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설악산 계곡산행

[드류]

1. 칠형제봉 연릉, 잦은바윗골에서 

김선주는 자신의 삶을 가리켜 “평생 호기심은 왕성했으나 곁눈질에 머물렀고 모험에 목말랐으

나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했고, 진취적인 포즈를 취했으나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간 적이 없다”고

못마땅해 하지만 나는 그래서 그가 좋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과연 무

오류인지에 대한 회의”가 끊이지 않는 인생 선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축복이다.

--- 김선주,「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정혜신의 ‘추천글’에서)

▶ 산행일시 : 2010년 7월 24일(토), 맑음, 연무 옅게 낌

▶ 산행인원 : 9명(영희언니, 스틸영, 버들, 설앵초, 드류, 선바위, 기춘식, 신가이버, 하늘재 )

▶ 산행시간 : 13시간 47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3.6㎞

▶ 교 통  편 :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 14 ~ 04 : 02 - 설악동 소공원주차장, 산행시작

04 : 50 - 비선대(飛仙臺)

05 : 13 - 잦은바윗골 입구

05 : 57 - 암벽 밧줄 오름

06 : 19 - Y자 계곡, 왼쪽은 칠형제봉, 오른쪽은 50미폭

07 : 35 - 100미폭

08 : 56 - 희야봉 아래 안부

09 : 15 - 희야봉

11 : 00 - 설악골, 석주길 입구, 점심식사(30분 소요)

12 : 02 - Y자 계곡, 설악좌골 우골 갈림길

12 : 58 - 대슬랩

14 : 44 - 마등령 아래 주등로 진입

15 : 42 - 마등봉 능선 내림

16 : 34 - 금강굴

17 : 49 - 설악동 소공원주차장, 산행종료

21 : 27 - 동서울 강변역 도착

2. 천불동계곡, 금강굴에서

▶ 잦은바윗골, 희야봉

밤 12시 넘은 동서울종합터미널. 설악동으로 출발하기 전이다. 재작년 8월에 절반의 맛을 본 그

래서 그리 겁나지 않은 설악골을 오늘은 설악우골로 마등령을 오르기로 했는데 산행인원이 단

출하고 비 걱정 덜어진 덕분으로 잦은바위골로 들어가 천화대 넘어 설악우골로 간단다. 큰앵초

님은 등산장비로 허리벨트, 프렌드, 카라비너 묶음, 자일 등등을 꺼내 보인다.

내 겨우 예전에 안내산악회 따라 용아능선에서 맨손의 세미클라이밍을 즐겼을 뿐인데 전문산

악인들의 고유 언어인 잦은바윗골, 희야봉, 천화대를 면전에서 들으니 갑자기 불안감이 요샛말

로 쓰나미처럼 밀려들어 열대야에 한기 느낀다. 그나마 후미 위안이려니 하고 초조히 기다렸던

조프로 님이 나오지 못한다는 전언이다. 여느 때는 잠실대교 건너기가 무섭게 자기 시작했는데

이 밤은 한계리까지 오도록 잠 못 이루고 뒤척인다.

차창 밖으로 내다보는 한계리 민예단지휴게소는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비 내린다 하여 계획변

경의 은근했던 기대는 잠깐 이슬비로 그치고 만다. 미시령터널을 넘는다. 설악동 소공원주차장

이 지난주처럼 한산하다. 문화재관람료로 2,500원 억울하게 선불하고 들어간다. 신흥사 일주문

지나자 목탁소리 들린다. 박자 맞춰 걷는다. 청동대불 앞에 녹음테이프 틀었을까? 다가가니 라

이브다. 금강교 건너고 물소리는 지난주에 비해서 크게 줄었다.

날이 더디 샌다. 비선대 적벽 장군봉은 다만 실루엣이다. 설악골 입구 계류는 졸졸거린다. 돌길

로 천화대 끄트머리인 산기슭을 길게 돌아 잦은바윗골 입구. 이정표에는 비선대 1㎞, 대청봉 7

㎞. 등산화 끈 조이고 토시 낀다. 토시는 팔이 암벽에 부딪쳐 쓸릴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오지산행 여름방학 특강치고는 고급일 터. 강사는 하늘재 님, 조교는 선바위 님이다. 5시 13분.

날은 훤하다. 간다. 계류 오른쪽의 산기슭 낙엽 속 은밀한 등로다. 너덜 길 가다 급경사 사면으

로 막혀 계류 건넌다. 계곡의 바위를 암릉 타듯 하여 넘는다. 하늘재 님이 등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첫 폭포로 잡목 숲 뚫고 안내한다. 삼각대 위 카메라 감도 높이고도 릴리스로 새벽빛 한참

모은 B셔터 누른다.

그새 일행은 보이지 않게 가버렸다. 외길. 폭포 오른쪽 검은 절벽을 매어있는 밧줄 잡고 트래버

스 한다. 젖은 바위라서 미리 발걸음을 멀리 내딛어 미끄러운 정도를 파악하고 나아간다. 차츰

전후좌우로 펼쳐지는 가경이 선두 붙잡았다. 계곡이 눈에 익자 난이도를 더 한다. 도봉산의 포

대능선 진입하기 전 다락능선 암릉처럼.

협곡 왼쪽으로 세 가닥 밧줄이 달려있는 짧은 오버행. 보통은 여기에서 온 길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이제부터 잦은바윗골이라고 한다. 아울러 선바위 님의 리베로적인 활약이 시작된다. 얼른

선등하여 슬링줄 내려 일행 한 사람 한 사람 끌어올린다. 가파른 슬랩을 비스듬히 돌고 와폭인

석계반석(石溪盤石)을 지난다.

3. 잦은바윗골 첫 폭포

4. 천화대 첫 봉우리

5. 잦은바윗골

6. 잦은바윗골

7. 잦은바윗골

8. 칠형제봉 연릉

Y자 계곡. 왼쪽은 칠형제봉 리지로 가고 우리는 오른쪽으로 간다. 사방 암벽으로 둘러싸인 현폭

50미폭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100미폭 지날 때까지가 특히 잦은바윗골의 절경이다. 하늘재 님

의 카메라는 이 절경을 감당하기 버거워서일까. 버스 안에 그냥 있고, 스틸영 님의 카메라는 설

악우골에 이르러서 체(滯)하여 작동불능.

폭포수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큰앵초 님은 그 물 받아 커피 끓였다. 아주 맛있다. 50미폭을 돌아

오르자면 오른쪽 느슨한 슬랩으로 이동하여야 한다. 가파른 산기슭을 트래버스 하는 것보다 계

류 바로 옆 슬랩 암사면에 손바닥 발바닥 밀착하여 오르는 편이 낫다. 너른 소 옆 암반. 열두 폭

병풍의 칠형제봉 연릉 암벽이 자세히 보인다.

도저히 맨눈 맨입으로 볼 수 없어 탁주를 꺼낸다. 기이한 일. 남자 5명, 여자 4명. 나만 술 마시

겠다고 나선다. 다 사양한다. 평소에 주석 말석에도 감히 끼지 못하는 주량인 하늘재 님과 분음

한다. 술 복 터졌다. 50미폭 돌아 오르는 슬랩도 선바위 님의 부축으로 오르내린다. 도드라진 슬

랩을 돌파하는 것이 수월하다. 그러다 사면 샛길로 살짝 내려 폭포 위 암반에 서서 둘러보는 경

치는 압권이다.

이어서 100미폭. 상단 30m, 하단 70m다. 폭포수는 물보라 치다가 소에 이르러서는 안개로 흩날

린다. 100미폭 자체도 장관이려니와 깊은 협곡인 주변의 경치가 더욱 장관이고 대관이다. 비 내

려 큰물 지면 꼼짝없이 그대로 휩쓸릴 수밖에 없는 협곡이다. 주위 둘러보아 내 이제껏 설악산

을 잘못 알았음을 깨닫는다. 이런 데가 있을 줄을 상상조차 못했다. 남의 눈 빌리거나 내 눈이라

고는 천불동 가야동 수렴동 백운동 등지 드나들며 별유천지 들먹였는데 참으로 가소롭고 무지

몽매하였다.

50미폭, 100미폭. 아직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해 그 낙차로 가칭한다. 100미폭 이후 진행은 큰

앵초 님의 안내다. 100미폭도 오른쪽 너덜성 슬랩으로 과감히 돌아 넘어야 한다. 왼쪽의 얕은

지능선 붙들다 잡목 숲 헤치고 사면으로 질러간다. 가파름 숙지고 연속하여 지능선 횡단하면 희

야봉 아래 안부다. 오른쪽 암반으로 다가간다. 침봉의 제국에 들어선다. 천화대 리지다. 연무 옅

게 끼었으나 장마 통에 이만하면 얼마나 좋은 날씨인가!

대원사에서 펴낸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 중의 ‘설악산’에서 천화대(天花臺) 설명이다. “기암괴

석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암봉들로 그 경치 또한 가관이다. 천화대는 공룡능선에서부터 동북쪽

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외설악의 기암준령 경관 가운데 빼어난 곳이다. 설악골과 잦은바윗골 사

이의 범봉 능선에서 천불동으로 빠지는 산릉을 전부 가리켜 부른다. 천화대에서 멀리는 화채봉

과 동해가 바라보이며, 마치 꽃밭 같은 형태를 이루어 천상화원 같다 하여 천화대라고 부른다.”

과연 그렇다!

내쳐 배낭 벗어놓고 희야봉에 다니러간다. 경사 가파르지만 홀더로 돌부리 나무뿌리 튼튼하여

오르기 쉽다. 희야봉 어깨에 선다. 나이프 리지다. 바람 불어 바위 꼭 붙잡는다. 내 산행이력에

주서(朱書)로 특기할 희야봉이다. 일단의 천화대 리지 종주하는 등산객들을 구경한다. 헬멧 쓰

고 허리벨트에 등산장비 주렁주렁 매달고 리지 통과하기 바쁜 그들보다 이렇듯 사소한(?) 경치

에도 눈 휘둥그레 경탄하는 우리가 더 즐거우리라.

9. 잦은바윗골

10. 100미폭

11. 100미폭 앞에서, 왼쪽부터 선바위, 스틸영, 영희언니(존칭 생략) 

12. 천화대 오르는 중에

13. 천화대 오르는 중에

14. 희야봉 아래 안부에서

▶ 설악우골, 마등령

희야봉 아래 안부에서 설악골로 내리는 등로가 뚜렷하다. 천화대 리지 종주하는 전문산악인들

의 탈출로다. 너덜 길. 경사가 급하다. 이따금 절벽 나와 짜릿한 손맛 보며 전혀 심심한 줄 모르

고 내린다. 바람꽃 만발한 나지막한 암봉에서 주춤한다. 암봉에 다가가 까마득한 유선대며 설악

골 아찔하게 내려다본다. 오른쪽 골짜기로 내려야한다. 왼쪽은 절벽으로 떨어진다. 계속해서 너

덜 길 급전직하. 저 앞이 절벽인지 통과할 수 있는지 으레 선바위 님이 척후한다. 

석주길 끄트머리로 올라 설악골로 내린다. 석주길 입구이기도 하다. 석주길의 유래. 1967년 가

을 요델산악회의 두 연인인 엄홍석과 김현주가 천당폭 빙벽에서 한 자일로 설악의 품에 영원히

안겼고, 1969년 10월 요델산악회의 악우인 송준호가 석주길을 개척하여 절친했던 앞서간 두 악

우의 이름 끝 자를 각각 따서 석주길이라고 명명하였다.  송준호는 1973년 초  토왕폭에서 실족

사 했다.

큰앵초 님이 희야봉에서 본 에델바이스는 그들의 넋인가 보다. 희야봉 하강 길에 이들의 추모동

판이 있다고 한다. 그 글귀의 일부다.

“… 이 아름다운 설악의 山陵에

한 송이 에델바이스로 피어나

영원히 山情 마시며 …”

그늘진 너른 암반에 둘러 앉아 점심밥 먹는다. 탁주 반주는 오로지 내 몫이다. 설악우골로 향한

다. 곧 Y자 계곡. 재작년의 설악좌골은 황량했다. 범봉 자락은 사태 나서 긴 슬랩으로 변했었다.

설악우골의 계류는 잠시 밭다가 다시 흐른다. 선바위 님과 하늘재 님 간의 설악우골 위치논쟁이

흥미롭다. 선바위 님은 설악우골을 고유지명으로, 하늘재 님은 보통지명으로 얘기하는 것 같다.

선바위 님 말이 맞다(도대체 모르는 것이 없다). 월간「사람과 산」2002년 6월호 별책부록 ‘설

악산’에서의 설명이다. “설악좌골은 범봉 안부나 1275봉 남동쪽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반

면에 설악우골은 1275봉과 나한봉 사이 암벽 아래서 길이 끊어져 일반인들은 산행이 거의 불가

능하다.”

우리는 하늘재 님이 주장하는 설악우골로 간다. 연속해서 나타나는 Y자 계곡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와폭 곁에 둔 대슬랩이 나온다. 축축한 계수(溪水) 왼쪽보다 오른쪽 널찍한 슬랩이 오르기

쉽다. 뒤돌아보면 탁 트인 전망으로 천화대 연봉이 현란하다. 그에 취해 갈 길 잊는다. 천화대

맹주인 범봉 휘하 무수한 첨봉이 기치창검으로 솟았다.

이다음 슬랩이 까다롭다. 하늘재 님 선등. 슬랩 왼쪽 가장자리 잡목 숲을 비집고 오르다가 턱진

오르막에서 잡을 것이 마땅하지 않아 후미에 있는 선바위 님에게 응원 청한다. 줄줄이 지체한

다. 그새 버들 님이 오른쪽 슬랩으로 나가 용감히 전진한다. 2m쯤 전진했다. 그 위는 잡은 것 없

는 젖은 암사면. 힘썼으나 그만 엎드린 채로 주르륵 미끄러진다. 어어 하는 질린 외침. 5m쯤 미

끄러지다 떨어지기 직전 큰앵초 님이 낚아챘다. 만세! 살았다!

이 긴박한 상황을 모두가 빤히 구경했다. 선바위 님이 앞서 올라 자일 깐다. 통과하고 나서 털썩

주저앉아 놀란 가슴 쓸어내린다. 이후 계곡은 흐지부지 되더니 너덜 길로 변한다. 사면 잡목 숲

뚫는다. 고도 1,000m를 넘는다. 그래서다. 곰취가 흔하다. 암봉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오르고

마등령 아래 주능선에 진입한다. 이로써 긴긴 시간 장려하던 파노라마는 막을 내린다.

마등봉 사면 돌며 전망대마다 들려 예전부터 눈에 익은 경치인 1,275m봉, 나한봉, 천화대 연봉

침봉을 들여다보기보다는 희야봉 짚어 방금 설악골로 내린 골짜기 찾는다. 마등봉 능선에 들어

서 쭉쭉 내림 길이다. 철계단 지나 공포의 돌길이 시작된다. 절뚝거리며 내린다. 금강굴도 들린

다. 철계단. 108개일까? 확인한다. 112개다. 전망대 뒤로 계단은 이어진다. 또 센다. 187개다.

비선대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계류로는 금줄 쳐 탁족하는 것을 막았다. 설악동 소공원

까지 3㎞. 그 팍팍한 길을 희야봉 오르내린 잔상 오롯이 그리며 간다.

15. 희야봉 아래 안부에서

16. 맨 오른쪽이 희야봉

17. 범봉 앞 봉우리

18. 희야봉에서

19. 맨 오른쪽이 천화대 왕관봉

20. 범봉

[하늘재(김석호)]

절경입니다...14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단풍든 잦은바위골의 가을비경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사진을 200장 넘게 찍으셨는데 모두 사장(死藏)되는 건가요

[하나늘(조오현)]

설악과 어우러진 우리님들 아름답습니다작년 가을 하늘재와 100m 폭포에서 돌아왔던 곳

[인샬라(정도환)]

모처럼 드류성님의 카메라도 신이나서 춤을 췄을 것 같습니다. 시원한 사진....멋져부러

[캐이]

말로만 듣던 잦은바위골 희야봉 석주길....부럽게 잘 봤심다...주루룩 미끄러지던 버들님은 식껍했겠구먼유 바우는 당최 무서버서리그림이라도 잘 보았슴돠

[파랑새]

설악의 깊은 곳엔 별천지가 다 있군요 가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