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들어 11번째 태풍인 힌남노에 대해선 초강력, 역대급 등으로 예상하였다. 호들갑을 떤 덕분인지 예상 보다는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울산에도 비바람이 밤에 몰아친 까닭에 잠자느라 느끼지 못하였다. 강수량은 제법 많았지만 아침 7시 10분께 울산앞바다를 빠져나갔다는 뉴스를 들었다.
다행이다. 얼마나 조바심을 내었던가!
태풍이 지나간 대기는 청명했다. 말끔히 목욕한 아이얼굴같다. 가슴 깊이 숨을 들이 마셨다. 머물고 있던 공해를 모두 휩쓸고 가벼린 것 같았다. 금방이라고 세상을 끝낼 것 같던 태풍의 시간이 지나니 이토록 평화로운 시간이 되었다.
집 앞 개울엔 흙탕물이 흐른다. 나무와 풀들을 극악스럽게 타고 오르던 환삼덩쿨들이 급물살에 몸을 누이고 있다. 덕분에 환삼덩쿨로 몸이 휘감기었던 나무들이 해방가를 부르고 있는 듯 했다. 속이 시원하였다.
안타깝게도 포항이 힌남노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것 같다. 인명 피해도 가장 많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차를 이동하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던 주민들의 실종이 많았다. 차를 이동시키라는 아파트관리소장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관리소장은 새벽 4시에 출근하여 아파트를 지키느라 애쓴 사람이다. 그런데 한 순간에 이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다른 사람보다 더 노력하다 더 큰 피해를 입혔으니 얼마나 자괴감이 들겠는가!
사람의 일이란 알 수가 없다. 잘한다고 한 것이 더 큰 잘못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와는 다르게 힌남노로 우리 사회의 작은 영웅들도 드러났다. 해병대원들의 인명구조, 대형화물 트럭의 바람막이, 트레일러 운전기사의 침수가 임박한 자동차 구하기 등으로 미담 사례도 있었다. 희비가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