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림 칼럼>
미국의 노골적인 일본 편들기
최광림(본지 주필)
미국은 6일(현지시간)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북한을 제외한 5개 6자 회담
참여국과 다른 선택사항에 대해 논의할 방침을 시사하며 대북 압박에 대한 수위를 한층 강화
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에 대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방해하지 말
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하는가 하면 한, 중 양국에 대해 악화된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라고
요청했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방미중인 누카가 후쿠시로 전 방위청 장관 등 일본의
초당파 안보 의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중-일-한-러-
미 등 5개국은 다른 '외교적' 선택사항을 논의해야 한다"며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북한의 마약 밀수나 위조지폐 적발 강화 등을 거론하
고 "북한의 마약 밀수와 위조지폐, 핵물질 확산 가능성 등을 다루기 위한 조치에 관해 일본
과 협의하고 싶다"고 밝혀 미-일 동맹을 주축으로 대북 강경 압박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
다. 또 그는 북한 지도자인 김정일이 무엇을 원하는지 예측하기가 솔직히 어렵다면서 미국
은 핵무기실험 준비 등을 포함해 북한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미국
은 6자 회담을 재개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희망하고 있다"는 통속적인 말을 되풀이했다.
번스는 대북 강경 압박에 이어"미국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방해하지 말
라고 중국에 직접적으로 촉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일본은 미국이 지지하는 유일
한 나라다. 오는 9월까지 안보리 개혁에 관한 진전을 보길 원한다"는 말로 올해 안에 일본
이 상임이사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말하자면 일본의 상
임이사국 진출 반대국가에 대한 협박성 경고다.
이와 함께 최근 중국 내에서의 반일 집회에 대한 우려를 중국에 전달하면서 한국과 중국에
일본과의 악화된 관계를 회복하라는 주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특히 "한국에게 일본과의
관계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말로 미국이 최근 비공식적 통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게 일본과
의 관계 개선에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이처럼 미 정부 고위관리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에 반대하는 한국과 중국에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노골적인 일본 편들기에 나선 미국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씁쓸함 그 자체다. 아니
미국의 방만적 패권주의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이 찰떡궁합으로 어울린 형국이다. 쓴 소리
를 가미하자면 '놀고있는 이무기'가 따로 없다.
미국은 세계 제패를 꿈꾸던 일본을 원폭투하로 굴복시킨 나라다. 그런 전범국 일본을 다시
품에 끌어안고 동반제패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국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전범국가라고 해서 손을 잡고 인류평화나 화해의 시대를 열어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만
과거의 잘못에 대한 냉철한 반성이나 거듭남이 없는 그런 상대를 무조건 감싸안고 한 운명
의 공동체 안에 귀속시키려는 미국의 어설픈 입지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대북 핵 압박 역시 그렇다.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의 비핵화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
다. 북의 벼랑끝 외교전술도 문제는 있으나 원초적인 문제는 처음부터 잘못 그려진 힘에 의
한 억압의 논리다. 단순비교식 우문을 던진다면 왜 칼자루는 손에 쥐고 채 만들어지지도 않
은 남의 칼은 무조건 버리라는 식인가 말이다. '나도 버릴 테니 너도 버려라'는 등식은 성립
할 수 있어도 빵을 먹으면서 남의 빵을 빼앗는 무력적 행위는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그만큼
정당성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화석적 사고인 힘에 의한 19세기적 지배논리는 21세기의 현실에서 아직도 유효하다. 미국
이 이를 실체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한, 중을 압박하는 일본의 노골적 편들기를 우리는 단연
코 거부한다. 이제 미·일의 밀월여행은 이 선에서 매듭 되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비상식
선상의 미일공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방주의적 외교, 패권적 지배와 군림에 눈이
멀어 정체성조차 상실한 미국이 미국다우려면 지금부터라도 공정한 양식을 회복하고 보다 원
대한 세계경영에 하루빨리 눈을 떠야 한다.
<choikwanglim@yahoo.co.kr>
카페 게시글
신문기고 시론,칼럼
[토요신문 직격칼럼]미국의 노골적인 일본 편들기
최광림
추천 0
조회 509
05.05.15 09:20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