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공생 유치원에 지부장님으로 계시는 이니은 지부장님의 가슴 뭉클한 월드컵 경기 관람 글입니다.
지구촌 공생회의 부산 아가씨 이니은 지부장님은 장선영님과 장기 자원봉사자 조아라님과 함께 공생유치원에서 아주 이쁜 봉사활동들을 펼치고 있답니다.
저도 이번엔 공생유치원에 들러 너무 보고픈 이니은님을 만나 봉사활동하고 오려합니다.
왼쪽부터 자원봉사자 조아라님, 장선영님, 이니은 지부장님입니다.
지금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을 보는 것처럼 빨간 물결로 출렁이고 있겠지요?
2002년을 너무나도 뜨겁게 보냈던 저로서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아는 이, 모르는 이 함께 어깨동무하며 밤새도록 대한민국을 얼마나 외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아직 수도인 프놈펜과 주요 도시 정도만 전기 시설이 되어 있고, 그 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전기가 없어서 보통 '아꼬이'라고 하는 배터리로 에너지를 만들어 불을 밝히고, 라디오도 듣고, TV도 봅니다.
TV라고 해 봐야 15인치 정도의 조그마한 흑백이지만 그래도 이 TV가 있는 집은 밥이라도 먹고 사는 집입니다.
많은 집들이 TV가 없어서 정 TV가 보고 싶으면 우리 옛날 시골처럼 TV가 있는 집에 몰려가 시청을 합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지 이것도 눈치가 보이니 보통은 저녁을 먹은 후 8시쯤 되면 일찍 잠들고 새벽 5시면 일어나 일을 시작합니다.
정보의 벽이 거의 없어지고, 문명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현저히 빨라지다보니 캄보디아와 같은 저개발 국가의 빈부격차와 생활 수준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희 유치원이 있는 끄랑야으 마을은 프놈펜에서 모토를 타고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는데도 프놈펜을 나가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모토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나 가끔 프놈펜에 나가는데 일반 주민들은 한번 나갔다 오는데 적어도 5달러를 줘야 하는 교통비를 감당하지 못하기에 아예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마을 주민들에겐 프놈펜에 빠르게 생겨나고 있는 PC방이니 백화점이니 영화관이니, 영어 학원이니 하는 도시의 모습은 TV에서나 만나는 별나라 이야기인 것이지요.
그래도 집에 TV라도 있으면 캄보디아에 어떤 일이 있는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새로운 것들은 무엇인지 알 수 있을텐데 TV조차 없는 집은 정말 누가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국왕이 바뀐 것도 모르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바램을 가졌습니다.
우리 유치원에 TV가 생기기를, 그래서 TV가 없는 사람들이 저녁마다 우리 유치원에 모여서 함께 TV를 보고 가끔 DVD로 영화라는 것도 보고, 특별한 날에는 가라오케도 틀어서 힘들었던 시름들 조금이라도 떨칠 수 있길...
그런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강만곤 선생님께서 지원을 해 주셔서 얼마전에 TV, DVD, 음향 시스템 등이 저희 유치원에 생겼습니다.
어제 처음으로 음향 시스템을 작동시켜 수업마다 80명이 넘게 참여하는 영어 야학 시간에 활용해 보았더니 참으로 편하고 좋더군요.
오늘은 안테나도 설치를 하니 TV를 못보거나 조그마한 흑백 TV만 보던 우리 동네 주민들 '짱끔이(이 나라에서는 이렇게 발음합니다)' 신나게 보겠습니다.
캄보디아에도 한류가 불고 있어서 현재 방영중인 '대장금'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지금은 종료된 '풀하우스'로 인해 아시아의 인기 스타 '비'가 이 곳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토고의 경기가 있던 13일 저녁 이 나라 시각으로 20:00시에 경기가 방영이 되었습니다.
영어 야학이 19:30분에 마쳐서 빨간 옷 갖춰 입고, 아이들도 다 모이게 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안테나의 설비 미비로 TV가 안나오는 겁니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데 못 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일념으로(^^) 학교 TV에는 가라오케를 연결시켜놓고 저와 아라는 염치 불구하고 부면장님 댁으로 뛰어갔습니다.
자고 있던 부면장님댁 아주머니...이게 웬일인가 하면서도 조그마한 흑백 TV를 틀어주셨는데 화면이 제대로 안나와서 열심히 뛰고 있는게, 넘어진게 누군지 구분조차 힘들더군요.
뒤따라오신 부면장님이 갑자기 저와 아라에게 모토를 타라고 하시더니 이 동네 유일하게 컬러 TV를 가지고 있는 유지(^^)댁으로 저희들을 데리고 가시더군요.
그 집에 도착하자마자 빨리 발전기 돌려서 TV 틀라고 소리치시는데 고마움과 미안함은 당장 생각도 안나고 빨리 경기를 봐야한다는 생각만 들어서 저도 덩달아 발을 동동 굴렸습니다.
진정한 이기심의 발로이지요.
온 집안 식구들이 자다가 일어나서 어리둥절한 가운데 드디어 토고전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와 아라야 한국인이기에 재미있었겠지만 평소 8시만 되면 자는 이 동네 사람들은 밤 늦게까지 함께 응원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미안하면서도 자꾸만 웃음이 납니다.
저와 아라는 동네가 떠나가라고 대한민국을 외치고 골을 놓칠때마다 흥분하여 이게 한국말인지 캄보디아말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마꾸 쏟아내고...
처음 토고에게 한골 잃었을때는 우리가 실망할까봐 한국이 이길꺼라고 중계 아나운서가 이야기했다며 부면장님이 달래주는데 사실 너무 속이 상해서 그 말이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그래도 평소 함께 연습했던 대한민국을 외치며 경기장에 우리가 있는 듯 열심히 응원하였습니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함께 껴앉고 뛰고 소리치고...
한국의 붉은 물결은 아니었지만 온 동네가 시끄럽도록 이 곳에서도 대한민국이 울려퍼졌습니다.
다음날 만나는 동네 사람들마다 한국이 이겼다는 소식을 전해주시는데 저만큼이나 기뻐하는 이 나라 식구들에게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함께 응원해준 이 곳 식구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2002년의 열기는 아니었지만,
2006년에는 가슴 따뜻한 사랑이 있기에 절대로 잊지 못할 월드컵입니다.
게다가 이겼다는 소식을 우리가 듣지 못할까봐 한국에서 전화를 해 준 의리의 사나이 준배...
들떠있는 속에서도 우리를 생각해준 준배에게 고맙다는 말 제대로 전하지 못했는데 참으로 고마웠고 가슴 찡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 하였나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어느 곳에 있는 그 자긍심을 잃지 않으며, 저 또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서고 싶습니다.
이 곳에서는 사람들이 절 미스리라고 부르기도 하고, 몽니은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부르는 이름이 몽꼬레입니다. 한국언니라는 뜻이지요.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이니은이 어떠한 사람이었다가 아니라 한국인이 있었는데 어떠하였더라 입니다.
가끔 이 나라 사람들에게 미친 척하고 화내고 싶고, 제 입장대로만 행동하고 싶다가도 저로 인해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흐려질까 참을때가 많습니다. 전 이 사람들과 사랑하기 위해, 함께 하기 위해 온 꼬레이니깐요.
그러나 외모는 점점 캄보디아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인 친구가 저에게 말만 안하면 캄보디아 사람인 줄 알겠다고 하더군요.
음...
이제 그만 타도록 좀 애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