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었습니다.
날이 더워지고 있는 요즘이라, 그 날도 점심이 가까워지면서는 제법 더위를 느끼게 할 정도로 기온이 오르고 있었는데요,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그래서 전화기를 들었는데,
어?(제가 깜짝 놀란 건)
핸드폰 모니터에 뜬 이름이... ‘최 00’. 치과의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다 못해 당황하기까지 했고,
'웬일로? 앞으로 결코 전화하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있었던(그래서 완전히 포기까지 했던) 사람이, 무슨 일이지?' 하면서, 우선은,
'받지 말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답니다.(괘씸하다는 생각이 앞서드라구요.)
전화음이 6-8번 울리는 순간까지 갈등을 하다가(결코 짧은 순간은 아니었답니다.),
'어디, 뭐라고 하는지... 받아나 보자!' 하는 심정에 받고 말았는데요,
"예......"
"저... 최 00인데요......"
"예, 알고 있는데요......"
"지금, 댁에 계세요?"
"예."
"그럼, 가도 돼요?"
"예?"(저는 놀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딘데요?..." 했는데,
"여기 '화랑대'역인데, 지나가다 생각이 나서 전화했는데요......" 하기에,
'아니, 왜 갑자기? 그리고 하필이면 왜 오늘... 더구나 애매하게 점심 시간에 전화야?' 하고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은 상태로,(제가 그랬던 데에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그 양반은 '중계동', 나는 '공릉동') 하필이면 오늘 같은, 제가 아직도 씻지도 않은 상태로, 집안도 너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었기에)
"무슨 일로 화랑대역에 계시는데요?" 하고 여전히 의아해 하는데,
"그냥, 잠깐 얼굴이나 보고 갈까 해서요......" 하기에,
"예에?" 하고 저는 또 다시 놀랐는데요,
"제가 갈게요. 잠깐 얼굴만 보지요, 뭐......" 하는데,
'아니, 날도 많은데... 왜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온다는 건데? 그리고 시간을 넉넉히 갖고 오던지 말던지 해야, 뭐... 막걸리라도 한잔 하면서(그 양반은 술을 잘 못합니다.) 얘기라도 나눌 텐데, 얼굴만 보고 간다고? 이건, 너무 일방적이잖아?' 하는 별로 달갑지 않은 심정에,
"오늘은, 나... 씻지도 않고... 집안도 어질러져 있는데......" 하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냥, 얼굴만 보고... 갈게요......" 하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지? 평소에 시간 많을 때(여유있게) 올 것이지,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 하면서도,
"그럼... 오세요. 내가 문 열고, 잠깐... 윙크를 하고 문을 닫을 테니, 바로 돌아가면 되겠네요." 하고 그 상황에서도 농담을 하자,
"프 흐흐흐흐...." 웃더니, "그럼, 바로 갈게요." 해서,
"그러슈. 그냥 얼굴만 보고 가시든지......"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요,
회원 여러분들께서는 아실 것입니다.
그 양반과 제가 어떻게 그동안 안 만나게 되었는지를...... (지난번에 제가 고백하는 글을 까페에 올렸었잖습니까? 그 글과 연결시키겠습니다. 아래)
'화가 남궁문'과 함께... | 사람 관계 - Daum 카페
그렇게 치과의사가 다시 여기 '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양반이 여기에 오기 전까지 몇 분 사이에 약간의 방 정리를 해놓긴 했는데,
"아니, 무슨 일로... 그리 급합니까?" 하고 제가 약간의 공박성의(?) 물음을 던지자, 약간의 어색함을 드러내던 그 양반(왜 아니겠습니까? 1년도 더 넘게, 발길을 끊었다 온 사람인데요.),
요즘에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고,(본인이 자청해서 하는 일인지 의뢰를 받고 하는지는 모르지만(그런 건 묻지 않았습니다.), '유치원이나, 초중학생들 치아 건강 상태를 점검해서 통계내는 일'을 하느라 바쁘다면서,
"오늘도 오전엔 신촌의 한 학교에서 일을 했고, 지금은 여기서 가까운 '별네'의 한 중학교로 가고 있는데, 이 동네를 지나게 되어... '달님'(그 양반은 저를 그렇게 부른답니다.) 생각이 나서, 갑자기 전화를 걸었지요." 하고 실토를 하더라구요. 그래서(그 양반, 그 좋은 기술(의술인 치과 일)을 그냥 썩히느니, 그런 일이라도 하는 게 나쁘진 않아 보이드라구요.),
"몇 시까지 가야 하는데, 이 시각에요?" 하고 물으니,
"1시 반까진데... 시간이 약간 남아서요." 하니,
"그럼, 점심은요?" 하고 묻자,
"어디 가서 사 먹고 가야지요." 하기에,
"아니, 뭘... 사먹습니까? 여까지 왔는데, 여기서 먹고 가지!"
"아녜요! 그럴 여유가 없어요. 더구나 빈손으로 왔는데......"
"원장님!(저 역시 그 양반을 여전히 그렇게 부르지요.) 우리 사이에 무슨 '빈손' '든손' 따집니까? 더구나 나도 어차피 지금 밥을 해야 점심을 먹을 수 있으니, 그리고...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이 있으니, 그냥 있는 대로 해 먹읍시다! 원장님 늦지 않도록 해 줄테니까요." 하자,
"아니, 괜찮아요! 곧, 가야지요......" 하기에,
"아이! 왜 이러십니까? 먹고 가라니까. 아무리 없는 반찬이지만......" 하면서 저는, 그렇잖아도... '지금 점심 시간이 다 됐는데, 어떡한다지?' 하고 있었기에, 어차피 하려던 밥을 하려고 일어나 주방 쪽으로 가서 불을 켰답니다.
그러면서도(제가 밥을 지으면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했는데,
"아니, 근데... 원장님! 평소에 널널한 시간 놔두고(저녁 시간), 오늘 같이... 내가 씻지도 않은 상태로 너저분한데 갑자기 오셔서, 반찬이 '열무 김치'밖에 없습니다." 하게 되었는데,(그 양반이 '계란찜'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냉장고 안에 몇 개 남아있던 달걀로 찜을 준비하면서)
"괜찮아요......" 하던데,(그 양반, 식성은 굉장히 소박하지요. 김치와 상추(풋고추) 쌈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혹시, 원장님 집에 가서 드셔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하고, 제가 묻기에 이르렀는데(왜냐면 바로 옆 동네에 살기 때문에),
"아니, 모르고 계셨어요? 저 이사간 거?"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에?" 하고 제가 놀라자,
"저, '위례'(어디, '하남' 근처인가 보았습니다.)로 이사했는데요... 작년 12월에요."
"정말요?"
저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그러면서 저는, "어떻게 내가 그 사실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하고 화까지 냈답니다.)
그래서 들으니,
그 양반, 딸이 둘 있는데, 시집간 큰 딸이 강남의 '천호동'엔가 산다고 들었었는데, 손자가 태어난 뒤로는... 그 부부가 손자를 보러 아주 잦게 딸네에 다니곤 했는데,
그 딸이, 여기 중계동까지 오는 걸 너무 힘들어 하고 또 본인들도 거기까지 다니는 게 불편해서,
아예 그 쪽으로 이사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양반이(특징이, 유난히) '가족애'가 보통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그 양반이 왜 갑자기 화랑대 역에서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는지 등이 이해가 되긴 했지만,
저는 저대로 갑자기 허탈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답니다.
아니, 여태까지는... '가까운 이웃'이니까, 언제든, 오라면 오고... 생각나면, 막걸리 한 잔 하자고(저녁 식사) 부르기도 했는데, 이젠 먼 곳으로(?) 이사를 해버려서, 갑자기, 이웃이 아닌 먼 데 사는 사람이란 게 인식되면서는, 어째 사람마저 멀게 느껴져(앞으론 거리 상으로도 쉽게 만나지는 못할 것이라서) 그럴 수 없다는 게... 여간 섭섭하게 와 닿지가 않드라구요.
결국, 밥이 돼서... 그 양반, 평소처럼 밥 한 그릇에, 누른밥까지를 배불리 먹고(여기서는 늘 그렇거든요.).....
12시 50분에(점심을 먹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일하러 갔답니다.
그렇게 한동안 멀어져 있었던 친구 하나가 돌아왔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없기도 했고, 또...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 돌아왔던 겁니다.)
우리는 지난 날에 대해선(왜 우리 사이가 그렇게 되었는지?) 서로가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냥 묻어 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거지요......
70이 다 된 나이에도 이런 일이 있습니다.
(무슨 자랑거리라고 제가 이러겠습니까만, 그래도 여러분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제 속마음을 다 털어놓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