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자형, 70cm×135cm=전지
낙지론(樂志論: 행복하게 사는 법을 논하다)
-중장통(仲長統)
使居有良田廣宅(사거유양전광택): 나 사는 곳을 좇아 좋은 밭과 넓은 집이 있어
背山臨流(배산임류): 산을 등지고 냇물이 앞으로 흐르고
溝池環匝(구지환잡): 돌랑과 연못이 둘러 있고
竹木周布(죽목주포): 대나무와 나무들이 둘러 쌓고
場圃築前(장포축전): 타작마당가 채소밭이 앞에 있고
果園樹後(과원수후): 과수나무들이 뒤에 심어져 있다.
舟車足以代步涉之難(주차족이대보섭지난): 배나 수레로 걷거나 건너는 어려움을 중분히 대신하다.
使令足以息四體之役(사령족이식사체지역): 사령이 있어 몸으로 하는 수고를 충분히 대신해 준다.
養親有兼珍之膳(양친유겸진지선): 부모님을 봉양함에는 맛있는 음식이 있고
妻孥無苦身之勞(처노무고신지로): 처와 자식에게는 몸을 괴롭히는 수고가 전혀 없도다.
良朋萃止則陳酒肴以娛之(양붕췌지칙진주효이오지): 좋은 친구들이 모여 와 머물면 술과 안주를 차려서 즐기며
嘉時吉日則烹羔豚以奉之(가시길일칙팽고돈이봉지): 좋은 때 좋은 날이면 양과 돼지를 삶아 받든다
.躕躇畦苑(주저휴원): 밭이상이나 동산을 거닐면서
遊戱平林(유희평림): 평지의 숲에서 즐기며
濯淸水(탁청수): 맑은 물에 몸을 씻고
追凉風(추량풍): 시원한 바람을 따라가며
釣游鯉(조유리): 물에 헤엄치는 잉어를 낚시질하며
弋高鴻(익고홍): 높이 날아가는 기러기를 화살로 잡고
諷於舞雩之下(풍어무우지하): 기우제 제단의 아래에서 풍간하며
詠歸高堂之上(영귀고당지상): 고당의 아래로 시를 읊으며 돌아온다.
安神閨房(안신규방): 안방에서 정신을 평안히 하며
思老氏之玄虛(사노씨지현허): 노장사상의 현묘함을 생각해보고
呼吸精和(호흡정화): 정기의 조화로움을 호흡하여
求至人之彷彿(구지인지방불): 지인의 같아지기를 구한다.
與達者數子(여달자수자): 도에 통달한 몇 사람과
論道講書(논도강서): 도를 논하고 책을 강술하며
俯仰二儀(부앙이의): 하늘과 땅을 내려보고 올려보며
錯綜人物(착종인물): 고금의 인물을 종합하여 평가한다.
彈南風之雅操(탄남풍지아조): 남풍의 전아한 가락을 타 보고
發淸商之妙曲(발청상지묘곡): 청상곡의 미묘한 가락으 연주한다.
逍遙一世之上(소요일세지상): 세상을 초월한 위에서 놀며
脾睨天地之間(비예천지지간): 천지의 사이의 사물을 곁눈질하며
不受當時之責(불수당시지책): 시대의 책임을 맡지 않고
永保性命之期(영보성명지기): 타고난 목숨의 기간을 영원히 보존한다.
如是則可以凌霄漢(여시칙가이릉소한): 이와 같이 하면 하늘을 넘어서
出宇宙之外矣(출우주지외의): 우주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니
豈羨夫入帝王之門哉(기선부입제왕지문재): 어찌 제왕의 문으로 들어감으 부러워하겠는가?
丙申 秋佳節 樂志論 臨書 百松 魏敬愛
(2016년 9월 낙지론 임서 백송 위경애)
◆해설
중장통(仲長統)은 후한(後漢) 때의 사람으로 자가 공리(公理)인데,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였고, 성품이 드높아 과감히 말하였으며 작은 예절을 따지지 않았다. 주군(州郡)에서 여러 차례 명소(命召)하였으나 병을 칭탁하고 나아가지 않으면서 “무릇 제왕을 따라 노니는 자들은 입신양명하고자 해서이나, 이름은 항상 보존되는 것이 아니요 인생은 죽기 쉬운 법이다. 그러니 한가롭게 놀며 자유롭게 살아 자신의 뜻을 스스로 즐길 뿐이다.” 하였는데, 《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 권1에 이러한 뜻을 담은 〈낙지론(樂志論)〉이 수록되어 있다.
고문진보(古文眞寶)는 주나라에서 송나라에 이르는 동안의 한시(漢詩)와 문장들을 수집하여 분류한 책이다. 편자 및 성립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으나, 송나라 말 혹은 원나라 초 쯤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전집(前集)은 시, 후집(後集)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시대의 다양한 문체로 쓰인 시와 명문을 모아 놓은 다이제스트로써 한문학에 입문하는 자들의 문장학습서로 널리 보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