉산으로 내려 가는 길이 그랬다...수북히 쌓인 풀들 속에 숨겨진 벽돌 들이 이곳이 헬기장이라는 말을 해주고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꽤나 경사가 급한 곳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 오다 보니 새재고개다..
갑산과 예봉산이 만나는 곳
갑산에선 단 한명도 등산객을 만나지 못했지만 이 곳 새재고개에선 제법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만큼 갑산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숨겨진 산임이 분명한 것 같았다..그래도 갑산은 예봉산과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한축이라니...
[ 위 쪽 사진의 이정표 우측이 우리가 내려 온 갑산이다..얼른 봐서는 등산로를 찾을 수 없었고 예봉산과 운길산 그리고 도곡리 하산길을 표시해 주고 있다..]
[ 아래 쪽 사진은 예봉산과 운길산을 나타내 주는 등산안내도이다. 한강을 끼고 V자 형태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운길산과 예봉산이다..다음에는 운길산과 예봉산 종주산행을 한번 해 보고 싶다..]
새재고개에는 똘배나무가 하나 있다.
아래쪽은 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작은 똘배들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위쪽에는 제법 달려 있었고 강부장은 어떻게든 따려고 애를 썻지만 역부족인 듯 싶었다..
이제 다시 예봉산이다..
갑산은 대략 3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았다.
얼마를 더 가야 할지..갸늠하긴 힘들었지만 이제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 배를 채워야 할 듯 싶었다.
한참을 일정한 경사로 이어지는 오름길을 오르자 벤치가 나타나고 우리는 그 곳을 우리들의 만찬 장소로 결정했다.
라면이 나오고 김치찌개가 나오고 막걸리가 나오고 간장에 졸인 마늘과 고추가 나오고 마늘빵까지..
진한 땀을 흘리고 먹는 늦은 아침 겸 점심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버무려지니 더욱 고소한 맛으로 힘든 과정을 잊게 만들어 준다..
막걸리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커피로 후식까지 한 우리는 다시금 예봉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출발할 때 쯤 안개는 어느 덧 걷히고 조망이 가능한 수준으로 변하고 있었다.
[남양주 시의원 이명승의 팔당과 예봉산에 대한 설명 ]
팔당리는 예봉산의 철문봉 줄기를 따라 한강에 연하는 마을로, 팔당이란 여덟 팔(八)에 집당(堂)자로 지역주변에 여덟 개의 명당이 있는 지역으로 팔당이라 불린다.
여기서 예봉산(禮峯山)은 본래 구름도 머물고 가는(구름 운치가 좋은) 운길산(雲吉山)이었고 현 운길산은 조곡산(朝谷山)이었으나 (東國輿地勝覽) 일제시대 에 토지 정리를 하면서 옆에 (동쪽 무명고지)있는 예빈산(禮賓山)의 예(禮)자와 봉안(峯安)마을에 봉(峯)을 따서 예봉산 (禮峯山)이라 불리게 된다.
예봉산 서쪽 630무명고지가 철문봉(哲文峯)으로 다산 정약용, 약전, 약종.형제가 능내리
마재의 여유당에서 집뒤 능선을 따라 쉬엄쉬엄 올라와 예봉산을 지나 이곳까지 와서 학문의 도를 밝혔다 하여 밝을 철(哲) 글월 문(文)자를 써 철문봉 이라 불리 운다.
예봉산이나, 철문봉이나 그 정상에서면 한양이 지척에 보이고 북한산, 관악산이 한 시야에 들어오며 백운대 남장대에 눈을 돌린 순간 임금이 계신 궁궐이 눈앞에 그려지니 이들 형제들이 자주 찾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여기서 예봉(禮峯)이나 예빈(禮賓) 모두 받들어 모신다는 뜻이니 한눈에 보이는 한양에 임금을 받들고 또 산허리에서 강무를 지켜보는 임금을 받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예봉산의 두 봉우리는 주민사이에 견우봉과 직녀봉이라 하여 큰사랑산 작은 사랑산이라 불린다.
사실은 예봉산에는 적갑산이라는 봉우리가 하나 더 있다..
적갑산이 별도의 산으로 인정받느지 어떤지는 알길이 없지만 분명 자신의 이름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적갑산이었다.
그러나 그 적갑산을 나는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이정표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딱히 적갑산이라고 할만한 곳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덕소 시내와 한강이 내려다 보였던 아래 사진 속 그 장소가 어쩌면 적갑산이 아니었는지..
그렇게 조망이 되기 시작했다.
맑은 하늘과 멋진 조망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기대하지도 않았던 조망이기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땀을 흘리고 올라 서자 행글라이더 이륙장소에 이를 수가 있었다...
막걸리를 파는 산속 주점이 산객들을 유혹하고 있는 그 곳이야 말로 진정한 조망을 선물해 주고 있었다.
행글라이더를 한번 타기 위해선 약 30kg에 이르는 장비를 메고 올라 와야 한다는 그들
하늘 위에서 아래의 멋진 조망을 보면서 뛰어 내릴 그들을 생각해 보니 부럽기까지 했다.
잠시 땀을 식히고 오늘의 마지막 종착지인 철문봉으로 향했다.
칼국수를 먹으려면 철문봉에서 하산길을 잡아야겠단다..
아쉬웠지만 예봉산 정상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역시 매우 가파른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지루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동막으로 내려 가야 한다지만 뭔가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는 말에 다소 맥이 빠지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좋은 산행이었다는 생각에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들어 올 틈이 없었다.
[아래쪽 사진 산아래쪽 한강 사이에 우리회사 팔당공장이 눈에 들어 온다..한강 건너 편 산은 검단산이다..]
어느 정도 한참을 내려 온 후 잠시 목을 축이고 일행들을 기다렸다.
유부장 부인의 걸음걸이가 무척이나 지쳐 보였고 절룩거리기까지 했다. 게다가 얼굴은 사색이 된 듯 아마도 무리한 일정이었던 것 같다..
괜찮으세요..?
예..괜찮읍니다..
밝은 목소리로 돌아 오는 대답에 그나마 안심을 하고 내려 선 팔당대교앞..
버스로 동막으로 이동한 우리는 해물칼국수집에서 칼국수와 감로주 그리고 동동주로 6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하며 행복한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