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과일껍질을 먹고 있는가?
당신은 과일을 어떻게 먹고 있는가? 껍질을 깎아서 먹는가? 그대로 껍질 째 먹는가?
대부분 사과껍질, 배껍질, 감껍질, 포도껍질, 감귤껍질, 양파껍질 등 거의 먹지 않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TV속 드라마에서 과일을 깎아서 먹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었다. 당연한 듯 껍질을 깎아내고 먹는다.
껍질을 깎거나 벗겨 내면 더 맛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은 까칠한 것이 더 좋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더 부드럽고 달콤함을 찾게 되었다.
때로는 생각한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은 그 자체로 음식이오, 보약이다. 그러나 먹기 위해 산다면 음식은 보약이 아니오, 독약에 가깝게 된다. 그릇된 지식이나 생각은 생체리듬을 흐트러뜨리고 먹는 것은 음식이기는 하되 독약에 가깝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똑똑함에 있다. 도리나 체면도 똑똑함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똑똑함이 헛똑똑이가 되고 있다. 오히려 짐승보다 더 멍청해지고 있는 것이다. 짐승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때문에 근심걱정도 없고 복잡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경계하고 또는 잡아먹기도 하는 것이다.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짐승도 배가 부르면 먹잇감을 사냥하지 않는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먹는다.
그러나 똑똑하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인간은 불필요한 살생을 하며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고 가공해서 먹거나 쪄서 먹고 삶아먹고 볶아먹고 깎아먹는다. 문제는 가공하거나 찌거나 삶거나 볶아먹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깎아먹는데에 있다. 깎아서 달콤한 속을 먹기는 하지만 냉정히 따지면 속이 빈 강정을 먹는 것과 진배없다.
호흡하는 모든 생물은 거의 똑같다. 항체와 염증의 기로에 서서 투쟁하며 그 균형을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알게 모르게 질병을 앓으며 본능적으로 자연치유력을 찾거나 그렇지 못하면 대개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때문에 짐승들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은 바로 구토다. 소화기관에서 음식물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거의 100% 죽게 된다.
어쩌면 인간이 가장 나약하면서도 질긴 동물일 수도 있겠다. 인간은 구토를 해도 왠만해서는 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체끼 하나만으로도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식도에 음식물이 걸려서 기도가 막혀 호흡곤란이 오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질긴 것이 사람 목숨이지만 때로는 너무나 허무한 것이 사람 목숨이기도 하다.
모든 생명의 목숨을 좌우하는 것은 항체와 염증이다. 항체가 강하면 반란을 일으켜 몸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염증이 강하면 늘 시름시름 앓는다. 대체로 이유 없이 몸이 아픈 원인은 몸속의 염증 때문이다. 염증군의 세력이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염증의 주 성분은 세균이다. 세균의 먹이는 염증이고 염증의 먹이는 항체의 죽은 세포거나 입속으로 들어가는 음식물들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이나 채소에는 기본적으로 껍질이 있다. 그 껍질은 불필요하게 생성된 것이 아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껍질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만이 그 껍질을 제거하고 먹는다. 껍질은 식물에게 있어서 방호벽이다. 짐승이 털가죽이나 비늘을 지닌 것과 같다. 세균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기 위한 성벽과도 같은 것이다.
껍질에는 기본적으로 항체가 들어있거나 세균을 죽이는 무시무시한 생화학물질이 들어있다. 때문에 잘못 먹어서 사망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인간은 그런 식물을 독초라 부른다. 그러나 안전이 검증된 채소나 과일은 껍질을 먹어도 목숨에 위협을 받지 않는다. 인간도 태초부터 본능이 있기에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깎아먹고 있다. 영양소를 떠나서 항체에 도움을 주는 식물의 방호벽을 깎아서 버리고 있는 것이다. 즉 염증약을 버리고 항체에 그리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달콤한 속살만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냉정히 따지면 속살은 독성에 가깝다. 잘 익어서 썩기 일보직전인 것이 맛있고 설 익은 것은 거의 다 독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많이 먹게 되면 입안이 헐게 되는 것이다.
속살은 씨앗에게는 젖줄이다. 잘 썪어서 씨앗이 발아할 수 있게 자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자양분이 잘숙성될 수 있게 보호해주는 역할이 바로 껍질의 몫인 것이다. 때문에 껍질속에는 세균에 저항하는 항체균으로 생성되어 있다. 즉 껍질이 약인 것이다. 껍질속에는 속살보다 수배 또는 수십 배가 많은 영양소가 들어있다. 특히 염증을 제거하는 항체균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치는 간단하다. 속살보다 항체균이 더 많고 강해야 속살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인이 민간인보다 더 강해야 강력한 군대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강한 군대를 버리고 양귀비나 서시 같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속살만을 취하려한다. 이유는 먹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당한 불편함은 꼭 필요하다.
몸을 편안케 하고 불편하게 굴리지 않은 권력자들의 수명이 짧음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똥을 싸고 뒷처리까지 대신 맡겼으니 그런 사람이 장수할 리는 만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현실에 만족하며 거친 음식을 먹었던 시골 촌부가 더 장수했던 이유와 같다. 음식도 조금은 불편하게 먹어야 제대로 섭취할 수 있다. 깎아서 먹지 말고 깨끗히 씻어서 그냥 껍질 째 먹어야한다.
껍질속에는 수십 배가 많은 염증군의 항체가 함유되어 있다. 껍질을 깎는 그 자체로는 고상해 보일 수는 있어도 품격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거니와 스스로 염증군을 물리치는 항체를 버리게 된다. 임금이 쓴 소리를 하는 충신을 내치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먹기에는 다소 불편하고 거칠지만 잘게 씹어먹게 된다. 거칠기 때문에 목넘김이 껄끄러우니 잘게 씹게 되고 침액(효소)과 잘 섞이게 된다.
껍질을 먹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모든 식물의 껍질속에 염증을 잡는 항체균이 많이 들어있다. 강하기 때문에 거친 것이다. 부드러움속에 강함을 찾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음식 중에서 찾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나 강함을 찾게 되는 본능이 아직 인간에게도 남아있다. 희대의 약탈자들을 정복자나 영웅으로 추앙하는 것은 아직 본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먹는 음식이 최고의 보약이다. 그러나 어떻게 무엇을 먹느냐가 보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쉬운 예로 숙성된 치즈는 그대로 먹어야하는데 익혀서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가열된 치즈에 생균이 살아있겠는가?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단백질만이 풍부할 뿐이다. 단백질은 종양이 가장 좋아하는 성분이다. 암덩어리는 염증과 단백질을 먹고 세력을 키운다.
해강.
약초연구소 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