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철학이야기
걸어 다니는 시계-칸트(1)
160cm도 채 되지 않는 키에 기형적인 가슴을 가진 칸트가 어떻게 철학자의 상징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건강을 유지함으로써 필생의 과업을 완수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나무랄 데 없는 건강을 누리며 당시 독일인의 평균 수명을 두 배나 뛰어넘는 80세까지 장수하였다.
그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매일 아침 정각 5시에 일어난다. 그의 하인은 정확하게 4시 45분에 그를 깨우는데, 그의 주인이 일어나기 전에는 절대로 침대를 떠나지 않았다. 규칙적인 시간표에 따라서 그 다음에는 서재에서 공부를 하고 이어서 강의를 한다. 점심식사 때에는 거의 언제나 손님을 맞이했는데, 그는 이때 철학을 제외한 다양한 주제를 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오후 3시 30분에 그는 어김없이 산책을 떠났으며, 이때 이웃사람들은 그를 보며 시계를 맞추었다고 한다. 사계절 내내 똑같은 산책로를 여덟 번 아래위로 거닐었으며,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다시 연구에 몰두하였다가 밤 10시에 정확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루소의 『에밀』을 읽는데 열중하느라 며칠 집에서 나오지 않은 때를 빼고는, 한 번도 이 규칙적인 산책을 거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칸트의 성격은 꼼꼼하고 소심한 데다 꽤 까다로운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가위나 주머니칼이 평상시의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빗나가 있거나 또는 의자 하나라도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했다. 강의 중에도 어떤 학생이 이상한 복장을 하고 앉아 있으면 거기에 신경을 쓰느라 제대로 강의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번은 그의 이웃집 수탉이 어찌나 울어대든지 그 수탉을 사들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주인은 절대로 팔지 않았고, 칸트는 결국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새로 옮겨간 집이 하필 감옥 옆에 있었고, 죄수들은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지독하게 큰 목소리로 찬송가를 불러댔다. 칸트는 그 도시의 시장에게 화를 내며 불평을 토로했다. 이 일로 어찌나 마음이 상했던지, 그는『판단력 비판』에서까지 이 일을 언급하고 있다.
칸트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사람들 때문에 규칙적인 그의 생활 리듬이 깨지는 일이었다. 언젠가 한 귀족이 칸트를 마차 산책에 초대했는데, 이 산책이 너무 길어지자 그는 밤 10시경에 불안과 불만으로 뒤범벅이 되어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이 작은 체험을 통해 새로운 생활규칙을 하나 정했던 바, 그것은 ‘어느 누구의 마차 산책에도 절대로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연구 생활에 지장이 있는 일은 가급적 삼갔다. 두 번이나 대학총장에 취임하였으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표를 냈다. 연극이나 그림을 감상하는 일도 거의 없었으며 여행이나 댄스, 사냥이나 운동도 전혀 몰랐다. 그가 즐겼던 취미 생활이라고 하면 산책이 유일한 것이었다.
칸트가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규칙적인 습관 이외에 금욕적인 식생활이 큰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침 식사를 두 잔의 차와 파이프 담배 한 대 만으로 때웠으며, 저녁 식사는 아예 없애버렸다. 차는 아주 적은 찻잎에서 우려낸 그야말로 묽은 차이며, 파이프 담배는 동시에 식욕감퇴제로 이용되었다. 그는 커피를 매우 좋아했지만, 커피 기름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를 철저하게 피했다. 특히 모임에서 커피 냄새가 그를 자극할 때에도 대단한 자제력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또한 칸트는 아무리 심한 병에 걸렸을지라도 하루에 약 두 알 이상을 절대로 먹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켰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병을 피하기 위해 많은 약을 먹다가 죽은 어떤 사람의 묘비에 새겨진 글을 즐겨 말하였다. “무명씨(묘비의 주인공)는 건강하였다. 그러나 그는 더 건강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여기에 누워있다.”(다음 호는 칸트 제2편입니다.)
첫댓글 칸트 2편도 기다려집니다
그는 꽤나 까다로운 사람이였네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방해받는건 엄청난 스트레스라는걸 같은성향의 사람들은 공감할껍니다
재밌게 읽었씁니다
편한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