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에 '박상길'이라는
나이 지긋한 백정이 장터에 푸줏간을 냈습니다.
어느 날 인근에 사는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먼저 고기를 주문했습니다.
"야, 상길아. 쇠고기 한 근 다오."
박상길은 솜씨 좋게 칼로 고기를 베어 주었습니다.
함께 온 다른 양반은 상대가 비록 천한 신분이긴 하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기가 거북하였습니다.
그래서 "박 서방, 나도 쇠고기 한 근 주시게." 하였습니다.
박상길이 선뜻 고기를 잘라 주는데. 먼저 산 양반이 보니
자기가 받은 것보다 갑절은 많아 보였습니다.
"이놈아, 똑같이 한 근씩 샀는데
어째서 이 사람 것은 많고 내 것은 적으냐?"
"손님 고기는 상길이가 자른 것이고,
이 어른 고기는 박 서방이 자른 것입니다."
우리는 언어를 매개체로 하여
남과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가 하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말의 중요성을 깨달아 예의 바르고
고운 말을 골라 쓴다면 이 사회는 훨씬 더 정겹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