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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학도들에게 오데사는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는 곳이다.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의 걸작 ‘전함 포템킨’에 나오는 유명한 계단 장면 때문이다.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아이가 탄 유모차가 아래로 떨어지는 ‘계단 장면’은 몽타주 기법의 교과서로 불린다. 오데사 부두와 시내를 잇는 이 계단은 지금도 바다 향기를 날리면서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낭만의 도시 오데사는 1794년 예카테리나 여제에 의해 러시아 해안의 요새를 짓기 위해 개척됐다. 이후 러시아가 유럽으로 나가는 통로가 됐다. 지금은 크리미아 반도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양대 관광지로 명성을 더하고 있다.
지금 오데사는 흑해의 물류 중심을= 꿈꾸고 있다. 오데사 해운항만청의 드미트리 보로비오프 운영 책임자는 “러시아를 비롯해 벨로루시·그루지야 등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이 항만시설을 이용한다”며 “흑해 연안 20여 개 항만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경쟁력 있는 항만”이라고 강조한다. 향후 흑해 경제권이 뜰 경우 가장 먼저 돈과 사람이 올 곳이란다.
보로비오프 씨의 말대로 우크라이나와 서부 러시아의 철강 유통은 대개 흑해를 통한다고 보면 맞다. 오데사는 연간 8900만t의 철강 제품을 취급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유통되는 철강·곡물·원유·설탕 등 모든 물동량의 30%를 여기서 책임지고 있다.
벨로루시·러시아·몰도바·카자흐스탄 등지에서도 주문이 많다. 몰도바는 거의 모든 무역 물동량을 오데사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오일 유통지로서도 중요한 길목이다. 러시아·카자흐스탄 원유가 연간 7000만t씩 유통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원유가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 이탈리아·터키·불가리아로 간다. 흑해 내에서 오일 수송량 1위다.
오데사 항만은 5만t급 일반 화물선 10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규모. 컨테이너 선석도 2개가 있다. 보로비오프 씨는 “폭이 32m가 넘는 7만t 급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은 흑해에서 오데사가 유일하다”고 자랑한다. 다른 물류 인프라도 좋다.
키예프·모스크바를 비롯해 빈(오스트리아), 바투미(그루지야), 이스탄불(터키)을 잇는 정기항로가 잘 깔려 있고 최근엔 키예프~오데사 간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무엇보다 국가와 주(州)정부의 오데사 항 개발에 대한 의지가 적극적이다. 유셴코 대통령은 흑해 지역에 8억8200만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컨테이너 터미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류가 집중된 곳에 돈이 모이게 마련이다. 역시나, 외국계 자본이 들어와 있다. 심지어 인도 자본까지 들어와 있다. 다섯 개의 항만 터미널 가운데 두 곳이 이미 외국계 소유다. 가장 큰 제1항만은 독일계 마르트레이드와 오스트리아계 보리스트알파인이 합작 운영하고 있다.
제2항만은 이스틸이라는 인도 회사가 경영하고 있다. 보로비오프 씨는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말한다. ‘믿을 수 있나’고 묻자 “교통부에서 보증한다. 오데사는 15년 후 두 배 이상 성장한 항만이 될 것이다”고 큰소리를 쳤다.
물론 오데사 항은 한계도 있다. 도심에 항만시설이 있기 때문에 규제가 많다. 컨테이너 물동량을 늘리고 싶지만 현재로선 1~2선석밖에 늘릴 수 없다. 그래서 오데사 주의 장기 계획은 인근의 유즈니 항과 일리체브스크 항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일리체브스크 항을 철강 유통의 중심지로 키우고 오데사는 대신 크루즈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출처: 3D7237402&h=421&w=500&sz=82&hl=ko&start=2&um=1&tbnid=oVpGXDfb7uY_OM:&tbnh=109&tbnw=130&pr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