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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전 여행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그림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분의 다른 작품을 또 만나게 되었다.
어느분이 작가인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그 작가분만의 독특한 화풍을 다시 대하고나니 아직도 여기에 머물고 계시다는 것을 익히 알고도 남겠다.
나도 가끔씩은 그림을 그리곤 한다.
이제껏 그린 그림이 제법 될터인데 정작 남아있는 것은 달랑 하나뿐이다. 다 어디갔지?
소설을 다시 써보고 싶다는 간절함만큼은 아니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한동안 그림 그리는 일에 또다시 푹 빠져보고 싶다. 내 방에 쌓여있는 캔버스랑 물감이랑 파스텔이랑 붓에다가 펜화용 스케치북 서너권에 한꾸러미나 되는 수성 유성펜과 연필과 지우개만으로도 한동안은 아무런 부족함이 없을정도는 되겠는데....... 이참에 아예 한동안 이것들을 모두 싸들고 어디 깊은 산속으로 잠적이라도 해 볼까?
트빌리시 벼룩시장에서 만나보는 이분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문득 '인생'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삶을 하나의 그림으로 본다면.........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아픔이나 고통도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문양과 색깔로 캔버스 위에 올려질 것이다. 시간과 느낌의 크기와 벌어진 사건의 내용에 따라 문양의 크기가 제각각이 될것이고 색감과 질감의 차이도 생겨날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무늬들이 연속성을 지닌것처럼 배열이되어 갈것이다. 가끔씩 아름다운 추억은 갠버스를 더욱 화사하게 수놓아 주기도 할것이고, 어느때고 내가 인생을 마감하여야 하는 때가 되어 캔버스를 바라보게 된다면........ 조화로운 삶을 살았다면 캔버스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워졌을 것이고, 아니라면 캔버스를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그런 그림이 나오지 않겠는가? 혹, 여백의 미를 한껏 살린 심플하면서도 섬세한 그림으로 남겨지자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간다.
이 순간 내 캔버스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을까?
알지 못하는 작가분의 2년전 작품으로 내 방에 사진으로 걸려있는 그림이다.
파란 무늬는 기쁨이고 빨간 무늬는 고통이고 한구루 나무는 아름다운 추억일까?
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렇게 '인생'이란 단어가 떠오르고는 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박물관 투어'와 '미술관 투어'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내 경우에는 역사 유물을 둘러보는 '박물관 투어'는 좋아하지만 '미술관 투어'에는 그다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편이다.
박물관의 유물들일 경우 평상시에 공부를 해둔것이나, 그 박물관에 대해서 사전에 공부를 하고 찾아가는 편이라 시간을 적게 잡아도 좋을 뿐더러 생각보다 박물관은 대부분 한가한 편이다. 하지만 미술관의 경우는 사전 예약이 대부분 필수일 뿐더러 설령 입장을 했다 해도 넘치는 인파에 떠밀려 제대로 감상을 할 수가 없다. 더하여 유명 작품은 아예 근처까지 접근하기도 어렵다. 밀고 당기면서 오로지 다녀간다는 인증샷에 목숨건 사람들에 치이다 보면 이건 미술품감상이 아니라 인종 전시관에 끌려나온것 같아서 거의 꺼리는 편이다. 미술품은 집에서 책상에 가만히 앉아 미술도감이나 인터넷을 통해 감상하는 것이 최고다. 실물 크기에서 느끼는 위압감이나 사실감이나 가슴 두근거리는 현장감은 떨어지지만, 시간에 안쫓기고 세세하게 얼마든지 최고 컨디션의 그림을 내맘대로 감살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가끔은 한적한 갤러리에들려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기 트빌리시 벼룩시장의 미술품지역은 무한한 자유를 나에게 듬뿍 선사해 준다.
시간 자유. 감상 방법 자유. 포토 자유. 구입 자유. 그냥 해떨어지기 전까지는 무조건 내맘대로다. 세상에 이런 전시회가 어디 있는가?
이렇게 황홀한 낭만이 넘치는 갤러리가 세상 천지에 또 어디 있겠는가?
오늘은 파랑색 바탕의 그림을 다시 만나면서 나는 또 '인생'이란 단어를 떠 올려 본다.
알.럽.트.빌.리.시.벼.룩.시.장.
이 어르신 작가님들은 작품 활동이나 작품 판매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구경을 하던 만져보던 남의 집 일처럼 전혀 개의치 않으신다.
그냥 친구들처럼 마주앉아서 체스나 마작처럼 생긴 놀이를 통해서 점심을 먹던가 아니면 짜짜(보드카)를 한잔 하는게 낙이자 즐거움인것으로 보여진다.
미술 갤러리가 아니라 동창회나 경노당 풍경이다.
헐.
사진이 담아내는 풍경이나 그림이 담아내는 풍경이나 의미로 치자면 별반 커다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풍경 뒤에 녹아있는 사연이나 풍경을 담아내는 사람의 섬세한 감성을 생각하면 역시 그림이라야 제 맛이 아닐까 싶다.
한없이 자유로움 속에서 맘껏 그림에 취해보는 시간........ 행복하다.
모처럼만에 많은 시간을 벼룩시장에 할애했다고나 할까?
여행 도중에 이렇게 망중한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오랫만인것 같다. 그런만큼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발걸음을 서둘러 엘리야 언덕으로 방향을 잡았다.
트빌리시에 왔으니 랜드마크이자 '조지아 정교회의 자존심'이라고 하는 '사메바 성당'을 다시 만나러 가보아야겠다.
사메바 성당의 본래 이름은 '츠민다 사메바 대성당(Tsminda Sameba Cathedral)'이다.
여기에서 '츠민다'는 '거룩한, 성스러운'의 뜻이고 '사메바'는 '삼위일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참고로 조지아에는 같은 이름의 교회가 많이 있다. 그래서 같은 이름 교회 뒤에는 지명이 따라 붙는다.
트빌리시 사메바 대성당은 조지아 정교회 1.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89년 성당 건립을 위한 '성당 건축설계 국제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공모전에서는 조지아의 건축가 아킬 마인디아스빌리의 설계안이 당선되었다.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1995년에서야 공사가 시작되었다. 10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서 2004년에서야 완공되었는데, 국내 조지아인 뿐이 아니라 해외거주 조지아인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대부분의 건축비를 충당하였다. 조지아인들의 사메바 대성당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왜 사메바 대성당이 조지아인들의 자존심이라 불리는지에 대한 이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대성당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하다.
장엄하면서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건물이다. 성당 입구에 다가서면 거대한 대자연속의 바위산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위압감이 전신을 휩싸고 돈다.
카메라의 한 앵글에 담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면적이나 크기나 아름다운 건축으로 손색이 없는 사메바 대성당은 입구의 종탑과 본당 이외에도 대주교 사택, 목회 신학교, 수도원, 휴계실 등을 갖춘 복합적인 종교건축물이다.
장엄하면서도 웅장한 교회 건물의 위압감 때문일까?
신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가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이럴때 비로소 스스로 더 겸손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할.렐.루.야.
아.멘.
--- 2년 전에는 이렇게 데생 작업중이었다.
사메바 대성당을 나와서 '아브라바리 지하철 역(Avlabari)'을 향해 엘리야 언덕길을 내려간다.
이 지역은 배고픈 자유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지역이다.
아브라바리 역 광장에서는 예레반으로 가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미니버스를 많이 볼수 있다. 트빌리시의 교통 중심지라 해도 될것이다.
트빌리시에 처음 왔을때도 반나절 발품을 판 후에 이 부근에서 머물렀었다. 아르메니아에 다녀온 후에도 역시 이 지역에서 머물렀다. 니콘 광학 엔지니어인 일본인 나라상과 하루를 지내며 여행을 했던 게스트하우스도 부근 골목 깊숙한 곳에 있다.
아주 익숙한듯 정감어린 반가운 골목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2년 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나기 시작한다.
---- 예레반 다녀와서 묵었던 호텔(아주아주 좋음)
--- 화덕에 빵굽는 시범까지 보여주던 빵가계. 막 구워낸 빵은 그야말로 예술.....
---- 조지아 전통음식 맛이 기가막힌 지하식당 입구.
--- 싱싱한 포도와 사과를 팔던 과일 노점상이었는데 끝내 무너짐.
--- 동유럽 최고의 치킨 바베큐. 한마리에 2천원 정도. 거의 매일 사먹었다. 기가막히는 맛........
---- 아브라바리 메트로 광장.
돌아앉은 푸쉬킨 동상까지 왔으니 올드타운은 제대로 걸어서 한바퀴를 돌면서 웬만한 관광지는 모두 둘러본 셈이 된다. 나리칼라 요새에 올라가지 않은것만 빼고 말이다.
한참 전에 지나온 시계탑 주위가 유령호텔이 있는 곳이었기에 다시 여기까지 언덕을 올라올 필요는 없었으나, 이곳 푸쉬킨 광장 건너편의 리버티 스퀘어 메트로 역사 지하1층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내 대형 슈퍼마켙에 들려보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모처럼 식욕이 마구마구 당기는 날이었다. 그래서 장을 좀 푸짐할만큼 제대로 보고 싶었다.
퇴근 시간이 되어가서 였을까? 인파가 많이 붐빈다.
트빌리시에 와서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장꺼리를 잔뜩 보아서 들고 숙소로 돌아가면서도 또 아직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낯설은 골목길을 불쑥 찾아 들어간다.
트빌리시에서 가장 핫 하다는 나이트 클럽도 들어가 보았다. 아직 영업 전이라 텅텅 비어 있었다, 지난밤에 보니 길게 줄까지 늘어서 있던데........
물론 많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까짓 쬐끔 더 돌아본다고 탈날것도 없지 않겠어?
골목 어귀에서 카나다에서 온 부부를 만났다.
아빠가 안고있는 딸이 어찌나 귀엽던지......... 참지 못하고 다가갔다.
꼬마도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다소 서먹서먹하기에 핸디폰 초기화면의 우리 손녀 윤태리 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꼬마도 환하게 웃는다.
24개월 나이도 똑 같았다. 이름은 샐리.
손녀가 얼른 자라서 할아버지랑 함께 여행하는게 내 남은 소원이라고 말해본다.
할아버니 치고는 한참 젊고 기운차 보인다고 덕담을 건네준다.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정말로 정말로 인상 깊은 좋은 만남이었다.
샐리네 가족이 저만치 골목길을 돌아 나갈때까지 내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손을 흔들고 또 흔들었다.
우리 손녀가 많이...... 아주 많이 보고 싶은 날이었다.
'태리야. 어서 어서 자라렴. 할아버지 기운 떨어지기 전에..........'
이런 날은......... 한 잔 해야만 하는거야.
맹숭맹숭 그냥 있으면......... 괜히 서글퍼질것 같애.
----- 다음 이야기는 카즈베기로 가는 여정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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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에겐
멀고만곳 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