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첫 짝궁은 슬찬입니다.
슬찬이에게 짝궁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음성변조해서 누구인지 헷갈리게 하려 했는데...
목소리를 듣자마자 웃음보가 터져버립니다.
"ㅎㅎㅎ 슬찬아~ 나 누구게~?"
슬찬이가 제 목소리를 바로 알아차립니다.
"문채원 선생님이요."
전화와 문자로 짝궁 활동을 계획 했습니다.
전화만 하는데도 목소리가 상기 됩니다.
계획 세우는 것만으로 벌써 재미있습니다.
[ 우리의 계획 ]
시루봉에 다녀오기
보드게임하기
수다 떨기
공터에서 자전거 타기
주먹밥 만들어 먹기
영화보기
중간중간 기타와 피아노
☀️7/25 월요일.
슬찬이가 먼저 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햇빛이 푹푹 찌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도서관으로 향하며 '시루봉 지금 말고 나중에 가자고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알고보니 슬찬이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시루봉은 조금 더 시원해지면 가기로 계획을 미루었습니다.
영화를 함께 골랐습니다.
영화 플랫폼을 구경하며 슬찬이는 감동과 여운있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슬찬이의 인생 영화는 '그것만이 내 세상'.
보고 싶었던 영화는 '늑대소년'.
러닝타임이 길어 고민했지만 '늑대소년'을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날이 시원해지기 전까지 할리갈리를 했습니다.
실력이 비슷비슷한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첫판 빼고 제가 다 졌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슬찬이가 져준 거였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박진감 넘친다고 생각하며 재밌게 게임했습니다.
밀짚모자를 나눠쓰고 시루봉에 다녀왔습니다.
시루봉 가는 길, 제가 앞서고 있는데 슬찬이가 저를 멈춰 세웠습니다.
"선생님! 앞에 뱀 있어요!"
아이쿠. 슬찬이 아니었으면 뱀에 물릴 뻔 했습니다.
뱀이 경계자세로 저희를 향해 목을 빳빳이 세우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 크고 길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뱀은 데크에 올라오지 못하니 그냥 냅다 뛰어볼까. 기다려볼까. 어떡하지.
고민하던 중 뱀이 스르르 뒤로 물러섭니다.
그리고 떠났습니다.
안도하며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다양한 버섯도 보고 묘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산에 올랐던 시간.
평온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조금 쉬다가 자전거를 타러 공터에 갔습니다.
생애 두 번째 자전거. 제 자전거 실력은 걸음마 단계였습니다.
평지에서 직진만 겨우 할 수 있는 상태.
슬찬이가 자전거 선생님이 되어주었습니다.
친절하고 꼼꼼한, 그리고 다정한 자전거 선생님.
자전거 기본교육을 해주었습니다.
위험하게 끼익 끼익 멈춰서는 저를 보며 브레이크 잡는 방법, 핸들 돌리는 방법 등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믿음직스러운 선생님을 믿고 "그럼 저 턴하는 거 가르쳐주세요!" 부탁했습니다.
시범과 함께 턴 방법을 알려주는 자전거 선생님.
슬찬이를 그대로 따라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턴에 성공했습니다.
오른쪽 턴도 이어 성공했습니다.
슬찬이가 같이 앞서서 뒤서서 공터를 함께 계속 돌아주었습니다.
"선생님! 마지막으로 8자 돌아보아요~!"
"좋아! 오늘 최종목표는 자전거로 8자 돌기!"
슬찬이를 따라 천천히 8자를 그렸습니다.
10번 정도 시도했을 때였을까요, 8자가 그려졌습니다.
연달아 8자를 그렸습니다.
슬찬이가 뒤에서 따라와주며 함께 기뻐해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의 자전거 선생님!
도서관에서 다른 짝궁팀이 만든 저녁을 맛보고 참치를 구하러 편의점에 다녀왔습니다.
참치달걀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김자반, 반숙달걀, 달걀프라이, 간장, 참기름, 참치, 따끈한 밥의 조합...
정말 천상의 맛이었습니다.
밥을 많이 먹지 못하는 저인데 한 그릇을 뚝딱 먹었습니다.
슬찬이가 양보해준 밥까지 다 먹었습니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영화볼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해리포터 방에서 보다가 계단 소리가 시끄러워 만화방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슬찬이가 제안해준 늑대소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서로를 아끼는 순이와 철수의 모습이 예뻤습니다.
악역이 나올 때는 함께 화내고 웃긴 장면에서는 함께 웃으며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왔는데 족발 선물이 왔습니다.
다른 짝궁들과 함께 시끌벅쩍 족발을 먹었습니다.
제가 슬찬이를 많이 놀린 기억이 납니다...
얼마나 웃었는지 목이 쉬었었습니다.
슬찬이에게도 좋은 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
잘 시간이 되어 헤어지기 전, 서로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귀한 마음도, 편지도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화요일 아침
다음날, 슬찬이 집 앞까지 배웅을 갔습니다.
전엔 피냇재까지만 갔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꼭 한 번은 집 앞까지 배웅하고 싶었는데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슬찬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걷는 시간은 늘 행복합니다.
제가 걸음이 빨라서 앞서 가는데도 도란도란 이야기해주는 슬찬이가 좋습니다.
동건이네 할머니, 차 타고 지나가시는 슬찬이 아버님도 만났습니다.
슬찬이는 00동에 삽니다.
"저 어디 사는지 기억해야해요."
"그럼~ 다 기억하지."
포옹인사로 헤어졌습니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들이었습다.
목이 쉴 만큼 웃었습니다.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좋은 시간 함께 만들어준 슬찬이에게 고맙습니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든든한 슬찬이.
저를 살뜰히 살펴준 든든한 슬찬이.
또 봅시다!
# 비디오
첫댓글 우와~ 좋았겠다~
슬찬이와 채원 언니의 케미는 지켜보는 재미도 있지요. 슬찬이의 시크다정함과 채원 언니의 사랑장난기! 이 둘이 만나니 톡톡 유쾌하면서 진중한 케미가 터지는 것 같아요.
슬찬이와 채원 선생님이 만든 주먹밥 진짜 맛있었어요!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냠 :)
예준이와 민서의 김치볶음밥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