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의 역설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의 이론이 발표된 지 몇 년이 지난 1952년에
파리에서 잠재적 위험과 관련한 경제학을 토론하는 회의가 열렸다.
당시 내로나하는 경제학자 상당수가 모였는데,
미국에서는 훗날 노벨상을 수상하는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을 비롯해 최고의 통계학자 지미 새비지(Jimmie Savage)등이 참석했다.
회의를 준비한 사람 중에는 역시 몇 년 디에 노벨상을 받는 모리스 알레(Maurice Allais)가 있었다.
그는 유명한 참석자들을 테스트할 선택에 관한 질문 두 개를 몰래 준비해두었다.
이번 29장과 관련해 말하자면, 알레는 참석자들이 확실성 효과에 쉽게 영향을 받는 탓에
기대효용 이론과 그 이론의 토대가 되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공리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증명할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알레가 만든 선택 문제를 간단하게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독자는 A와 B에서 각각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A. 61퍼센트 확률로 52만 달러를 받거나, 63퍼센트 확률로 50만 달러를 받거나.
B. 98퍼센트 확률로 52만 달러를 받거나, 100퍼센트 확률로 50만 달러를 받거나.
대부분의 사람은 A에서는 왼쪽을, B에서는 오른쪽을 선택한다.
이렇게 선택한 사람은 논리를 무시하고 합리적 선택이라는 규칙을 어긴 '죄인'이다.
파리에 모인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도 '알레의 역설'이라는 좀 더 복잡한 문제에서 비슷한 죄를 저질럿다.
이 선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구슬이 100개가 들어 있는 단지에서 무작위로 구슬을 꺼내 결과를 결정한다고 상상해보자.
빨간 구슬이 나오면 돈을 받고, 흰 구슬이 나오면 돈을 못 받는다.
A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왼쪽 단지를 선호한다.
오른쪽 단지보다 빨간 구슬이 적지만 (빨간 구슬이 왼쪽 단지에는 61개, 오른쪽 단지에는 63개가 들었다.).
받는 금액 차이가 승패 차이보다 더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B에서는 상당수가 50만 달러를 무조건 받을 수 있는 오른쪽 단지를 선택한다.
게다가 A.B에서 모두 자신의 선택에 만족한다. 문제의 논리를 자세히 따져보기 전까지는.
두 문제를 비교하면 . B의 단지 두 개가 A의 단지 두 개보다 돈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의 두 단지는 A의 두 단지에서 각각 흰 구슬 37개를 빨간 구슬로 바꿔놓은 셈이니까.
하지만 B의 두 단지에 빨간 구슬이 똑같이 37개 늘었어도 그 효과는 왼쪽 단지가 오른쪽 단지보다 확실히 더 크다.
빨간 구슬 하나가 왼쪽 닺지에서는 52만 달러 가치가 있지만,
오른쪽 단지에서는 50만 달러 가치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A에서는 왼쪽 단지를 선택해놓고, B에서는 오른쪽 단지를 선택한다.
이런 식의 선택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심리적으로는 알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
확실성 효과 때문이다.
B에서 100퍼센트와 98퍼센트의 3퍼센트 차이는
A에서 63퍼센트와 61퍼센트의 2퍼센트 차이보다 압도적으로 더 인상적이다.
알레가 예상했듯이, 회의에 참석한 수준 높은 학자들은 회의가 끝날 무렵 알레가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
자신의 선호도가 효용 이론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알레는 자신의 발표가 폭탄선언쯤 되려니 예상했다
주요 결정 이론가들이 합리성을 바라보는 자신의 견해와 맞지 않는 선호도를 보이지 않았는가!
알레는 참석자들이 , 알레가 "미국 학파"라고 다소 경멸적으로 이름 붙인 접근법을 포기하고,
알레가 개발한 선택 논리를 대안으로 채택하겠거니 믿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곧 크게 실망하고 만다.
결정 이론의 열렬한 팬이 아닌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알레의 문제를 무시했다.
널리 사용되고 유용하다고 인정되는 이론이 도전을 받을 때 흔히 그렇듯이,
이들은 알레의 문제를 이례적인 사례로 언급하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기대효용 이론을 계속 사용했다.
반면에 통계학자, 경제학자, 철학자, 심리학자를 아우르는 결정 이론가들은
알레의 도전을 사뭇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아모스와 내가 연구를 시작할 때, 우리 목적 하나는
알레의 역설을 설명할 만족할 만한 이론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알레를 비롯해 대부분의 결정 이론가들은 인간의 합리성을 여전히 신뢰한 채
합리적 선택이라는 규칙을 변형해 알레의 선택 유형도 그 규칙에 포함되도록 만들려 했다.
여러 해 동안 확실성 효과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설득력이 떨어졌다.
아모스는 이런 노력을 진득하게 봐주지 못했다.
그는 효용 이론에 어긋나는 사례를 합리화하려는 이론가들을 "잘못된 사람을 옹호하는 변호사"라 불렀다.
우리는 방향을 바꿨다. 효용 이론을 합리적 선택의 논리로 그대로 놔둔 채,
사람들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의 선택이 합리적이든 아니든 그 선택을 설명할 심리학 이론을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는 전망 이론에서 결정 가중치를 확률과 다르게 취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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