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신인문학상 심사평
--임은경, 이영선, 송승안 씨의 시에 대하여
‘저출산 고령화의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혹독하게 다가오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소멸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출판시장과 문학시장은 점점 더 축소되고 위축되고 있지만, 아직도 ‘애지신인문학상’ 에 응모해온 신인들의 소망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가능하면 신인문학상 당선자를 자제하고 내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돈도 되지 않고 그 어떤 기적도 일어나지 않을 그들의 시쓰기를 마냥 무시하고 외면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시들이 아주 뛰어나고 싱싱하게 살아 있었기 때문이며, 그들에게 하루바삐 자그만 희망과 숨구멍이라도 열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공원에서] 외 4편을 응모해온 임은경 씨의 시는 신화적이고 상징적이며, 다른 한편, 현실적이고 낭만적이며 이상적인 세계의 총화라고 할 수가 있다. 천년, 만년 “억만 광년의 거리”에서 바라보아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몽고반점]은 신화적이고 상징적이며, 그 어떠한 고통과 삶의 장애물마저도 다 뿌리치고 “무더기 무더기” “사랑의 꽃”을 피우는 [공원에서]는 현실적이고 낭만적이며 이상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홀로된 어머니의 빈 가슴”이자 그 모든 것을 다 비워낸 ‘부처의 미소’라는 [빈 그릇], “산수유 노랗게 불 밝힌” [햇살에 잠긴 숲], “적막의 시공간을 탈출하지 못해 생긴 무덤”이라는 [블랙홀] 등은 임은경 씨의 오랜 시적 수업의 성과이자 그 결과라고 할 수가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 외 4편을 응모해온 이영선 씨의 시는 “노란 이파리들을 보고/
야, 올드가 아니라 골드네”라는 시구에서처럼 삶의 철학에 기초해 있으며, 이 삶의 철학은 [새해 첫날]의 아주 싱싱하고 역동적인 관능으로 나타난다. 개의 그것은 삶의 의지의 초점이고, 8백년 된 은행나무는 만고풍상을 다 겪어온 [거짓말 게임]처럼 현실화된다. 삶은 “슈빌이라는 이름의 황새 한 마리 날려 보내”는 것이고, 정방사의 해우소에서 모든 근심과 걱정을 다 덜어내고, “누가 던졌는지” 모르지만 “솔방울 하나”처럼 굴러가는([정방사 가는 길]) 것이다. 이영선 씨는 모든 사물들을 객관적으로,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것을 신화적, 혹은 환상의 색채로 텃씌우는 솜씨가 아주 탁월하다고 할 수가 있다. 그의 인식의 힘이 날개를 얻고, 그 날개의 힘으로 자유 자재롭게 날아다닌다.
[주름진 살갗 속에는 더 주름진 속살이 있고] 외 4편을 응모해온 송승안 씨는 현실주의자이며, 우리 인간들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서 어렵고 힘든 삶을 노래한다. 새해 첫날 새뱃돈을 모아놓고 기다렸지만 어느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노부부의 삶을 통해서 모든 예의범절과 풍속이 해체된 현실을 고발하고 있으며, [기다린다는 것은]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숨어 있던 돌들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재앙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씨앗의 삶도 끝났고, 한톨의 쌀알의 형체도 버린 [죽], 이 세상의 삶이란 끊임없는 [바람 때문에] 그 바람에게 텃세를 지불해야만 하는 삶에 지나지 않는다. 절망은 기교를 죽이고, 기교가 없는 시는 이 세상의 삶이 너무나도 어렵고 힘들뿐이라는 충격적인 전언을 던져준다.
시는 천년, 만년, 영원히 시들지 않는 ‘사상의 꽃밭’(언어의 꽃밭)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저마다의 개성과 취향이 다르고 그가 살아온 삶의 토대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자기 자신의 사상의 꽃밭을 가꾸며, 자기 자신의 행복을 연주해 나가기를 바란다. 임은경, 이영선, 그리고 송승안 씨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무한한 행운이 깃들기를 바랄 뿐이다.
---애지신인문학상 심사위원 일동(글 반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