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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 열정樂서가 부산을 찾았습니다. 벡스코 오디토리움의 무대를 장식한 출연진은 삼성SDI 박상진 사장, 방현주 아나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인 3인방, 샘 오취리, 다니엘 린데만, 에네스 카야,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사회는 방송인 박은지가 맡았습니다. 이날의 열정樂서는 그간의 오해와 편견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자리였다는데요. 그 현장을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마! 밥 뭇나” 들어봤을 법한 부산 사람들의 대화죠? 말이 짧다 보니 부산을 떠올리면 무뚝뚝함이 먼저 떠오르곤 하는데요. 이곳 벡스코에 자리한 관객들, 열정樂서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화기애애함을 풍겼습니다.
벡스코 오디토리움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 시작 전부터 인산인해였습니다. 행사를 찾은 관객은 로비에 마련된 다양한 이벤트를 즐겼습니다. OPIc에 관해 설명을 듣는가 하면, 무료 스트리밍 앱인 ‘MILK’ 다운로드 이벤트에 참여하고, 삼성전자의 신제품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는데요. 아직 진짜 열정樂서는 시작도 안 했는데 이 뜨거움은 뭘까요?
대학생에게 ‘사장님’은 다가가기 어려운 권위적인 존재인데요. 어두운 양복과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도 떠오릅니다. 이런 이미지를 단박에 날려버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삼성SDI 박상진 사장입니다.
박상진 사장의 강연 첫마디는 ‘옛날 여자친구는…’이었습니다. 과거 연애사가 공개되자 관객의 집중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는데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학창시절, 여자친구가 눈길에서 중심을 잘 못 잡는 걸 눈치챈 박 사장은 일부러 눈이 녹지 않은 도봉산을 데이트코스로 잡았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던 여자친구가 먼저 박 사장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결국 그녀는 박상진 사장의 등에 업혀 하산했다고 합니다. 그는 “해 달라고 조르기보다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라”는 메시지를 과거 연애사를 빌어 전했습니다.
박상진 사장의 강연 키워드는 ‘밀당과 그린라이트’였습니다. ‘무조건 우리 제품을 사주세요’ 식 조르기보다는 그 물건이 꼭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주는 ‘밀당’과 ‘이때다’ 확신이 들었을 때 과감히 ‘그린라이트’를 누르는 결단력이 사업에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박상진 사장은 밀당과 그린라이트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30년 전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때, 박상진 사장은 당시 이름이 알려지지 않던 삼성의 브랜드를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그가 제안한 것은 전 세계 공항 카트에 삼성 로고를 붙이자는 것이었습니다.
내부에서는 삼성이 카트를 만드는 회사로 오해할 수도 있다며 회의적이었는데요. 박 사장은 전 세계인에게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삼성의 ‘밀당’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감히 ‘그린라이트’를 눌렀고 결과적으로 삼성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외국인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밀당’ 작전도 있었습니다. 수출입 업무를 맡고 있던 박상진 사장은 사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무조건 외국인 고객을 잡아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했기에 6개월 내내 조개관자 요리만 먹으며, 미식축구와 야구 공부만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고객이 감동한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후부터 중요한 비즈니스가 술술 풀렸다고 합니다.
박상진 사장은 BMW사의 전기자동차가 등장하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소개하며 이 차에 삼성SDI에서 만든 배터리가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가장 멋진 전기차의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임직원 모두가 열정을 다해 이루어 낸 삼성SDI의 그린라이트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상진 사장이 강연 중에 갑자기 노래 ‘썸’의 가사를 읊조리기 시작했습니다. 장내는 환호로 가득 찼습니다. 이어 박상진 사장이 ‘밀당’과 ‘썸’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밀당’은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함이고 ‘썸’은 불확실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썸타는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불안감에 휩싸여 지내지 말고 꿈과 밀당하세요. 근거 없는 자신감, ‘근자감’이야 말로 청춘의 특권입니다
이미 ‘청춘’을 지나 왔지만, 청춘보다 더한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박상진 사장. 경영도 사회생활도 연애랑 똑~같다는 걸 깨닫게 함과 동시에, ‘사장님’도 유머러스하며 다정할 수 있다는 인식을 새로 심어준 강연이었습니다.
“비가 억수로 마이 오데예~” 똑 부러지는 말투, 카리스마 있는 눈빛, 세련된 외모까지, 모든 것을 두루 갖춘 방현주 아나운서의 첫마디였습니다. 그녀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필터링’ 없는 따끔한 충고를 서슴지 않으면서 ‘독설녀’로 자리매김한 바 있습니다. 그런 그녀가 부산 열정樂서를 찾아 어떤 얘기를 전했을까요?
방현주 아나운서는 강연 내내 ‘열정의 내비게이션을 켤 것’을 강조했습니다. 열정의 내비게이션은 우리 삶의 여정 속에 낯선 곳을 가거나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아 주는 것입니다. 그녀는 느리다고 걱정할 게 아니라, 다만 걱정할 것은 멈추는 것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포기를 모르는 열정녀(女), 방현주는 결국 중국어의 ‘달인’이 됐다. 우수한 성적으로 북경대를 졸업한 후, 한중 정상회담에서 통역을 담당했고, 중국 프로그램의 MC를 맡았습니다. 지난 6월에 열린 ‘열정樂서 북경 편’에서도 진행자로 나서 자신의 중국어 실력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그녀는 중국에 대한 본인의 열정을 ‘보물찾기’라고 소개했습니다. 보물찾기에는 두 가지 법칙이 존재하는데요. 하나는 가만히 있으면 절대 찾지 못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절대 못 찾는 곳에는 숨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얻은 보물 중 가장 귀한 보물은 ‘인연’입니다. 유학 시절 그녀는 ‘송편 외교’로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습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유학생 신분으로 돈이 부족했던 그녀는 송편을 직접 만들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선물했습니다.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그녀가 전하는 따뜻한 송편에 중국 사람들도 마음을 열게 됐습니다. 덕분에 그녀는 중국 유명한 화가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시골의 한 소수민족까지 두루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녀가 ‘언니’로 더욱 빛난 때는 질의응답 시간이었습니다. 한 관객이 “강연을 듣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열정이 식은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방현주 아나운서는 무대 앞으로 나가 그녀를 꼭 안으며 다독였습니다.
두려움 앞에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 선언하세요. 두려움이라는 온도에 반응해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지는 온도계 대신 온도 조절계가 되세요
29세에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음에도 유학이 가고 싶어 결국 유학길에 오른 그녀였기에 가능한 조언이었습니다. 이로써 방현주 아나운서가 따끔한 충고만 하는 ‘독설녀’라는 설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마지막 강연자는 요즘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 세 명! 샘 오취리, 다니엘 린데만, 에네스 카야(이하, 샘, 다니엘, 에네스)였습니다. 이들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들썩였습니다. 그 인기가 웬만한 영화배우와 가수를 능가했는데요. 특별히 이들의 시간은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청춘 남녀를 바라본 시각은 기존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3인방은 특히 스펙이나 성적에 목매는 우리나라 대학생에 대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샘은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거 같아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다니엘도 여기에 동의했습니다. 사회자 박은지는 각 나라의 스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느냐고 묻자 저마다 본국에서 통용되는 ‘스펙’의 의미를 전했습니다.
샘은 ‘내셔널 서비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1년 동안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봉사활동인데요. 이때, 봉사활동은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서 실무적 경험을 쌓는 것을 뜻합니다. 다니엘은 독일에서는 공부가 필요한 직업이 아니면 대학을 굳이 가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저마다 똑같은 스펙이 아닌 본인의 분야와 관련된 인턴십을 통해 스펙을 쌓는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어쩐지 한국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던 터키에서조차 외국어 능력이나 스펙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실무 능력이 우선시된다고 합니다.
한국 취업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영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세 패널 모두 고개를 저었습니다. 글로벌하게 살려면 외국에도 나가보고 견문을 넓혀야 하는 것이 맞지만, 무조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큰 선진국에 가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요즘 같은 시대에 좀 더 개성 있는 스펙을 위해 자신의 소신이 담긴,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를 경험하고 온다면 그게 더 훌륭한 스펙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관객은 일제히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에네스는 “글로벌한 청년이 되고 싶다면, 관심 있는 나라를 공부하고 나아가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하기 위해 필요 없는 외국어를 억지로 공부하기보다는 나에게 필요한 일을 위해 공부한다면 자연스럽게 스펙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니엘은 “글로벌한 마인드를 키우는 게 최우선”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언어 능력이 능사가 아니라,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인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관객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눈앞의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멀리 보고 가능성을 보는 눈을 가지세요. 내가 바라 보는 꿈이 멀어 보여도 조금씩, 또 서툴러도 돌아가다 보면 언젠가 다다르게 될 것입니다
꿈을 가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계속 주어지는 기회를 얼마나 잘 선택하느냐입니다. 나도 꿈이 있었지만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꿈을 향해 달려갑니다. 지금의 꿈이 크지 않거나 확실치 않아도 조바심을 가지지 마세요.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대신 기회를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 작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이다. 용기와 지식’! 용기와 지식 두 가지가 함께 해야 자신과 인류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여러분도 기억하길 바랍니다
한국인보다 더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외국인 3인방. 그들이 밝히는 스펙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제2외국어는 필수 스펙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꿈에 초점을 맞추는 것! 스펙은 꿈을 좇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가수 성시경이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라디오부터 각종 프로그램 등을 섭렵한 그가 열정콘서트 무대를 빛내기 위해 찾은 것인데요. 성시경이 ‘제주도의 푸른밤’을 부르며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석에서는 ‘맞나? 맞나?’라는 부산 스타일 추임새가 터져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부산 열정樂서 현장에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 봤습니다. 여러 오해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부산 사람을 표현하는 ‘무뚝뚝함’은 ‘열정’으로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사들의 강연에 공감하며 함께 웃고 울던 그들의 모습은 분명 열정으로 무장한 청춘의 모습이었습니다. 끝없이 고민하고 아프지만, 인생의 희로애락을 즐기는 그들이 있었기에 이번 부산 열정樂서는 그 어떤 열정樂서보다도 ‘뜨거운’ 무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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