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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의 면책조항 적용 관련 최근 대법원 판례 검토
양승현 연구위원 (보험연구원)
요 약
최근 대법원은 우울증을 앓던 피보험자가 신변을 비관하여 자살한 사건에서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함. 우울증과 자살 간에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볼 수 있고, 망인의 사망시점의 행위(가족과 통화, 통제력이 요구되는 자살방법 등)
를 들어 이를 섣불리 부정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임. 검토컨대 자살을 면책사유로 하는 취지 및 자살 억제・
예방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면책제한사유를 넓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사료됨
○ 지난 5월 18일 대법원은 우울증을 앓던 피보험자의 자살이 보험회사의 면책이 제한되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 판결1)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 재심리토록 함2)
∙ 2012년경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된 상해보험의 약관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피보험자의 고의’를
정하고 있고,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3)에
는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었음
- 망인은 2010년경 우울증 진단을 받고 2016년경 주요 우울병, 강박장애 등 진단을 받았으며 사망 전해인 2018
년에도 우울증 등으로 입원치료 등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는바, 2019년 허리를 다쳐 치료를 받던 중
사망 보름 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사망 전일 지인들과 다량의 음주를 한 후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함
○ 사망보험의 면책사유가 되는 자살이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
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킨 행위를 의미하며,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바4)5) 이 사건에서 우울증을 앓던 피보험자가 자
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가 문제 되었음
∙ (판단기준) 특정 사안에서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①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②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 상황,
③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④ 자살자를 에워
각주
1) 인천지방법원 2022. 5. 20. 선고 2021나51785 판결
2)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38800 판결
3) 면책사유인 자살(自殺)과 구분하여 자사(自死)라고 일컫기도 함
4)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등임
5)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는 일종의 의사무능력의 상태로서 자살에 대한 고의가 형성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자살한
것은 ‘고의’가 없기 때문임(황현아(2021), 「2021년 보험 관련 중요 판례 분석(I)」, 『KIRI 보험법리뷰』, 보험연구원, p. 5; 양승규・장경환
(2010), 「피보험자의 자살과 사망보험금」, 『보험법연구』, 제4권, 제2호, p. 210)
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⑤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⑥ 기타 자살의 동기, ⑦ 그 경위
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함6)
○ 망인의 유족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이 사건 1심 법원7)은 망인이 사망 당시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
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아 원고 승소 판결을 하였으나, 항소심인 이 사건 원심 법원은 보험회
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함
∙ 원심 법원은 망인이 2010년경 시작된 우울증의 악화로 인해 자살에 이르게 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우울 증세의 정
도나 지속성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되었다 단정할 수 없다면서, 자살 무렵 망인의 구체적 상태와 행
태, 자살행위의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또는 우연히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함
- 구체적인 판단근거로 (i) 망인에게 환각, 망상, 정신병적 착란증상 등이 없었고, (ii) 사망 즈음까지 사회생활을 했
으며, (iii) 사망 직전 가족들과 통화하며 ‘보고 싶다’, ‘죽고 싶다’, ‘엄마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고, (iv) 자살기도 방식도 충동적・돌발적이라 보기 어려우며, (v) 많은 자살이 우울증
을 동반하거나 그 상태 때문에 이루어지는 점을 지적함
○ 대법원은 관련 법리로 판단기준을 인용하면서도 ‘우울병 등 진단을 받아 상당 기간 치료를 받아왔고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 자살 무렵의 상황을 평가할 때는 상황 전체의 양상과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특정 시점의 행위를 들어 상황을 섣불리 평가하여서는 안된다’고 덧
붙이며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함
∙ 대법원은 망인이 자살 9년 전부터 주요 우울병 등을 앓으며 반복적으로 죽음을 생각해온 점을 중시하여 자살 무렵
신체적・경제적・사회적 문제로 망인을 둘러싼 상황이 나빠지고 특히 자살 직전 음주로 증상이 급격히 악화됨으로써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았음
- 원심은 망인의 사망 직전 가족과의 통화 내지 자살 기도 방식 등으로 미루어볼 때 망인이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
된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은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
진 이후의 사정이므로 이를 주된 근거로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음
∙ 이 사건 원심 법원이 사망 무렵 망인이 자신의 행위를 인식하고 의도하였는지를 중시한 반면, 대법원은 오랜 우울증
투병과 사망 간의 관련성을 보다 중시한 결과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른 것으로 이해됨
○ 유사 사안에서 대법원은 기존에 이 사건 원심 법원과 같이 사망 무렵 망인이 자신의 행위를 인식하고 의도하였는
지 여부를 중시하여 판단해왔으나, 2021년 우울증과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을 강조한 판결(이하, ‘20
21년 판결’)이 선고된 이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
∙ (기존 판결) 극도의 흥분・불안, 순간적인 공황상태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사망의 결과 및 주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제대로 이해・예측하지 못한 채 극도의 모멸과 격분된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8) 혹은 음주로 인한 병적 명정으
로 심신을 상실한 나머지9)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봄
- 반면 망인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근무에 지장이 없었고 사망 무렵 병가를 신청하고 유서를 남기는 등 신변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인 사안에서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자살로 인정하지 않음10)
∙ (최근 판결) 망인이 여러 해 동안 우울증을 앓으며 입・퇴원을 반복하던 중 목매어 자살한 사건에서 2021년 대법원
은 ‘주요 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11)12)함
- 이후로 이러한 법리에 따라 주요 우울장애나 심각한 우울증과 자살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사망 무렵 망인의
행태에서 어느 정도 계획성과 통제력이 엿보이더라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자살이라고 본 판
결이 다수 선고됨13)
○ 2021년 판결이 우울증과 자살 사이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의학적 견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한발 더 나아가 우울증과 자살 간에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망인의 사망시점의 행위를 들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음을 섣불리 부정하여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음
∙ 자살 무렵 사망자의 행태, 자살의 방법 등에 비추어 망인이 자기의 행위를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사망의 결과를 발
생시켰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러한 망인의 결정이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판단력이나 억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됨
- 이처럼 면책제한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최근 판례 경향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권자의 입증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망인의 유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보는 견해들이 존재함14)
○ 검토컨대 내인성(內因性) 우울증이 존재하고 자살이 급성 우울증 국면에서 행해졌다면 의사결정능력 결여가 인
정될 수 있지만,15) 이를 판단함에 있어 우울증과 자살 간의 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지나치게 중시하거나
망인이 사망시점에서 의사결정능력을 보유했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규범적 판단을 배제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
가 있다 사료됨
∙ 피보험자의 자살을 면책사유로 하는 것은 자살은 고의사고로서 우연성, 선의성, 보험단체성 등 보험의 일반원칙에
주석
8)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9)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76696 판결
10)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11) ‘주요 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 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
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만약 법원
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함(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12) 다만, 이 사건에서는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 여부도 쟁점이었는바, 최종적으로 보험금 지급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아니함
13)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1다270555 판결,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2다241493 판결, 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0다
263567 판결 등임
14) 최정식(2022), 「생명보험약관상 심신상실상태의 자살면책에 관한 연구」, 『숭실대학교 법학논총』, 제51집, p. 475; 김형진・박형호(2023),
「정신질환(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시 보험약관상 면책조항의 적용 기준」, 『보험법연구』, 제17권, 제1호, p. 216
15) 양승규・장경환(2010), 「피보험자의 자살과 사망보험금」, 『보험법연구』, 제4권, 제2호, p. 216
반할 뿐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자살이라는 행위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보험이 오히려
자살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임16)
- 그럼에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자살에 대해 보험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고의성이 없어
도덕적 위험과 거리가 있기 때문인바17) 그 판단은 고의, 즉 사망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존재하지 않거나,18)
그와 동일시할 수 있을 만큼 자살의사를 형성・제어하는 과정이 비정상적이었던 경우19)로 좁게 해석해야 함
∙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자살 간의 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은 망인의 자살충동의 정도와 그로 인해 정상적 의사
형성이 불가능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주요한 증거이지만, 그것만으로 사망 당시 망인이 사망에 대한 ‘인식’ 내지
‘의사’가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음
- 성인 자살자의 약 90%, 청소년 자살자의 약 94%에서 하나 이상의 정신질환이 발견될 정도로 정신질환은 자살
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자살로 사망한 자의 60%는 우울증을 동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우울
증과 자살 간의 관련성이 높음20)
- 정신질환 등으로 판단력이나 억제력이 저하된 나머지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하게 된 경우에 보험금 지급을 폭넓게
인정한다면 자살을 면책사유로 하는 취지가 몰각될 수 있음
∙ 자살이라는 보험원칙에 위반되고 사회적으로 억지와 예방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보험 보장 내로 포섭하는 것이 정당
한가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필요한바, 이를 위해서는 자살과 우울증 간의 의학적 관련성을 절대시하기보다 사망 당
시 망인의 행태, 자살의 방법 및 태양 등 다양한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료됨
주석
16) 박세민(2015), 「생명보험약관의 자살부책조항에서 심신상실 상태에서의 자살과 관련된 해석상의 문제점에 관한 연구」, 『고려법학』, 제76호,
pp. 355~356
17) 박세민(2015), p. 357
18) 황현아(2021), p. 4
19) 김혜영(2016), 「피보험자의 자살과 보험약관상 정신질환 면책조항에 대한 고찰」, 『보험법연구』, 제10권, 제1호, p. 136
20) 김미영・하수정・전성숙(2015), 「만성 조현병, 우울증, 조울병 환자의 자살사고 관련요인」, 『J Korean Acad Psychiatr Ment Health
Nurs』, Vol. 24, No. 4, p. 217 및 p.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