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대문구 홍제3동에 위치한 개미마을은 1960년대 도시빈민들에 의해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으로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이다. 지리적으로는 서울의 중심인 인왕산 자락 에 자리잡고 있어 교통 및 자연환경이 매우 우수한 지역이기도 하다.
수많은 달동네가 그러했듯이 개미마을 역시 1970년대부터 대규모 철거가 몇 차례 이루어졌고, 격렬한 주민들의 저항이 반복되면서 주민들은 토지불하를 요구하기 시작했 다. 이후 토지불하와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2000년 초반에는 ‘재개발추진위원회’와 ‘이주대책위원회’가 각각 구성되었으나 별다른 진전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개미마을의 토지 및 건축물 소유관계는 매우 복잡한데, 토지불하 당시 재개발에 대한 기대로 지번을 나누지 않아 공동지분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토지소유자와 건물 소유자의 분리 · 토지 분할매각 성행은 소유관계를 더욱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개미마을의 취약한 주거환경과 기반시설은 심각하다. 모든 건물은 무허가로 복잡한 소유 관계와 얽히면서 붕괴위험에 시달리고 있고, 매년 발생하는 축대 붕괴사고로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또한 하수시설도 없어 모든 생활하수는 계곡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화장실이 없는 집도 많아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 주민들도 있다.
이처럼 취약한 기반시설과 위험한 주거환경은 어떤 형태이던지 시급한 정비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으나 ‘종상향을 통한 재개발’과 ‘집단 이주를 통한 공영개발’로 양분된 주민들의 요구와 주민들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세입자, 끊임없는 토지 분할 매각으로 인한 외지 소유자 증가 등은 개미마을에 대한 정비방향 수립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대문구청의 ‘개미마을 문화특구 지정 검토’와 서울시의 ‘도시정비사업 대안모델 시범사업’ 추진이 중단된 이유 역시 복잡한 소유관계가 얽히면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개미마을에 대한 기초조사연구는 개미마을의 복잡한 관계를 객관화하기 위함이다. 복 잡한 관계의 객관화는 정비방향에 대한 원칙을 도출해낼 수 있으며, 정비방향에 대한 원칙은 개미마을을 둘러싼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나갈 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제동 개미마을 기초조사연구』 ‘배경 및 목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