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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수퍼로봇들의 축제가 다시 시작되다
이 리뷰를 쓰는 필자가 로봇대전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수퍼로봇대전이라는 게임을 모르는 분은 없으실 것이다. 적어도 플레이해보지는 못했더라도 그 이름만큼은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로봇대전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지명도는 상당하다. '수퍼로봇대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참 촌스럽기 그지없는 이름을 가진 이 게임은, 게임보이용으로 첫 수퍼로봇대전이 발매된 후 지금까지 여러 가지 기종으로 무려 30종류가 넘는 타이틀이 발매가 되어있으며(각종 리메이크작품 포함), 발매되기만 하면 게임업계에서 유명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나 드래곤퀘스트 시리즈 부럽지 않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화제작이기도 하다. 신작이 발매될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각종 로봇과 캐릭터들 덕분에 관련캐릭터상품과 애니메이션의 판매 또한 활발히 이루어져, 로봇대전의 발매는 하나의 축제라고 불리게되는 현상까지 만들 정도의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게다가 정작 일본보다는 국내에서 더욱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는 알 수 없는 게임이기도 한데,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으로 발매된 α외전을 마지막으로 기종을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PS2)로 옮겨 2002년 3월 28일에 드디어 팬들이 고대하던 신작이 발매가 된 것이다.
진·겟타로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의 신작표지의 중앙은 늘 진·겟타의 차지가 되었다.
■ 전체적인 게임의 구성
사실 이번 임팩트는 PS2만의 오리지널 작품이 아니라, 휴대용 게임기인 원더스완(이하 WS)으로 발매된 수퍼로봇대전 컴팩트를 이식한 작품이다. 수퍼로봇대전은 대대로 다수의 애니메이션작품이 등장, '로봇대전월드'라는 게임 내의 오리지널월드를 배경으로 하고있기 때문에, 시대설정과 세계관이 전혀 다른 건담과 마징가Z가 함께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자 매력이다. 이번 임팩트는 WS용 컴팩트를 이식한 만큼 크게 3부작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제 1부인 지상편에서는 오리지널 캐릭터인 쿄우스케를 중심으로, 2부인 우주편에서는 쿄우스케의 연인인 엑세렌을 중심으로, 3부에서는 1부와 2부의 모든 동료들이 모여서 최종결전을 치르는 구성을 보여준다. 단지 독특한 점은 1부와 2부가 같은 시간대를 다루고있다는 점. 덕분에 1부와 2부를 모두 클리어해야 비로소 스토리가 맞물리는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은 매우 좋았지만, 덕분에 유저입장에서는 원하지 않는 피해도 발생했으니…. 스토리상 1부 진행 중에 그렌다이저와 단가이오 등의 몇몇 유니트가 우주로 나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1부와 2부는 같은 시간대인 만큼 1부에서 올라온 유니트들을 2부에서 개조하거나 캐릭터의 레벨을 올려봤자 헛수고라는 것이 문제점. 게임이 발매된 후 이러한 유저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제작사가 나서서 문제점을 인정하고 1부에서 우주로 이동하는 유니트들의 개조는 무의미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했지만, 사전에 이런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게임을 즐겼던 선의의 피해자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당시 피해자들의 심정은 제작진에게 썬더브레이크를 날리고 싶었을 것이다.
■ 전작들과의 차이점&추가요소
일부 정신커맨드의 추가, 스킬의 추가 등의 자잘한 요소는 다루지 않았음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 파일럿의 지형대응 삭제
이건 어떻게 보면 매우 환영할 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유니트와 파일럿간의 지형대응상성은 매우 중요한데, 유니트가 지형대응이 A라고 해도 파일럿의 지형대응이 B이면 종합적으로는 B가 되어버리기 때문. 이번 임팩트에서는 파일럿의 지형대응이 사라진 덕분에 캐릭터육성에 있어서 좀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게 되었다(흔히 말하는 B급 파일럿들도 키우기 쉽고).
바니는 상당히 좋아진 경우. 그의 환상적인 격투능력은 G건담 계열을 제외한 모든 MS파일럿들 중 단연 최고다.
기량과 명중이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 정도야 리셋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
○ 3D맵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맵의 3D화. 전투 맵을 보다 입체적이고 화려하게 표현하겠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3D로 표현된 맵답게 회전과 확대&축소는 가능하지만 우주 맵의 경우엔 아예 회전이 안되며, 기술력의 부족으로 인해 조악하게 만들어진 폴리곤배경덕분에 캐릭터가 어디에 있는지 구분하기 힘들고, 고저차를 표현했지만 화면만 바라보고는 정확한 지점에 커서를 이동하기 힘들다는 점이 유저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덕분에 맵이 복잡한 도시 맵 등에서 전투할 때는 반드시 미니 맵을 ON한 상태로 전투를 벌여야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주 맵의 배경에 코로니나 지구 등이 보이는 것은 꽤 멋지긴 하지만…. 역시 드림캐스트로 이식된 α에서의 차마 못 봐줄 폴리곤연출을 보며 불안하긴 했지만, 반프레스토의 3D기술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만 들뿐이다.
그밖에도 특정부분을 공격하여 파괴하면 숨겨진 방이 등장하거나 특정 벽 등을 부수어 길을 만드는 등의 요소도 추가되었다.
○ 맵병기 연출추가
기존작품에서는 맵병기를 사용시, 화면에 떨렁 CG한 장으로 가난한 연출을 보여주었지만, 임팩트에서는 맵병기 전용 애니메이션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로서 맵병기 사용시에도 박력의 연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맵병기 연출은 전투신 OFF가 안 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 카운터시스템
파일럿의 특수능력 카운터(カウンタ-), 선수필승(先手必勝)을 지니고 있으면 적의 공격에 대해서 적보다도 먼저 반격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카운터의 경우에는 스킬레벨만큼 발동회수에 제한이 있는 반면, 선수필승은 기력 120이상에서 발동하며 사용회수는 무제한이라는 장점이 있다. 공격력이 높은 유니트와의 조합이 어울린다.
○ 합체공격시스템
닌텐도64용 로봇대전64에서 처음 도입되어 많은 팬들에게 호응을 받은 시스템. 원작의 설정상 관련이 있는 유니트끼리 특정조건이 맞을 경우 발동하며, 호쾌한 연출과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다만 합체공격시에는 원호방어&공격을 할 수 없다는 점과 무지막지한 EN소모로 인해 자주 사용하게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문제점. 컴팩트에 비해 종류가 줄어들었다는 것도 아쉽다.
○ 실드방어시스템
해당 유니트가 실드(방패)를 지니고있을 경우 자동적으로 발동하여 대미지를 줄여주는 시스템. 게임보이 어드밴스용 수퍼로봇대전A에서 처음 등장한 요소를 대폭 개량한 것으로, 실드의 방어회수에 제한이 있다. 실드방어로 받은 대미지가 0일 경우엔 실드의 방어회수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 이로서 실드를 지닌 유니트와 그렇지 않은 유니트간의 갭이 꽤 크게 되었다. 또한 파일럿의 방어레벨이 높을수록 받는 대미지가 감소하며, 격투무기를 탑재시 적의 실탄계공격이나 격투계공격을 무효화하는 베어내기의 발동확률도 높아진다.
○ 프리오더 스테이지시스템
임팩트에서 처음 선보이는 독특한 구성으로서, 몇 개의 준비된 시나리오 중 클리어하고 싶은 시나리오를 차례로 골라 클리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자면 마징가Z를 먼저 얻고싶다면 마징가Z가 등장하는 시나리오부터 클리어한 후 다음 시나리오를 간다든지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라고 하지만 예전에도 이런 짓은 가능했다. 시나리오 클리어순서에 따라 입수할 수 있는 유니트가 달라지거나 스토리상의 분기가 일어나는 등, 게임진행에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순서에 꽤 신경을 써 줘야하는 요소.
○ 스킬코디네이트시스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파일럿에게 특수능력을 임의로 장착시켜서 개성만점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 한 시나리오를 클리어할 때마다 클리어한 턴 수에 따라서 스킬을 입수하여 파일럿을 지정한 후 장착시키는 형식이다. 물론 삭제할 수 없는 파일럿의 고유능력도 존재하지만, 만들기에 따라서는 온갖 엽기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꽤 호평받고 있는 시스템이다.
○ WS용 컴팩트와의 차이점
WS용 컴팩트를 이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요소의 삭제는 매우 아쉽다. 필자가 컴팩트를 전부 즐겨보지 못해서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삭제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점보트3와 다이탄3의 합체공격의 삭제 : 문 어택과 선 어택, 해돌이와 달순이(?)의 땀나는 향연을 보고싶었는데 정말 아쉽다.
2. 최강의 격투형 오라배틀러 서바인과 즈와우스의 삭제 : 서바인과 즈와우스는 컴팩트를 제외하고는 3차로봇대전에서만 유일하게 등장한 오라배틀러로서, 원작애니메이션에서는 등장하지 않았고 설정상으로만 존재했다고 한다. 서바인은 격투형으로 특화, 즈와우스는 사격계무기도 갖추고 있었다. 아마도 도비카게(飛影)와 같은 사기성기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제작진이 게임의 밸런스를 고려하여 삭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 미네르바X의 삭제 : 마징가Z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여 로봇주제에 인간인 코우지가 탑승한 마징가Z를 유혹(?)했던 당찬 아가씨로봇인데 삭제되었다. 3차로봇대전에서도 동료로 만들 수 있었는데, 브레스트파이어의 공격력이 좋아서 그럭저럭 쓸만했다..
4. 지온그 삭제 : 퍼스트건담의 명 기체인 지온그가 삭제되었다. 만약 등장했다면 임팩트에서 전용기체가 등장하지 않는 비운의 샤아를 태워서 지온의 부흥을 꿈꿀 수도 있었을 것을….
■ 과연 IMPACT인가?
제작사인 반프레스토는 DC로 리메이크되는 α의 전투신을 3D폴리곤으로 표현하겠다는, 로봇대전으로서는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했으나 부족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3D전투화면덕분에 유저들로부터 충분한 원성을 듣게되었고, 이번 임팩트에서는 다시 2D애니메이션전투화면으로 회귀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PS2로의 오리지널신작이 아닌 컴팩트의 이식작인 이번 임팩트가, 타이틀처럼 유저들을 놀라게 할만한 IMPACT를 지니고있는가?
○ 진부한 스토리
임팩트의 전체적인 스토리의 구성 역시 기존의 로봇대전과 다름없는 구성을 보여주는데, 기본적인 세계관은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요마제국과 캠벨성인, 기계수군단 등 익숙한 악당들과 새롭게 등장한 벙커 외 여러 가지 악당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그들의 흑막의 중심에는 아인스트라고 불리는 수수께끼의 집단과 아르피미라는 정체불명의 소녀가 존재한다. 게다가 서서히 밝혀지는 쿄우스케, 엑세렌과 아르피미의 관계, 그리고 아인스트의 궁극적인 목적. 어디서 많이 보았던 스토리흐름이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당신. 그렇다. 임팩트의 스토리라인은 3차로봇대전이나 로봇대전F의 흐름과 동일하다. 기존 로봇대전의 틀을 깬 구성을 보여 많은 호평을 받았던 α외전의 그것과는 달리, 정통 로봇대전의 후속편으로서 이런 구성을 택했다고 보여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필자는 F까지를 정통로봇대전이라고 보며, α와 α외전은 말 그대로 외전격인 작품이라고 본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인류말살에, 뻔히 보이는 클론에, 모든 것을 멸망시키고 재창조한다는 스토리로 끌고 나간단 말인가(인류보완계획은 이제 한물 갔다니까). 하긴, 처음부터 선과 악을 구분 짓고 시작하는 로봇관련게임에서 이것만큼 적절한 스토리도 없을 테지만, 이러한 요소는 그동안의 로봇대전 시리즈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구성이 아닌가. 필자가 말하고싶은 것은, 로봇대전도 이제는 변해야한다는 것이다. 굳이 α외전정도의 변화(거의 혁신이었다)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팩트의 스토리구성은 너무도 진부하다못해 앞으로의 스토리구성을 훤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낡았다는 것이 문제다. 오죽하면 아르피미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사를 본 필자는 '아, 이 여자아이는 엑세렌의 클론이군'이라고 알아챌 정도. 항상 신작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로봇과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조만간 도태되기 십상이다.
라인바이스릿터와 엑세렌. 그녀의 기계적인 음성을 듣다보면 한 여름밤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증이 난다. 왜 조종당하는 인간은 반드시 기계음성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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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버그들
로봇대전과 버그는 참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 임팩트는 오리지널 신작에 비하면 상당히 제작이 용이한 이식작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버그들을 지닌 채 발매되어 유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캐릭터와 유니트가 사라져버리는 버그는 예사거니와 특정시나리오에서 맵병기를 사용하면 게임이 멈춰버리는 경우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일명 '시라여왕 가출사건'의 버그의 경우, 3부에 들어서서 각각 건돌, 라카이람, 나데시코의 세 가지 루트로 나누어지는데, 건돌루트를 마지막이나 두 번째로 선택했을 때 모든 루트를 클리어한 후에 인터미션화면을 보면 시라여왕이 탑승한 그란가란과 에레가 탑승한 고라온이 아스트랄계로 날아가 버린다. 물론 각 전함에 장착한 강화파츠도 부록으로 함께 사라진다. 전함이 사라지는 것은 이후의 스토리 전개상 론드벨의 모함이 엘샹크가 되어 다른 전함은 필요 없으니 사라진다고 쳐도, 시라여왕과 에레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필자의 예상이지만 이번 임팩트에서는 에마·리가 등장하지 않자 오랜 우주생활의 적적함과 중년의 고독을 보듬어줄 대상을 찾지 못한 브라이트함장이, 그동안 눈독을 들여온 시라여왕과 에레를 론드벨 대원들 몰래 빼돌려 감금했다고 보여지는데…. 만약 아니 그렇다면 왜 후반에 들어 난데없이 그 많은 전함들 중 오직 엘샹크를 모함으로 쓴단 말인가. 전함이 많으면 그만큼 전력보강도 되고 좋을 텐데. 수상하지 아니한가? 뭐 그거야 제작사만 알 것이고…. 아무튼 확실한 버그이지만 해결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다른 전함은 개조를 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만 알아두자. 이밖에도 나데시코루트를 클리어시 도비카게에 장착한 강화파츠도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버리므로 주의.
건돌은 스토리상으로 3부 초반에 사라진다. 강력한 전함이거늘….
○ PS컨트롤러 문제
이건 버그라고 하기보다는 안이한 제작사의 문제이지만…. 아무튼 매뉴얼을 보면 PS1용 컨트롤러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뻔뻔하게 명시되어 있지만, 정작 PS1 컨트롤러를 연결해보면 아무런 조작도 먹히지 않는다는 중후한 경험을 하게된다. 즉, 게임소프트 자체에서 PS1용 컨트롤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문제 역시 제작사가 직접 나서서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그러고 보니 α에서는 캐릭터한마디모드가 된다고 매뉴얼에 써놓고 정작 게임에서는 되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 소외된 자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여기는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보통 소외된 자들이라고 한다면 F이전의 로봇대전에서 심심하면 등장하던 연방의 아군 NPC들을 떠올리실 듯. 볼이나 네모, 짐, 좀 나은 경우엔 짐II같은 호화(?)기체를 타고 적들의 신형기체와 싸워 활약다운 활약한 번 못해보고 '우갹∼' '대, 대장님∼' 같은 외마디비명만을 남긴 채 장렬하게 전사했던 그들. 하지만 α외전부터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게 되면서 그들의 그리운 모습은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소외된 자들이란 건가?
로봇대전 α부터 눈에 띄게 변경된 점이 있다면 유저들은 무엇을 꼽을 것인가. 화려하게 변한 전투화면? PS로서는 뛰어난 음원을 들려주는 음악? 물론 이러한 점들도 있으나, 가장 충격적으로 변한 것은 수퍼로봇들의 강화와 MS들의 약화였다. 로봇대전F에서의 최강유니트는 에반게리온도, 건버스터도, 이데온도, 오라배틀러들도 아닌 바로 궁극의 MS들이었던 것이다. MS주제에 장갑이 수퍼로봇의 그것을 상회하는 수치에, 기가 막힌 운동성에다 막강무적의 공격력까지 겸비한 MS들의 강력함을 기억하는 유저들이 많을 것이다(특히 ν건담). 제작사에서도 MS들이 너무 강하다고 느꼈는지, α에서는 지형대응에 따른 빔계열 무기의 변화(지형대응이 B)를 주는 등 모든 MS들의 전체적인 성능다운이 행해졌으며, 이에 반해 수퍼로봇들은 상당히 강력해져 일부 유저들이 이제야 '수퍼로봇대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게임이 되었다고 했을 정도였다(사실 그동안의 로봇대전은 리얼계가 지나치게 강하긴 했다).
임팩트에서는 그 정도가 상당히 심한 편인데, 시스템상 전체적인 데이터의 수치들이 낮아져버린 특성덕분에 G건담계를 제외한 MS들은 참으로 가난해 보이는 스펙을 가진 채 싸워야 한다는 슬픔의 시대가 도래했다. 물론 일부 뉴타입 파일럿들의 레벨이 높아지는 것과 풀개조한 유니트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MS 한 대를 풀개조하는 것보다는 몇 대의 수퍼로봇들의 장갑을 개조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게임을 즐기는데는 이득이 된다는 진리는, 게임을 조금만 즐겨보면 알게된다. 적 보스급 기체들의 공격력도 약해졌기 때문에 장갑이 두꺼운 수퍼로봇들이 맹활약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동안 빌바인이나 VF-1B등의 유니트들이 엄청난 운동성과 극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전장을 헤집고 다닐 때, 전함 내에서 대기신세였던 마징가Z 등의 수퍼로봇들…. 이젠 그들도 더 이상 포장마차를 찾아가 쓸쓸히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옛날에는 잘 나갔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히지 않아도 된다.
원작애니메이션에서는 바이캄프와 맞먹는 강력함을 보여주었던 징키Mk II.
하지만 임팩트에서는 콜렉션 이상의 의미는 없을 정도로 허약해졌다.
세상 잘 만나 득세하게 된 수퍼로봇들이라지만, 이들 내에서도 정리해고 위기를 맞은 유니트들이 있다. 바로 불세출의 명 성악가인 노래하는 소년 라이딘과 마징가Z, 그레이트마징가, 그렌다이저 등의 마징가 3형제들이다. 이들은 장갑이 강하고 기력제한이 없는 무기들을 다수 탑재했는데 뭐가 약하다는 건가? 라고 반문하는 유저도 계실텐데…. 물론 게임초반에는 이들이 맹활약한다. 라이딘은 염동력 덕분에 정신커맨드를 부담 없이 쓸 수 있으며, 마징가Z는 이동 후에 사용할 수 있고 사정거리도 긴 대차륜로켓트펀치라는 걸출한 필살기가 있고, 그레이트마징가는 그레이트부스터라는 1회성 극악의 공격력을 지닌 무기가 있으며, 그렌다이저는 마징가 형제들 중 유일하게 우주대응이 S라서 상당히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게임중반만 들어서면 다른 수퍼로봇들에게 밀려 함내 대기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 다들 강력한 "한방" 필살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 이에 비해 라이딘은 마지막에 얻는 갓보이스의 공격력이 너무 초라하며, 마징가 3형제들은 공격력이 다른 수퍼로봇들의 '한방'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 뭐, 필자처럼 마징가Z를 좋아하는 분들이야 뜯어말려도 애용하시겠지만 객관적인 성능을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다이탄3나 알트아이젠·리제처럼 막강해지는 로봇이 있는 반면 라이딘처럼 몰락하는 로봇도 있는 법.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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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게임을 통틀어 딱 한번만 등장하시는 라칸선생이나(대사도 없으시다), 전용기체인 사자비가 등장하지 않아 이 기체 저 기체 떠돌아야하는 불쌍한 샤아(역습의 샤아 시나리오에서 나오긴 하지만 아군이 아니니…), 원작애니메이션의 명 장면들을 구성한 몇몇 시나리오와 CG동영상들이 무성의하게 만들어진 것(대장군 가루다의 비극같은 시나리오)들도 있지만, 일일이 열거하자면 너무 많아서 이 정도로 요약하고 생략하겠다. 이러한 요소들은 유저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실테니 말이다.
이렇게 보면 멀쩡해 보이지만 움직이는 CG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역시 반프레스토… 오프닝은 외주를 준 것이 확실하다.
○ 오리지널 요소의 부족
게임의 설정상 로봇대전월드라는 오리지널 설정에서 벌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로봇대전에는 독특한 오리지널 이벤트가 다수 존재해왔다. 성우가 같은 점을 이용한 개그라던가(마사키&히이로, 롬&죠우 등), α외전에서 등장하여 수많은 열혈소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진·겟타 VS 마징카이저와 같은 이벤트는 로봇대전이기에 가능한 이벤트로서 많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임팩트에서는 그러한 오리지널 요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 아쉽다. 물론 오리지널 요소가 적은 대신 각 등장작품들의 이벤트는 전체적으로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했지만, 이들 작품들끼리의 설정상 비슷한 요소를 이용한 이벤트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좀…. α외전에서 턴에이건담과 건담X의 세계관을 기가 막히게 섞은 것 같은 그런 오리지널리티를 볼 수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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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며…
사실 임팩트를 처음 즐길 때는 도트가 보이는 전투화면과 고해상도캐릭터간의 언밸런스에 상당한 거부감이 들었었고, 대부분의 주역 유니트들의 음악이 바뀌어버려 매우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분기가 줄어드는 바람에 유니트들이 분산되어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성 때문에, 원하지 않던 캐릭터를 키우게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든지, 전용 유니트를 입수하더라도 파일럿이 다른 루트에 있어서 다른 파일럿을 태우는 경우(Z건담이나 ν건담 등)가 생긴다든지…. 위의 부분은 기존 컴팩트가 나누어져 발매한 덕분에 보여준 구성이지만, PS2로 이식하면서 이런 구성까지 그대로 옮겨왔다는 것은 제작사의 무성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하긴, PS용 로봇대전F도 2부로 나누어 발매한 반프레스토). 게다가 엄청난 양의 버그들. 베타테스터들은 도대체 뭘 테스트한 건지 모를 정도로 치명적인 버그들이 다수 존재하는데도 그대로 발매한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로봇대전의 전통(?)인 발매연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번 임팩트는 여러모로 PS2에 어울리는 IMPACT한 로봇대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G건담계열의 화려한 전투장면과, 임팩트를 통해 새롭게 인기를 얻은 머신로보 일당의 존재가치만으로도 구입할 가치는 있다고 보여진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뭘 그리 따지냐, 게임인데 대충 즐겨라' 라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필자는 게임도 하나의 훌륭한 레포츠라고 여기는 만큼 시시콜콜한 것까지 꼬집어내며 즐기는 타입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며 장황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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