씰바님께서 데친오징어초장과 쏘주 한 잔에 자극받아서 내친김에 미뤘던 막걸리 제조를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막걸리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시골의 할머님께서는 밀농사를 지으면 밀을 제분(진짜 완전 시골 우리밀)해서 밀가르는 국수, 수제비 등에 이용하고 밀기울을 물로 반죽해서 짚으로 만든 동그미 안에 체워넣고 발로 꾹꾹 밟은 다음 그 위에 쑥을 덮고 헛간에 모셔두었다가 막걸리를 만들곤했지요.
이 때만해도 가정집에서 술을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고 엄격하게 금했지요. 식량부족과 국가 세수를 위해서 그랬을겁니다.
가끔 쑬조사라고해서 아마도 세무서에서 나온 것 같은데 술의 제조와 누룩의 소지여부를 조사하곤 했습니다.
술조사가 나오면 완전 비상이 걸립니다.
만약 발각나면 큰일이 나니 만드는 막걸리가 있다면 땅 속 깊이 묻어두던다, 거름더미에 버리기도하고, 술찌개미는 돼지에게 먹이기도했지요. 술 취해서 비틀거리는 돼지는 정말 볼만합니다.
누룩도 마찬가지로 깊은 산 속에 가져다 숨기기도했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큰 일이 있으면 쌀 먹 말을 고두밥을 만들어 막거리를 만들기도 했지요.
또 아주 가끔은 쉬어가는 밥이 있으면 거기에 누룩을 섞어서 부두막에 놔두면 이삼일이면 컬컬한 막걸리가 되기도했지요.
아마도 처음으로 막걸리를 먹기 시작한 것은 고3 봄소풍 때입니다.
고등학생은 술을 당연히 금했지만 이 때 소풍은 학년 전체가 아닌 각 학급별로 알아서 가는 소풍이었습니다.
이 때 담임선생님은 같은 고등학교 동문으로 저희보다 13년 선배였습니다.
비밀리에 학급애들 몇 명이 소풍 장소에 막걸리 한통자를 준비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당연히 말렸어야했지만 너그러이 봐주셔 학급 전체가 나눠마셨는데 몇 몇은 취해서 해롱거리기도했습니다. 다행히 모두 술을 깬 뒤 무사히 소풍을 마쳤지요.
지금 그 담임 선생님은 교장으로 정년퇴임하시고 지금도 학급친구들이 일년에 몇 번씩 모시고 함께 식사를 하기도합니다.
고교 졸업 후 1-2학년 때만해도 야유회를 가면 항상 가지고 가는 술이 막걸리였습니다.
소주도 아니고 맥주는 더더군다나 학생이 사먹을 수 없는 비싼 술이었죠.
야유회를 갈 때 플라스틱 막걸리통 몇 개를 끈을 매고 작대기에 꿰어 다니곤했지요.
야유회가 끝날 때 쯤 엉뚱한 막거리 먹기 내기도 하곤했습니다.
기억에 남은 게 지금은 포항공대 교수로 있는 친구와 막걸리 먹기 내기가 붙어서 이긴 기억이납니다.
등산 커펠에 하나 가득 막걸리를 담고 누가 빨리 마시나의 내기였는데 제가 이겼지요.ㅋㅋㅋㅋ
3-4학년 때는 저희과에서는 술을 만드는 실습을 합니다.
그리고 학과 체육대회를 할 때는 3학년이 주축이되서 술을 빗습니다.
4학년 선배가 3학년 후배에게 비법(?)을 전수합니다.
저희과의 전통주(酒)로 황국을 이용해서 국(鞠)을 만들고 솔잎을 삶아 식힌 물을 넣어서 만든 일종의 청주에 가까운 막걸리입니다. 술의 도수는 물을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10도 정도될겁니다.
(이 당시만 해도 막걸리는 4도였습니다. 나중에 쌀이 남아돌면서 6도 그리고 8도까지 돗수가 올랐지요. 돗수가 높은 술이 맛이 좋습니다)
여느 막걸리 먹듯이 먹었다가는 몇 잔에 곯아덜어집니다.
지금도 황국균만 있으면 쉽게 만드는데 한국에 갔을 때 가져올 걸 잊었습니다.
맥주는 졸업식 사은회 때 처음로 원없이 먹었던 것 같네요.
맥주가 품귀라서 맥주의 상자와 빈병 값을 맡기고 맥주를 사왔던 기억이납니다.
졸업 후 군대를 제대하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술집에 취직했지요.
맥주는 원없이 매일같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막거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꽤 유행했었지요.
4년 전에 저도 막걸리가 먹고싶어서 누룩을 직접 만들어서 막걸리를 만들어 먹어봤지요.
얼마 전에 한국마트에 갔더니 누룩을 팔더군요.
막걸리보다는 식초를 만들기 위해 1파운드짜리 2개를 사다놨었습니다.
어제 드디어 막걸리를 만들어서 식초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집에 있는 쌀이라고는 100% 현미밖에 앖기도하고 현미식촐르 ㅁ낟르기 위해 쌀을 불궈 압력솥에 약간 물을 적게부어서 고두밥을 만들었습니다. 그릇에 옮겨붓고 실온까지 뒤집어가면 식힙니다.
효모(Yeast)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물을 미지근하게(30도씨 정도) 데운 후 설탕 한수픈 넣고 빵제조용 드라이이스틑 1 티스픈을 넣습니다. 처음에는 액의 상부에 떠있다가 가라앉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효모가 다시 떠오르면서 거품을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액 전체가 뿌옇게 탁해집니다.
1파운드에 $3.29에 산 누룩입니다. 직접 누룩을 만들 필요없이 사다가 아무 때나 만들수 있겠습니다.
식힌 고두밥과 누룩을 잘 섞은후 병에 담았습니다.
한 병만 담그려고 마음먹었는데 생각보다 고두밥의 양이 많아 누룩 2파운드(2봉지)를 사용했습니다.
생수나 끓인 물 식힌 것을 병에 거의 가득 채운 후 활성화 된 효모를 넣습니다.
효모는 바로 넣지 않고 시간이 약간 지난 다음(다음 날 아침이나 24시간 후)에 넣어도 됩니다.
발효 속도는 온도와 비례합니다. 보통 효모가 가장 잘 자라는 온도는 25-30도씨 근처이지만 빨리만들어지는 술은 맛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요즘 날씨라면 그냥 실온에 놔두고 발효시켜도 좋을 것 같네요.
한 병은 식초만드는데 쓰고, 한 병은 이번 주 아는 사람들 모임이 있는데 그 때 한 잔씩 시식하려고합니다.
막걸리로 식초만들고
남은 술지게미는 장아찌 만드는데 쓰고
장아찌 만든 후 남은 찌꺼기는 퇴비장에 넣어 비료로 쓰면 버리는 것 하나도 없네요.
계속 진행되는 상황을 올려보겠습니다.
첫댓글 술까지 직접 빚으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현미식초 만들려고 어쩔 수 없이 막걸리를 만들게되었네요.
좋은 핑게~~~
막걸리를 담그시다니... @@
굉장합니다.
계속 포스팅 열심히 읽겠습니다.
막걸리는 생각보다 무지 쉽습니다.
누룩만 있으면 아무 때나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에 만들고 잘 되고 맛있으면 여름철 시원한 냉막걸리를 가끔 즐겨야겠습니다.
@고청(인디애나) 전 술맛을 몰라서 막걸리보단 막걸리로 만드는 식초에 관심이 갑니다.
어릴적 친정엄마가 부뚜막 식초병에 가끔 막걸리부우시고 솔가지로 막아두신 것을 본 적이 있거든요.
같이 진행포스팅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파랑새(TN) 막걸리식초 만들려면 어차피 막걸리를 만들어야하니 누룩을 구할 수 있으면 구해보세요.
소나무가 주위에 있다면 솔잎을 끓여서 생수대신 부어서 막걸리를 담금 후 식초(초산)발효를 하면 솔향물씬나는 식초도 만들 수 있을겁니다.
계속 진행되는 내용은 포스팅하겠습니다.
우선 막걸리 해서 마시고
남은 것은 식초 만들고
술찌개미는 장아찌까지 만들 계획입니다.
@고청(인디애나) 홧팅입니다!!!
집 막걸리 저도 많이 마셔 보았지요 옆집 할머니가 만드는것 몇번 본적이 있어요 .
옛날 집막걸리 마시고 십다요
누룩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미리 알았다면 시카고 가셨을 때 매실과 함께 누룩도 준비하는건데....
누룩도 만들어도 되지만 조금 번거롭지요.
못하는게 없으시다는...
그러면 못하는게 더 많습니다~ 요렇게 댓글다실것 같아요~~
개인적인 입맛이겠지만 초장만들었을때 현미식초가 젤 맛나데요
맞아요. 못하는 게 더 많아요.
지금은 현미식초를 사먹고 있는데 만들어봐서 괜찮으면 계속 만들듯...
식초를 음료로도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하게 이용핳 수 있지요.
아주 어릴 때 할머님께서 막걸리로 식초만들면서 도라지도 넣고 했던 것을 본 적이 있네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
홈 메이드 막걸리 기대가 됩니다.
사먹는것보다 훨~~맛있을 수 있습니다.
돗수도 내 마음대로 정하고....
잘 되면 적극 추천하겠습니다.
만들기 너무 쉬우니까요.
현미, 옥수수, 찹쌀...대부분의 곡식으로 막걸리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원하던 글이네요. 덕분에 막걸리 식초 잘 만들 수 있겠어요. 감사합니다
조금 여유있게 만들어서 막걸리(Rice wine) 맛도 즐겨보세요.
진행상황 계속 알려드릴께요.
대단 대단 지기님 최고
저도 요즘 먹걸리가 맛있더라구요
생막걸리
집에서 만들면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죠.
돼지고기 삶아서 김치에 싸서 함께 드시면 더욱 맛나지요.
와~~ 정말 못하시는게 없으세요~~와아~~
막걸리는 정말로 만들기 쉬운 술입니다.
누룩 만들기가 조금 성가시지만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지요.
식초는 한 단계 더 거치지만 이 또한 조건만 맞추면 지가 알아서 만들어줍니다. ㅎㅎㅎ
못하는 거...
그림그리기, 또....딸낳는 거, 또....
너무 많아서 생각이 안나네요.
@고청(인디애나) ㅇㅎㅎㅎㅎㅎ 딸낳는거~ 지기님 너무 재미있으시네요 ㅎㅎㅎㅎ
어머나~
지기님 넘 멋져요!!
전 술은 못하지만 누룩 사다가 막걸리 만들어 보고 싶어요.
며칠동안 나둬야 막걸리가 되나요?
여기 엘에이는 더울때도 많은데 80도 이상 온도 올라가면 못만들겠죠?
마켓 가서 누룩 보이면 왕창 사올께요ㅎㅎㅎㅎ
온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화씨80도면 섭씨로 26도씨 정도인데 만드는데는 별 문제없습니다.
대신 매무 속성으로 빨리 만들어지겠지요.
아마도 3-4일이면 먹을 수 있을 정도일겁니다.
좀 더 천천히 만들고 싶다면 지하실이 있으면 지하실에 놔두시고
아니면 냉장고에 넣어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도 있습니다. 약간 천천히 만들는 게 맛이 좋고
발효가 끝나고 거른 후에도 찬 냉장고에 보관하면 발효가 좀 더 일어나서 탄산가스가 녹아들어 톡쏘는 맛이 생깁니다.
막걸리 제조 후 식초를 만드시려면 앞으로 올리는 글을 계속 읽어주세요.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가슴에 열정이 살아야 삶이 즐겁습니다.
삶에 대한 목적이 있고 열정과 꿈과 비젼이 있다면
그러한 삶은 참으로 아름다운 삶이 되겠지요.
아마도 잠시도 가만이 있지못하는 습관이 이것저것 건들여보게하나봅니다.
여기서 막걸리 맛을 봐도 원하는 맛이 아니라서 직접 만들어보고자합니다.
또 덤으로 식초도 얻을 수 있으니 건강도 챙기고 좋죠.
고청님 이것 저것 만드시는거 보면 정말 신기 합니다.
막걸리, 좋지요.
막걸리나 가볍게 술 한잔을 즐기신다면
색다르게 막걸리 만들어서 드셔보길 권합니다.
어제부터 발효가 시작되고 있는데 벌써 냄새가 상큼한 게 맛이 좋갰다는 예감이듭니다.
아마도 막걸리 익어가는 그시간이 참 즐거울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부럽습니다,, ㅎㅎㅎ
참 표현이 재밌으십니다~.저도 동감 입니다요.
울 고청님은 센스쟁이,요리사,농사꾼,핸섬가이,사진사,그리고 서예도,글도 잘 쓰시고
뭐~진짜 왔다세요~~~~.
@알토(Boston) 알토님 과찬 고맙습니다.
핸섬가이???
오늘아침 술이 익는 것을 보니
쌀알이 삭아서 위로 떠오르고
거품이 괴이는 게 발효가 왕성하게 일기시작하더군요.
냄새도 상큼하고...
이제 거품이 가라앉을 때까지 놔두면 집표막걸리가 탄생되겠지요.
캬 취합니다 ^^
아직은 며칠 더 기다려야
카~~소리가 날 것 같습니다. ㅋㅋㅋ
저도 작년에 막걸리를 담가 먹은 적이 있습니다.인터넷에서 보고 따라 만든거였는데.... 생애 처음 시도였는데....실패하지 않고 성공해서 저도 좀 놀랐답니다.
고청님의 막걸리 레시피를 보니 고수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대학때부터 만들어 드셨으니 공력이 어마어마 하시네요.
이참에 고청님께 막걸리 신공을 더 전수받아야 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을 기대합니다
막걸리는 웬만하면 실패하지않습니다.
작년에 담궈드셔봤다니 한 번만 만들어보면 정말 간단하지요.
한국에서 제일 큰 술집에서 일도 해봤으니 공력이야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낫겠지요. ㅎㅎㅎ
계속 되는 과정을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