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1990)[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등의 시집을 간행함. 1989년 제3회 소월시 문학상, 1997년 제 10회 동서문학상 수상.
( 정호승 시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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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백합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lily
정호승
1950년 경상남도 하동 출생
<설굴암에 오르는 영희> 당선
동인
시집 으로 『새벽 편지』(1987),
『별들은 따뜻하다』(1990)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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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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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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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창밖에 기대어 흰눈을 바라보며 얼마나 거짓말을 잘 할 수 있었으면 詩로써 거짓말을 다 할 수 있을까. 거짓말을 통하여 진실에 이르는 거짓말의 詩를 쓸 수 있을까. 거짓말의 詩를 읽고 겨울밤에는 그 누가 홀로 울 수 있을까. 밤이 내리고 눈이 내려도
단 한번의 참회도 사랑도 없이 얼마나 속이는 일이 즐거웠으면 품팔이 하는 거짓말의 詩人이 될 수 있을까. 생활은 詩보다 더 진실하고 詩는 삶보다 더 진하다는데 밥이 될 수 없는 거짓말의 詩를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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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 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벅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래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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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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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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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그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내가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 주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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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그 개미떼들이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절벽은 있다
언젠가는 기어이 올라가야 할 언젠가는 기어이 내려와야 할 외로운 절벽이 하나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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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강
꽝꽝 언 겨울 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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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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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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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에 대하여
벼락맞아 쓰러진 나무를 보고 처음에는 무슨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듬해 봄날 쓰러진 나무 밑동에서 다시 파란 싹이 돋는 것을 보고 죄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나무가 벼락을 맞는다는 것을 나무들은 일생에 한번씩은 사람들을 위해 벼락을 맞고 쓰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누가 나무를 대신해서 벼락을 맞을 수 있겠느냐 오늘은 누가 나무를 대신해서 벼락맞아 죽을 사람이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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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노래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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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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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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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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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足式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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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
어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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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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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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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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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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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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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더이상 내가 팬티만 입은 채 야산에서 알몸으로 발견되지 않기를 사람도 오가지 않는 아직 잔설이 남아 있는 낙엽더미에 그대로 고요히 덮여 있기를
진달래 한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나 지리산 진달래로 피어나 섬진강 따라가는 봄바람이나 되리니 멀리 뻘배를 타고 갯벌로 나아가 게구멍이나 기웃거리며 한평생 게들과 노니려니
전국에 전단지를 돌리며 아들아 나를 찾지 마라 아내여 날마다 이혼하고 술이나 마셔라 과거의 들녘에는 언제나 검은 기차가 지나간다 누구에게나 먼 지옥은 가깝다
더이상 내가 팬티만 입은 채 갯가에서 알몸으로 발견되지 않기를 경찰들이 또 나를 찾아와 지문을 채취하고 침을 뱉지 않기를 달빛에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고 그저 개불 곁에 고요히 숨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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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짐에 대하여
나는 넘어질 때마다 꼭 물 위에 넘어진다 나는 일어설 때마다 꼭 물을 짚고 일어선다 더이상 검은 물속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잔잔한 물결 때로는 거친 삼각파도를 짚고 일어선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좋다고 생각하면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제비꽃이 핀 강둑을 걸어간다
어떤 때는 물을 짚고 일어서다가 그만 물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예 물속으로 힘차게 걸어간다 수련이 손을 뻗으면 수련의 손을 잡고 물고기들이 앞장서면 푸른 물고기의 길을 따라간다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세운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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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아파트 경비원 혼자 라면을 끓인다 한 평 남짓한 좁은 경비실에 앉아 입을 벌리고 졸다가 일어나 끓인 라면을 혼자 먹는다 한낮에 맑게 울던 매미는 울지 않고 오늘따라 별들도 보이지 않고 밤늦게 주차하는 자동차의 찬란한 불빛을 뚫고 키 작은 소녀 김치 한 사발을 들고 온다 인간에게는 왜 도둑이 있는지 인간이 왜 아파트를 지켜야 하는지 인생을 지키기도 힘든 여름밤 거미줄이 내 얼굴에 걸려 무너진다 나는 아직 거미의 먹이가 되지 못하고 거미의 일생만 뒤흔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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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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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1990)[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등의 시집을 간행함. 1989년 제3회 소월시 문학상, 1997년 제 10회 동서문학상 수상.
( 정호승 시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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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백합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lily
첫댓글 가을에 어울리고 제 마음같은시 한편 있어 감상하구 제 집으로 담아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