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ken garden
황윤현
지하의 암울함을 벗기 위해 공간을 만들었다
음지라는 앞말을 단 식물들이
정수리를 비껴가는 바람과 짧은 정오의 볕으로
살아가는 곳
그들의 하늘이 좁다
배경 벽을 코르텐강으로 마감했다
축축한 곳에서 맘껏 녹슬고 그 녹이
피막 되어 더 이상 녹슬지 말라고,
눈물의 면역성 같은 그 성질이 좋았다
머리를 풀어 헤친 맥문동은
진녹색 벨벳 모자를 눌러쓴 바위 곁에서 어렵사리
연보랏빛 꽃대를 세웠다
꽃의 의미를 모르는 더피고사리들이
축하의 둘러리를 선다
안팎을 경계하는 통유리 앞에 안락의자를 두었다
의자에 앉아
움직이지 않으며 움직이는 것들에 시선을 둔다
코마에 빠진 환자가 된다
철판의 굳건한 벽이 부식이라는 이름으로
붉게 타오른다
문득 저곳에 화사 몇 마리 풀어놓을
생각을 한다
살아 움직일 테니까
교미도 하고 새끼도 낳고, 살아서 움직일 테니까
밝은 거실보다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저들을 볼 때 저들도 나를 본다
화사가 벗은 발등을 타고 넘는다
황윤현 | 건축가. 2019년 『모던포엠』으로 시, 2025년 평론 등단. 김천과학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역임. 웹진시인광장 디카시 신인상, 세종문화예술대상, 대한민국건축문화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