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옷을 잃고 삶도 잃다 - 외투
분류 단편소설/창작/발표시기 1843년/국가 러시아/작가니콜라이고골(Nikolai Gogol)
새로 맞춘 외투를 빼앗겨 상심한 나머지 죽고 만 하급 공무원의 이야기로,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고골의 대표적 단편소설 중 하나이다.
작품 소개
고골은 네진 김나지움을 졸업한 후 1828년부터 1836년까지 러시아 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살았다. 페테르부르크가 풍기는 도시의 무미건조함과 몰개성에 적응하지 못했던 고골은 도시의 부정적인 특성을 표상하는 작품들을 쓰게 되었다. 〈외투〉는 고골의 작품 중 특히 인기가 있었던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중 하나로, 이는 영웅적 주인공이 아닌 ‘작은 인간들’, 즉 하급 관료, 군인, 학생 등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야기들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9등 문관, 즉 하급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삶은 도시의 각박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서라는 하찮은 업무를 몹시도 사랑했던 아카키는 외투 장만에 집착하는데, 이 외투는 소유의 욕구를 상징한다. 외투 때문에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급기야는 목숨까지 잃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 보임으로써 애잔한 인간성의 한 단면을 놀라울 만큼 사실적으로 형상화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라고 평할 만큼 〈외투〉는 사실주의 기법이 도드라진 고골의 대표적인 걸작이다.
줄거리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공문서를 정서하는 9등 문관으로, 승진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쉰 살이 넘도록 정서 업무에만 만족하며 살아왔다. 어느 초겨울, 오랫동안 입은 낡은 외투를 수선하러 간 아카키에게 재봉사 페트로비치는 더 이상 수선이 불가능하니 새 외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카키는 먹고 입는 것을 아끼고 또 아껴 새 외투를 장만한다.
새 외투를 입고 온 아카키를 관청의 동료들은 떠들썩하게 축하하며 파티까지 열어주지만, 파티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카키는 강도에게 새 외투를 빼앗긴다. 경찰에 신고를 해놓고도 외투를 찾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던 아카키는 ‘중요한 인사’를 찾아가 청탁해 보라는 주변의 충고에 따라 고급 관료를 찾아간다. 고급 관료에게 되려 질책을 듣고 너무도 상심한 아카키는 집에서 앓다가 숨을 거두고 만다.
얼마 후 페테르부르크 시내에 외투를 빼앗아가는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떠돈다. 아카키를 질책했던 ‘중요한 인사’는 이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다가 어느 날 저녁 외투를 내놓으라는 유령의 위협에 자신의 고급 외투를 벗어놓고 혼비백산해 집으로 돌아온다. 그 뒤부터 유령이 외투를 빼앗아간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된다.
작품 속 명문장
“그는 늘 같은 자리와 같은 처지, 그리고 같은 직급에서 변함없이 정서하는 관리로 일했으며, 훗날 사람들은 그가 분명 대머리에 문관 제복을 입고서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춘 상태로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었다. 관청 사람들은 그에게 아무런 경의도 표하지 않았다.”
“이날은 온종일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게 실로 가장 성대한 축일이었다. 그는 최고로 행복한 정신 상태로 퇴근하여, 외투를 벗어서 애지중지하며 벽에 걸어놓은 후 겉감과 안감을 실컷 감상한 후에 완전히 누더기가 되어버린 예전 ‘덮개’를 일부러 다시 끌어내 비교해 보았다.”
“으! 드디어 너로구나! 드디어 네놈을 잡았어! 네 외투가 내게 필요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책망하다니, 네 것을 당장 내놔!”
작가 소개 니콜라이 고골(Nikolai Vasilievich Gogol, 1809. 3. 20.~1852. 2. 21.)
1809년 우크라이나 폴타바의 폴란드-우크라이나계 소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1828년 네진 김나지움를 졸업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건너와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1831년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한 첫 소설집 《디칸카 근교의 야화》를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우크라이나를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다룬 이 소설들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유명인사가 된 고골은 푸시킨 등의 문호들과 교류하기 시작했고 역사, 드라마, 에세이, 픽션 등 다양한 문학 장르를 실험하며 1930년대를 보냈다.
1835년에는 《아라베스크》와 《미르고로드》가 출간되었다. 《아라베스크》에는 고골의 사실주의 기법이 확립된 단편 〈광인일기〉, 〈초상화〉가 수록되어 있으며, 《미르고로드》는 환상성과 풍자성이 돋보이는 작품 네 편을 담았다. 1836년 〈코〉와 〈마차〉가 문학 잡지에 발표되었고, 같은 해에 《감찰관》이 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되어 호황을 누렸다. 《감찰관》은 고골이 자신의 창작 경향을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새롭게 전향한 첫 번째 작품이다.
1836년 이후로는 로마 등 주로 외국에 거주하면서 《죽은 혼》 1부를 집필했다. 고골의 문학적 역량이 집결된 대작 《죽은 혼》 1부는 1842년 출판되어 문단에서 절대적인 호평을 받았으며, 같은 해 전집에 포함되어 발표된 〈외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걸작 단편소설이다. 1840년대를 거치며 작가로서 자신의 재능에 회의를 느낀 고골은 악에 대해 풍자한 지금까지의 소설과는 다른, 도덕적 완성과 악에서의 부활을 그린 《죽은 혼》 2부를 집필하기 시작하지만 완성하지는 못한다. 이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고골은 식사를 거부하다 1852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