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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문(祭文)
임선생에게 제사지내는 글/ 이인로(李仁老)
[祭林先生文]
생각하건대, 영령(英靈)은 고결한 처사(處士)요, 준일(俊逸)한 참군(參軍)이로다. 문장은 월협(月脅)에서 나왔고 시는 산골(山骨)처럼 우뚝 솟았으니, 팔음(八音)이 넘치고 중채(衆彩)가 그 사이에 발하는구나. 뿔이 하나인 기린(麒麟)의 상서이고, 상서로운 봉새의 오색빛이로다. 때가 되어야 나오니 많이 얻을 수 없도다. 바야흐로 주벌(朱閥 부귀한 집)을 좇아 놀 때에 부(富)가 금혈(金穴)을 오로지 하도다. 마치 진(秦) 나라와 진(晉) 나라가 짝을 이루고, 정(鄭) 나라와 설(薛) 나라가 부(富)의 열을 다투는 것 같았도다. 천구(天衢 앞길)가 심히 넓은데 한 걸음이면 도달할 수 있었으나 분화(紛華)로써 즐거워하지 아니하였도다. 단샘[甘井]이 먼저 마름에 문목(文木)이 없어지고, 만사가 와열(瓦裂)됨에 한 몸으로 화를 벗고 면해 나왔도다. 거할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는 그 곤액 속에서도 절개를 바꾸지 않았도다.
이에 높은 노래가 돌을 깨니, 귀신이 모두 슬퍼하도다. 깊숙한 분(憤)이 가슴을 메우니 구름과 안개가 얽히고 맺혔도다. 유자(柳子)와 같이 답답한 일이요. 송공(宋公)과 같이 떨리는 마음이었다. 찌푸리고 신음하고 부르짖고 웃는 것과, 옳고 그르고 얻고 잃는 것을 모두 필설(筆舌)에 붙여서 펴내니, 이것은 강해(江海)가 쑥대밭을 거둬올리고 금석(金石)의 풍악소리는 귀뚜라미 소리를 깨뜨리는 것과 같도다. 그 말이 괴이하고 괴휼하며 그 생각이 슬프고 간절하다. 골(鶻 새 이름)이 날개를 떨쳐 한 번에 천척(千尺)을 올라가는 것으로 이 분격(奮激)을 비할 수 없고, 곧은 소나무가 눈을 떨치고 높은 암벽에 서 있는 것도 이 굳세고 열렬한 것엔 비할 수 없도다.
곱게 화장하여 담 넘어 내다보는 아리따운 얼굴도 여기에 비하면 곱다고 할 수 없고, 좋은 바람을 타고 바다를 헤치고 가는 배도 이보다 기운이 빠를 수 없도다. 한(漢) 나라 위(魏) 나라를 능가하며 장자(莊子)와 굴원(屈原)을 섞었도다. 예리한 것은 대쪽을 뚫으며, 그 교묘한 것은 이[蝨]를 맞힐 정도로다. 스스로 팔음(八吟)의 민첩함을 자랑하고 연귀(聯句) 하나를 빌리는 것도 부끄럽게 여기니, 팔을 베고 누워서도 과거는 쉽게 얻을 수 있으니 물건을 줍는 것보다 쉽다고 이를 만하도다. 그런데 갓을 쓰고 월(越) 나라에 가듯이, 또는 신을 발굽이 없는 이에게 팔듯이, 시세에 맞지 않아 예도(鶃都)에서 미끌어지고 의봉(蟻封)에서 엎어져서 유기(由基 활 잘 쏘는 사람)처럼 버들잎을 맞히지 못하고, 문득 구몽(龜蒙)의 못 달[潭月]을 부시었도다. 30 청춘에 백의(白衣)로 죽으니 그 과거[丹柱]를 못한 원한은 천지가 다 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아, 슬프다. 세상에서 공(公)을 평하기를 기상이 거만하고 말이 너무 촉발라서, 공씨(孔氏)와 미씨(禰 氏)같이 기운을 믿고 반씨(潘氏)와 장씨(張氏)같이 물(物)을 업신여긴다 하나, 이것은 다만 공에게는 맑은 물에 뜬 한 점의 티끌이요, 흰 구슬에 낀 조그만 흠과 같으니 무슨 흠이 될 수 있겠는가. 빛나는 적발(赤紱 붉은 인끈)이 베옷보다 천하고 머리가 희도록 오래 사는 것이 일찍 죽는 것보다 못함이 있다. 귀사(龜蛇)와 목석(木石)같이 비록 오래 있은들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
지금 공은 비록 몸이 궁하였으나 재주는 저 북두칠성과 같이 높고, 수는 비록 요절을 하였으나 이름은 앞으로 태산과 화악(華嶽) 같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니, 이것으로 저기에 비교해보면 천양(天壤)의 차가 있도다. 우리들은 일찍이 공의 집에서 놀아 서로 친밀하였는데, 얼마 안 되어 문득 영질(郢質) 같은 지기(知己)를 잃었으니, 이제는 옛날 노래하고 놀던 곳이 적막하여지고 그대의 향내가 끊어졌구나. 내 노래를 누가 화답하며 내 시의 결점을 누가 평하겠는가. 산거원(山巨源)의 술집은 멀어졌고, 상상시(尙常侍)의 이웃 피리소리는 처창하게 나는구나. 하늘을 우러러서 눈물을 떨어뜨리니 이에 이어서 피눈물이 쏟아지노라. 아, 슬프다. 술과 안주가 있어서 여기에 베풀고 한 잔 술을 올리면서 방불한 소리와 모습을 연상하노라.
[祭林先生文[李仁老]
惟靈。處士孤潔。參軍俊逸。文出月脇。詩聳山骨。八音洋溢。衆彩間發。祥麟一角。瑞鳳五色。時然後出。不可多得。方其起從朱閥。富擅金穴。秦晉成匹。鄭薛爭熱。天衢甚闊。跬步可達。不以紛華而爲之悅。及乎甘井先渴。文木則泄。萬事瓦裂。一身免脫。居無黔突。行哭窮轍。不以困厄而易其節。於是高歌裂石。神鬼慘怛。幽憤塡臆。雲霓糾結。柳子一欝。宋公憀慄。嚬呻叫笑。是非得失。一寓筆舌。得以舒洩。不啻如江海之卷蓬。金石之破蟋蟀。其辭怪而譎。其思哀以切。至若霜鶻振翮。一上千尺。不足以比其奮激。貞松拂雪。槎牙倚壁。不足以比其勁烈。
粉面窺墻。未爲艷黠。風檣截海。未爲迅疾。馳騁漢魏。雜以莊屈。其利可以穿札。其巧可以貫蝨。自恃八吟之捷。恥作一聯之乞。則其曲肱而有甲乙者。可謂易於俯掇矣。然猶資冠適越。鬻屨與刖。鶂都返躓。蟻封顚蹶。未破由基之楊葉。遽碎龜蒙之潭月。靑春三十。白衣永沒。則夫丹桂之寃憤。其與天地無終畢矣。嗚呼。世皆謂公。高視不輟。硬喙莫屈。孔禰恃氣。潘張傲物。此特淸淮之點毫末。白璧之有蟻缺。何足恤哉。有或煌煌赤紱。賤於布葛。皎皎華髮。不如短折。則龜蛇木石。雖久奚益。今公身雖窮而才與星斗相軋。壽雖夭而名將泰華不滅。以此校彼。霄壤可別。某等早遊蘭室。以膠投漆。纔轉般斤。遽失郢質。歌塵已絶。衣霧頓歇。予狂孰和。詩病誰詰。山巨源之酒壚敻隔。向常侍之隣笛悽咽。能不仰天殞涕。繼之以血乎。嗚呼。有肴斯設。有酒斯撥。聊薦一盃。想音容於髣髴。
윤사성에게 제사지내는 글/ 이인로(李仁老)
[祭尹司成文]
생각하건대, 영령(英靈)은 그 기운이 얼음같이 서늘하고 그 품성은 기린같이 기이하도다. 문장은 일찍이 조정의 상서로움이 되었고 언행은 반드시 충신스러웠도다. 혼금(渾金)과 박옥(璞玉)같음이여, 어디든지 쓰이지 못함이 없도다. 천록(天祿)과 석거(石渠)를 다 봄이여, 식견이 한이 없도다. 명망은 순반(笋班)보다 넘치고 은총은 연촉(蓮燭)을 받았도다. 크게 취해 시 3천 수를 높이 읊었으니 이태백(李太白)의 심간(心肝)을 연 것이요, 말 타고 다니며 고기 먹기로 40년이 되니 채공(蔡公)의 부귀에 처한 것이로다. 천자가 기용하여 거울로 삼고 학자가 산 같이 우러러 보았도다.
착한 사람에는 반드시 상서로움을 내리는 법이므로, 모든 사람들은 공이 젊을 때 재상이 되기를 바랐도다. 어찌 이렇게 어질면서 수를 못하고 문득 하늘 나라의 시랑(侍郞)이 되었는가. 사람들은 다 옥수(玉樹 좋은 사람)가 묻힌 것을 슬퍼하고, 선비들은 또 사람(詞林)이 다 시들었다고 탄식을 하노라. 당상(堂上)에는 장길(長吉)의 어머니가 있어서 피눈물을 흘리고, 슬하에는 백도(伯道)의 아들이 없으니 가문을 누가 잇겠는가. 통석한 일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는데 하늘이 왜 모르는가.
우리들은 다행히 풍근(風斤) 같은 지기(知己)를 만나 옥순(玉笋)에 참예하여 비로소 중니(仲尼 공자의 자)의 봉(鳳)에 붙었더니, 어찌 사안(謝安)의 닭[鷄]을 꿈꾸었느냐. 이에 상여 줄을 잡고 새 무덤에 가서 슬픔을 옅은 잔에 붓노라. 끊어진 줄을 벽에 걸었으니 이미 종자(鍾子)를 지음(知音)하는 이가 없고 빠른 우레가 산을 깨뜨리니 다만 장강(長康)의 통곡하는 소리만 다하도다.
祭尹司成文
惟靈。冰壑爽氣。石麟奇標。文章早瑞於朝廷。言行必用於忠信。若渾金璞玉兮無施不可。歷天祿石渠兮其識難涯。望溢笋班。寵承蓮燭。高吟大醉三千首。開太白之心肝。躍馬食肉四十年。處蔡公之富貴。天子用以爲鑒。學者仰之如山。善必降祥。皆欲望黑頭宰相。仁胡不壽。奄然爲碧落侍郞。人皆嗟玉樹之已埋。士亦嘆詞林之盡瘁。堂上留長吉之母。血淚旁流。膝下無伯道之兒。家聲孰繼。痛莫甚此。天胡默然。某等幸遇風斤。獲參玉笋。始得附仲尼之鳳。何以夢謝安之雞。乃執紼於新阡。聊寫哀於淺酌。斷絃掛壁。旣無鍾子之知音。疾雷破山。徒盡長康之痛哭。尙饗。
최태위에게 제사지내는 글/이인로(李仁老)
[祭崔太尉文]
못과 같이 깊고 바다같이 넓어서, 그 끝간데를 가보지 못하겠는 것은 공(公)의 그릇이어서, 비록 귀신이라 하더라도 도저히 엿볼 수 없고, 오채(五彩)가 찬란하여 일월과 더불어 서로 빛나는 것은 공의 기상이어서 천년을 지나도 오히려 쇠하지 않도다. 고금을 다 포괄하여 황제(皇帝)와 요순(堯舜) 보기를 뜰앞을 보듯 하는 것은 공의 지식이로다. 뒷세상에서 다 귀감(龜鑑)으로 삼을 것이요, 삼대에 스승으로 삼을 것이다.
배운 도는 공자가 아니면 주공(周公)이요, 맹세한 규모는 고요(皐陶)가 아니면 기(夔)로다. 용감하게 조정에서 물러나와 한가히 거하는 즐거움은 가히 평천(平泉 경치 좋은 정자)의 꽃나무와 녹야(綠野)의 시주(詩酒)를 압도할 수 있도다. 나이 팔순이 지나도 붉은 뺨과 흰 머리로 지팡이를 짚고 산에 놀며 촛불을 밝히고 바둑을 두었으니, 보는 이가 다 황석공(黃石公)이 하비(下邳)에 노는 것과 같다고 하였도다.
돌아보건대, 나 소자(小子)는 늦게 공에게 알리게 된지라 아양곡(峩洋曲)이 있어 종자기(鍾子期)를 만난 것 같고, 코끝에 흙이 묻은 것을 큰 자귀로 찍어 내는 것과 같았다. 나의 하찮은 글이 옛 문장가들의 울타리 안에 놀 수 있다고 하여, 고해(苦海)의 것을 다 끌어내어 한 편도 남기지 않고 약석(藥石)을 탐하듯이 가희(歌姬)에 가르치니, 만일 공의 상음(賞音)이 아니면 어찌 사관(絲管)에 올리고 금석(金石)에 새기어 찬연히 빛남이 북두칠성과 같이 오래도록 전하리오.
공이 이미 돌아갔으니 나를 아는 이가 누구인가. 아, 슬프다. 공의 사업은 마치 태산(泰山)과 황하(黃河)가 땅에 있어서 옮기지 않는 것과 같고, 공의 언론은 마치 금석과 백벽(白璧)이 보배되는 것과 같아서 오래일수록 더욱 기이하니, 그 풍렬(風烈)이 죽고 사는 것을 따라 있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또 어찌 슬퍼하리오. 지금 내가 시끄럽게도 소리내어 우는 것은 바로 내 사정(私情)에서 나온 것이로다. 한 잔 올려서 짤막한 글에 이 슬픔을 쏟나이다. 상향.
祭崔太尉文
淵渟海滀。不見其涯者。公之器也。雖幽鬼莫得而窺。五彩爛發。與日月相輝者。公之氣也。歷千載猶不衰。牢籠古今。視黃虞若軒墀者。公之智識也。後世皆以爲蓍龜。三葉爲百世之師。所學之道。匪孔則姬。所矢之謨。匪臯則夔。其於勇退閑居之樂。可以壓平泉之花木綠野之酒詩。年過八旬。紅頰白髭。杖策遊山。然燭圍棊。見之者皆以爲若黃石公之遊下邳。顧予小子。脫彼公知。峩洋有曲。得遇子期。鼻端有地。風斤可施。謂僕不腆之文。可以遊作者之藩籬。窮探苦海。無一篇之見遺。饞諸藥石。敎以歌姬。儻非我公之賞音。烏得以播絲管勒金石。燦然與星斗以久垂。公今已逝。知者其誰。嗚呼哀哉。公之事業。若泰山黃河之在地也。不可以推移。公之言論。若金石白璧之爲寶也。久而愈奇。其風烈有不與死生而存亡者。又何足以悲。然則今僕之所以噭噭然聲發而涕者。乃出於私也。故薦一巵以寫哀於寸詞。尙饗。
평장 이광정에게 제사지내는 글/ 이규보(李奎報)
[祭李平章光挺文]
모년 모월 모일에 아무 벼슬 아무는 삼가 효찬(肴饌)과 청작(淸酌)의 전(奠)으로써 공경히 문하시랑 평장사(門下侍郞平章事) 이공(李公)의 영령에 제사를 지내나이다. 대개 사람이 하늘로부터 부여되는 것을 많이 얻을 수는 없도다. 영화를 다하려면 구애되는 일이 있어서 그 낙을 다할 수 없고, 낙을 너무 좋아하면 또 방탕해지니 영화는 엷어지게 되는 것이다. 비유하면, 범에게는 날개를 주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인데 특히 우리 선생께서는 영화와 낙을 다 두었도다.
나가서는 장수가 되었을 적에는 표범 껍질로 두른 가마를 타고 붉은 기(旗)를 세웠으며, 들어와서는 정승이 되었을 적에는 옥현(玉鉉)을 걸고 금빛문을 달았으니, 장수와 정승의 영화를 공이 겸허하였도다. 집에는 아미(蛾眉) 같은 고운 여자들이 늘어서 있어 날마다 옥을 안고 향기를 마시며 거문고를 탔고, 또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왔을 때도 근력이 좋아서 성색을 좋아하는 것이 젊을 때 못지 않았도다.
공이 자손들에게 이르기를, “뜬구름 같은 인생이란 잠시이므로 내가 너희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니 너희들은 속히 내게 고기를 대접하라.” 하고, 야복(野服)으로 지내면서 여러 곳을 왕래하였으니, 남아의 낙은 오직 공이 다하였도다. 내가 옛날에 난리를 만났을 때 어려운 고통을 당하여 토끼같이 숨고 쥐같이 엎드리면 낭패를 당하여 웅거할 곳을 잃었는데, 공에 힘입어 오늘까지 이르렀도다.
매양 생각하면 홀연히 슬프고 떨리는구나. 아, 슬프다. 공을 아버지같이 보았고 공의 누님을 어머니같이 보았는데, 공이 지금 죽으니, 내가 아버지를 잃은 것 같도다. 무슨 말로써 영결을 할꼬. 한 잔의 박주나마 공은 취하여 내 마음의 회포를 위로하시오.
[祭李平章光挺文[李奎報]
維年月日。具銜。謹以肴饌淸酌之奠。敬祭于門下侍郞平章事李公之靈。大抵人之賦分。不可多得。冐榮則拘。其樂末極。好樂則放。取榮也薄。譬之於虎。不傅以翼。獨我夫子。揔而有之。出而爲將。豹纛紅旗。入而爲相。玉鉉黃扉。將相之榮。惟公兼資。列屋蛾眉。窈窕嬋娟。日擁珠翠。吸簧按絃。雖至懸車。膂力不愆。聲色之嗜。不減壯年。公謂子姓。浮生倐然。毋固溷汝。汝速擊鮮。野服以遊。往來翩躚。男兒之樂。唯公極焉。予昔遭難。艱阨辛苦。兎竄鼠伏。狼狽失據。繄公是賴。以至今日。每一念至。忽焉悽慄。嗚呼哀哉。有公如父。有姊如母。公今云亡。如喪我考。何以辭訣。一觴薄酒。公其醉止。慰我心疚
민평장에게 제사지내는 글 부인 대신 짓다 /이규보(李奎報)
[祭閔平章文 代夫人作]
모월 모일 아, 슬프도다. 문장의 훌륭함은 첩(妾)의 추측할 바 아닙니다만, 님께서 임금을 만난 것은 천년 만에 한 번쯤 있는 일입니다. 풍운(風雲)이 서로 어울리면 말이 갈기를 떨쳐 기운을 뽐내듯, 벼슬 지위는 정승에 올라서 백관을 통솔하였고, 그 후 물러나 은퇴 생활을 한 지도 10년이 넘었으니, 홍범(洪範)의 오복(五福)을 다 갖추었고, 분양(汾陽) 같은 일생에 결함이 없다 하겠습니다. 대기(大期 수명의 기한)를 어쩔 수 없어 이제 어디로 가셨나요. 님께서야 유감이 없지만 산 사람의 슬픔이라, 저에겐 눈물이 있을 뿐입니다.
보낼 때 문밖에도 나가보지 못했고, 떠나갈 때 상여줄을 잡아 보지도 못했으니, 모르겠습니다. 어느 산기슭 어느 좌향 어느 혈(穴)에 님의 옥 같은 몸을 묻어 그 빛을 아주 사라지게 하는지. 아, 슬프도다. 그래도 두 아들이 있어 쌍이 되어 조정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첩은 의지할 곳이 있습니다. 부디 돌아보지 말고 가소서. 그리고 첩도 늙은 몸이라 산들 얼마나 살겠습니까. 술잔을 올리니 모든 것은 끝났고 슬픔만 남았을 뿐입니다.
祭閔平章文 代夫人行
月日云云。嗚呼哀哉。文章蘊蓄。非妾所窺。公之遇主。千載一時。風雲感會。奮鬣揚鬐。位極冡宰。摠領百司。乞身退逸。尙十餘朞。洪範之五福純備。汾陽之終始無虧。大期莫逭。今也安之。於公無憾。生者之悲。婦人所有。唯是涕洟。逬不得越門。去不得執紼。不知何山之趾。何兆何穴。埋爾玉樹。沈光永滅。嗚呼哀哉。猶有二子。雙飛天路。妾有所依。幸勿爲顧。妾亦老矣。生復幾何。酌酒以侑。已矣嗟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