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성교육
미국의 인성교육은 19세기 교육자였던 호레이스 만(Horace Mann, 1796~1859)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교과목 학습을 통한 학업능력을 계발하는 것보다 인성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사회는 청교도 정신에 내재된 중요한 정신적 가치들을 학교 교육에 반영했다.
그러나 1·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성장을 거치며 정신적 가치보다 학업능력을 우선시하게 됐다.
1980년대에 이르러 미국 사회는 물질적 풍요 이면에 가려진 정신적 가치의 몰락을 경험하게 된다.
살인이나 강간 등 치솟는 범죄율과 이혼율, 청소년 흡연율 등 청교도 정신에 따라 세워진 미국 사회는 퇴폐의 온상처럼 변해갔다.
특히 학교 내에서 심각한 폭력 사고와 총기사고 등 충격적인 일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보수파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지식인들은 ‘Back to the Basic’ 운동을 주창하게 되었고,
사회 전반에 걸쳐 기본(basic)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 교육에 있어서 바른 품성과 예절,
사회성 기르기를 골자로 한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 결과 1994년 인성교육이 명시된 ‘학교개선법’을 연방법으로 제정했다.
학교 폭력과 약물 중독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 일탈의 근본 원인을 인성교육의 부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안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려·존중·책임·신뢰·시민의식과 같은 핵심가치들을 배우도록 명문화했다.
그리고 정규 교육과정과 교원 연수에도 인성교육을 포함시켰다. 특히 주(州) 정부가 인성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데 연방정부가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해 인성교육을 활성화했다.
지난 2000년, 캘리포니아는 주 교육법을 개정해 모든 교사에게 인성교육 지침과 방향을 제시하고,
교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했다. 2007년 주 의회는 매년 10월을 ‘인성교육의 달’로 지정해
인성교육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8개 주에서 학교 인성교육이 법적인 의무로 규정돼 있다.
텍사스 등 18개 주에서는 의무는 아니지만, 법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미국 인성교육의 특징은 도덕성뿐 아니라 사회성 함양이 교육의 큰 목표 중 하나라는 점이다.
흔히 인성교육 하면 예의범절과 같은 윤리적 측면의 교육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에서는 시민의식을
고양시키는 것도 교육의 한 축으로 여긴다. 정직과 존경, 정의와 같은 윤리적 덕목뿐 아니라 협동과 배려,
다양성, 책임 등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민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교육 과정에 자연스레 인성교육이 녹아 들어간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역사 시간에 독립선언서를 배울 때 미국 건국 과정에서 중시됐던 윤리적 가치를 익히고 이를 내면화한다.
문학에서는 도덕적·철학적 관점에서 실제 작문을 해본다. 각종 토론을 통해서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대처하는 법과 해결 방안 등을 모색하게 한다. 초등학교 과정에 ‘싸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과 같은 강의가 개설돼 있는 식이다.
또 다른 특징은 개별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점이다. 인성교육에서 강조되는 가치들은 여러 가지지만,
학교가 처한 환경에 따라 중요하게 다뤄질 덕목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획일적인 인성교육이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고 반영한다는 점
또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단, 학교가 인성교육 원칙을 수립하고 실행했다면, 이에 대한 감독과 관리도 철저하게 실시한다.
교장과 교사, 부모, 직원으로 구성한 학교개선위원회가 학교가 중점을 둬야 할 원칙을 수립하고, 1년간 실행 과정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해 꼼꼼하게 감독한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특징은 인성교육을 학교만의 역할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인성교육 분야에 있어 민간부문의 참여가 매우 활발하다. 인성교육파트너십재단(Character Education Partnership)은
매년 ‘국가적 인성우수학교’를 선정해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전파하고 있다.
조셉슨 연구소(Josephson Institute of Ethics)에서는 매년 다양한 연구·교육 자료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멘데즈 재단(Mendez Foundation)은 ‘마약·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음악과 공연, 상황극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바른 인성학습을 이끌고 있다.
휴마트 씽킹 (4차 시대를 이끄는 리더들의 생각법)
윤석만 저
시공미디어 2017.05.25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