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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장사의 신』 펴낸 김유진 푸드
컨설턴트
진짜 맛집은 물병
하나에도 신경 쓴다
고단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창업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손맛 좋은 가족을 두고 있다면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러나, 맛이 없어서만 망하는 게 식당이 아니다.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테일이 없다면, 좋은 식재료를 구할 능력이 없다면 대박집은 꿈꾸지 않는 게 현명하다. 대박집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들은 많다. 그러나, 개인의 경험을 넘어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분석한 책은 많지 않았다. 김유진 푸드 컨설턴트는 13년 동안 컨설팅을 통해 성공시킨 레스토랑과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난 맛집의 비결을 『한국형 장사의 신』에 자세히 소개했다.
저자 김유진이 방송 PD에서 푸드 컨설턴트로 직업을 바꾼 건, 외식시장은 소득수준과 비례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식탐왕’이었던 그는 맛있는 요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100시간 내로 맛을 보고 만다. 이런 근성은 <찾아라! 맛있는 TV>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생생정보통>의 검증단, 자문위원으로 발휘됐다. 그동안 컨설팅을 통해 성공시킨 레스토랑만 200곳. 김유진 저자는 대한민국 전국의 내로라하는 ‘장사의 신’ 100여 명과 호형호제를 하며 ‘대박집’ 비밀을 알게 됐고, 첫 책 『한국형 장사의 신』를 펴냈다. 최고의 맛집, 대박집을 꿈꾸며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독자라면, 김유진의 이야기를 결코 건성으로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1천만 원 이상 매출 식당, 90%가 단일 메뉴 취급
김유진이 선택한 곳은 소위 대박집이 된다고 합니다. 맛집의 절대 기준이 있나요?
많이들 ‘맛은 주관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정확히 표현하자면 맛은 상대적인 겁니다. 본인이 지금까지 먹어 본 음식들을 상대 평가해서 ‘맛이 있다. 없다’ 를 구분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 아는 만큼 보이고 먹어 본 만큼 평가가 가능해집니다. 김유진에게 맛집은 같은 메뉴를 내는 식당들 중 원재료의 풍미를 가장 충실하게 살리면서 양은 푸짐하고, 가격이 착한 식당입니다. 첨언을 좀 하자면 푸드 마일리지 (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일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 는 짧을수록 좋고, 유아에게 먹일 수 있을 정도로 위생적이면 금상첨화겠지요.
『한국형 장사의 신』에서 “장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디테일”이라고 했습니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인테리어나 소품, 작은 배려도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요사이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파인다이닝을 추구하는 값비싼 럭셔리 레스토랑들은 다르지만) 주류 회사가 협찬한 플라스틱 물병에 정수를 담아 손님상에 올립니다. 그런데 디테일이 강한 장사의 신들은 물병 하나도 대충 쓰는 일이 없습니다. ‘고래불’의 물병은 주인 몰래 가방에 넣어 가져 오고 싶을 정도로 예쁩니다. 세균이 득시글대는 물수건 대신 일회용 물티슈 사이에 레몬 조각을 넣은 센스도 돋보이고요. 문경약돌을 물병에 담고 효능까지 적어 놓은 광주의 알찜 전문점 ‘해담’에 이르러서는 무릎을 치게 됩니다. 1인분을 더 주문하라고 은근한 압박(?)을 가하기에 애매한 어린 손님이 동행하면, ‘애기국’이라고 불리는 아담한 사이즈의 공짜 국물을 서빙하는 무교동 북어국집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감동은 금전적인 친절일 텐데요 담양 숯불돼지갈비의 전설, ‘승일식당’ 에서는 천원 단위의 뒷자리는 내림을 해버립니다. 7만2천 원이 나오면 2천 원은 자르고 7만 원만 받는 거죠. 손님들 기분 좋으라고요(웃음). 디테일이 강한 집들은 손님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진심 어린 배려를 합니다. 과잉친절로 손님을 피곤하게 하는 법이 없지요.
식당에 들어가면, 이 집이 맛집인지 아닌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나요? 어떤 기준으로 식당의 첫인상을 파악하는지 궁금합니다.
1, 2개의 단일메뉴만 내는 집들을 주로 찾습니다. 메뉴가 적을수록 음식에 전력투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맛이 좋아서 수십 가지의 반찬을 차려낼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좀 다른데요. 메인 메뉴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식재료 관리가 그만큼 까다로워집니다. 육개장이 전문인 집은 소고기와 숙주 그리고 대파, 고사리 정도의 재료만 관리를 하면 되니까 재고 부담도 적고 회전율이 아주 빠르지요. 반면에 육개장, 닭볶음탕, 뚝배기 불고기에 삼겹살까지 내는 식당은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그것도 냉장과 냉동 따로 구분해서), 신김치, 감자, 대파 등. 이 모든 재료가 최고의 맛을 유지한 상태에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당연히 전자가 힘이 덜 들겠죠. 하루에 1천만 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는 한국형 장사의 신들은 90%가 단일 메뉴를 취급합니다.
그리고 주방을 ‘휙’ 둘러보면 주인장의 손맛을 70-80%는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요리를 만드는 분들의 마음가짐은 주방에도 투영되기 마련이니까요. 지저분하고 너절한 주방에서 혀를 놀라게 하는 감동의 요리가 만들어지겠습니까? 사전 정보도 굉장히 중요한데.. 저는 주로 그 지역의 강력반 형사 분들께 자주 묻습니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분들이거든요. 밤샘과 야근이 많다 보니 아주 조금 먹더라도 혀에 착착 감기는 음식들을 많이 알고 있으세요. 그 다음으로 맛집을 많이 알고 계신 분들이 은행장들입니다. 아무래도 접대가 많은 직업이니 고급스러우면서도 가격이 ‘흉하지 않고’ 맛깔스러운 음식을 즐기는 노하우를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어 제가 자주 괴롭히는 대상입니다(웃음).
여의도 창고43_ 고기장사는 불과 불판, 그리고 고기의 가격에서 결판이 난다
재료가 좋으면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진리에 대해 동의하나요?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제철에 나는, 싱싱한 최고의 식재료는 가공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맛이 있습니다. 정말 실력 없는 요리사가 아닌 이상 당연히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지겠죠. 산지에서 직접 재료를 구매해 가져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식재료를 구하고 싶다면 새벽 경매시장에 직접 나가보세요. 전문가들에게 따뜻한 커피라도 대접한다면 따라다닐 수 있는 특권을 거머쥘 수도 있습니다. 많이 먹고, 많이 보고, 많이 조리해보세요. 그래야 좋은 식재료가 보입니다.
맛집을 찾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맛집 블로거의 포스팅에 속았다는 이야기도 많은 데요. 블로그 맛집 포스팅을 볼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할까요?
직접 경험한 글과 간접적으로 경험한 글은 많이 다릅니다. 시중에도 많은 관련 서적이 나와 있어서 본인의 블로그를 상위에 노출시킬 수 있는 노하우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요령만 있지 내공이 깊지 않다 보니, 주로 1세대 블로거들의 글을 보고 식당을 방문한 후, 본인의 의견을 반영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본인만의 색을 드러내려고 하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첨언을 덧붙입니다. 콘텐츠의 확대재생산이 역효과를 가져오는 아주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심지어 유명 블로거의 이미지를 크롭(부분만 잘라내기)하거나 좌우를 뒤집어서 자신이 직접 촬영한 이미지인양 뻔뻔한 사기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걸 카피하는 한심한 기자들도 있고요. (물론 바빠서 그러시겠지만 베끼고 베낀 블로거의 글을 다시 카피하는 건 정말 언론인으로서 창피한 일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홍보대행사에 소속이 되어 일당을 받으면서 순전히 특정 식당의 홍보를 위해 블로깅을 하는 블로거들도 아주 많이 늘어났습니다.
올해 창업한다면, 스몰비어 전문점, 사골칼국수, 저가형 한정식
창업을 할 때, 망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1. “맛은 이 정도면 됐어”라고 본인 요리에 대해 과신
2. 성공한 사례만 연구
3. 본인의 식당을 궤도에 올리기도 전에 프랜차이즈를 먼저 염두
4. 잘 되면 내 덕, 안되면 손님 탓, 직원 탓
5. 손님과 직원을 평가절하하면서 무시
6. 휴일이 많아서 매출이 줄어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
창업이 성공하려면 최소 몇 년은 투자해야 할까요?
6개월은 남길 생각하지 말고, 1년 안에 300명의 단골 확보, 3년 안에 장사 근육 완벽히 키우고, 5년이 지나면 평생 이 업종을 끌고 갈 것인지 냉정히 분석해야 합니다.
칼국수집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2014년 3월, 현재 추천하고 싶은 창업 메뉴는 무엇인가요?
올해도 불경기의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출까지 받으면서 무리하게 창업을 추진한다면 백전백패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가능한 1,000원 노가리, 스몰비어 전문점, 8도(道) 막걸리, 매운 주꾸미(불경기일수록 매운맛이 인기가 있기 때문)를 추천하고 싶고 연세가 좀 있으다면 사골칼국수(소 부산물은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저가형 한정식 등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연령대별 추천 아이템은 『한국형 장사의 신』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습니다.
푸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절대 먹지 않는 음식이 있나요?
냉동했던 재료를 해동한 뒤, 팔리지 않아 다시 냉동 시킨 모든 음식은 먹기 싫습니다. 돈까지 내면서. 이런 과정을 거친 육고기와 해산물에서는 지린내가 납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비용 뽑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파스타, 한우 등심 등도 꺼리는 음식입니다.
이 음식이라면, 어디를 가도 꼭 먹고 만다는 메뉴가 있다면?
냉면입니다. 제 몸 속에 아직 피난민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인지 자다가도 냉면 소리만 들으면 벌떡 일어납니다. 금강산도 순전히 냉면이 먹어보고 싶어서 갔습니다. 만약 유명한 평양냉면 집이 없는 고장이라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찬 물 국수(밀면, 진주냉면, 막국수)는 반드시 먹고 돌아옵니다.
홍대 찰스 숯불김밥_ 흔해 빠진
김밥도 안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펄떡이는 아이템이 된다
전주 반야돌솥밥_ 돌솥밥의
성공비결은 따끈함과 토핑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너무 포화상태라서, 더 이상 창업하기에는 좋지 않은 메뉴가 있나요?
없습니다. 다들 레드오션이라고 무시했던 아이템을 가지고 성공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후라이드 치킨 시장이 과포화 상태라고 했지만 굽는 치킨이 나오고 파닭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한 집 건너 한 집이 김밥집’이라고 더 이상 새로운 김밥은 없을 것이라고 점 쳤지만 꼬마김밥으로 전국을 평정하고, 숯불고기를 넣어 대박 신화를 만든 장사의 신들이 아직도 얼마든지 있답니다. 유행은 돌고 돕니다. 그 중심에 서서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냐 아니면 방관자처럼 팔짱만 끼고 엉뚱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봄입니다. 입맛을 돋굴 상큼한 메뉴를 소개하는 맛집을 3개 정도 소개한다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생선과 조개류로 스시를 만드는 강남 일식의 역사, ‘김수사’. 육해공 재료를 싸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착한 한정식, ‘더함’. 참치 알로 만든 알찜과 알탕 그리고 메로를 매콤한 찜으로 즐길 수 있는 ‘해담’을 추천합니다.
컨설팅을 넘어서 음식점 창업 계획은 없나요?
전 코치입니다. 코트나 마운드에서 뛸 천재들은 어쩌면 이미 결정이 되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한다고 김연아 선수가 될 수 없듯이… 저는 코치라는 직업이 좋습니다. 정확히 진단하고, 분석한 뒤 결과를 가지고 식당 주인들과 상의하면서 그들의 매출이 느는 것을 보고 있으면 희열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사의 신들을 발굴하고, 마음 놓고 외식업계를 누빌 수 있도록 지원사격을 할 생각입니다. 창업은 예순에 시작할 계획입니다. 손주 녀석들 학원비 대주면서 지인들과 소주잔 기울이며 재미있게 늙어가는 데 식당만한 게 있을까요? 아이템은요… 쉿! 비밀인데요. 사골칼국수집 할 겁니다. 그나저나 권리금에 보증금 그리고 인테리어에 운영자금까지 마련하려면 책 많이 팔아야겠는데요. 강연도 열심히 하고….
『한국형 장사의 신』을 읽고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카운터에 이렇게 적어 놓으세요!
1. 장사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근육으로 하는 것이다
2. 좋은 코치를 만나자
3. 지치면 끝장이다
4. 맛있는 집이 잘 되는 게 아니고, 잘 되는 집이 맛있는 거다
5.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살까만 고민하자
6. 아내를(남편을) 사랑하자
방송 PD로 ‘맛의 세계’에 입문, 대한민국 최고의 맛 칼럼니스트가 된 김유진 푸드 컨설턴트가 『한국형 장사의 신』를 펴냈다. 저자 김유진은 현재 6개 레스토랑을 비롯해 전통시장, 지역특산품 등 분야를 넘나들며 푸드 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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