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안전을 위협하는 건 극렬팬들의 훌리간만이 아니다. 러시아 전역의 떠돌이 개도 처음 방문한 외국인에게는 위협이 된다. 근데, 떠돌이 개를 없애는 것과 동물보호단체가 이를 비난한 것 사이에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아직 보신탕을 먹는 한국인들은.. https://bit.ly/2stzTG4
세계적인 행사를 하나 치르려면, 주최국은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전통 때문에 홍역을 치르곤 한다. 88서울올림픽과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서방 언론이 제기한 개고기, 보신탕이 대표적이다. 내달 월드컵이 개막하는 러시아엔 그런 게 없을까?
당연히 있다. 소위 '개의 천국'이다 보니, 떠돌이 개 문제다. 프랑스의 지저분한 개똥은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떠돌이 개는 혹시 사람이라도 물면? 월드컵 대회 안전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외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소치, 예카테린부르크 등 러시아 월드컵 개최 도시 11곳에 있는 떠돌이 동물은 약 200만 마리에 달한다. 실제로 러시아서 거주한 한인치고, 큼지막한 떠돌이 개에 공포를 느껴보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야 한다. 그러니 넘쳐나는 떠돌이 개 처리가 러시아엔 골치거리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안락사일텐데, 이게 또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지 않으니, 고민이다. 이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러시아에선 떠돌이 개 집단 도살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같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운동가들은 “올림픽 개최지인 소치 주변을 배회하던 개 수천 마리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자취를 감췄다”며 집단 도살설을 제기한 것.
그러나 소치 시 당국은 “해마다 하던 대로 떠돌이 개를 붙잡아 보호소로 보내고 있다”고 항변한다. 러시아 당국은 떠돌이 개의 수를 통제하기 위해 매년 민간기업과 계약을 맺는데, 올해는 이를 위한 입찰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붙잡고, 가두고, 중성화 수술을 하고, 안락사하는 예산이 무려 1700억원 가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월드컵을 찾은 축구팬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하고, 안전을 확보하려면 떠돌이 개 대책을 세우는 게 당연할텐데, 이게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 러시아 당국자들이 거리에서 떠돌이 동물을 없애려 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니, 러시아 당국으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개 좋아하는 국민이라고 하면, 러시아만한 곳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