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 철학은 이원론을 기초로 한다.
인간을 영혼과 육체로 구분해서 영혼은 귀하지만 육체는 무가치한 것으로 여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하나님을 섬기는 것은 마음의 문제가 된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는 몸으로 하나님을 예배해야 한다. 의지나 결심을 드리는 것이 예배일 수 없다. 몸을 제물로 드리기 전에는 아무것도 드린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신앙생활은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예수를 마음으로만 믿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예배라는 예배는 항상 개근하고, 성경도 일 년에 서너 번씩 통독할 테고,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고… 다 할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몸으로 믿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마음은 원인데 육신이 약하다.
그러면 마음으로 원하는 것이 그 사람 수준일까, 육신이 약해서 그렇게 못하는 것이 그 사람 수준일까?
개척 초기의 일이다.
출근길에 같은 건물에 있는 분을 만났다.
인사를 건넸더니 “목회가 없는 날도 나오나요?”라고 물었다.
예배가 없는 날을 목회가 없는 날로 잘못 말한 것이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보자.
목회가 없는 날이 어떤 날일까?
예배를 인도하는 것만 목회가 아니다.
교인과 식사를 하면 그것도 목회이고 혼자 책을 읽어도 목회와 관계있는 일이다.
심지어 낮잠을 자도 목회를 위한 낮잠이어야 한다.
피곤을 달래서 맡은 일과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낮잠이 아니라 게을러서 자는 낮잠이라면 목회자 자격이 없다.
이 얘기를 조금 바꿔볼까?
교회는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 교회다.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면 더 이상 교회가 아니다.
설교자 역시 그렇다.
하나님을 인식하지 않는 설교자는 설교자가 아니다.
그러면 교인은 어떨까?
교인 역시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하나님과 관계없는 교인은 교인이 아니다.
교회는 항상 하나님과 관계있어야 하고 목사도 항상 하나님과 관계있어야 하는데 교인은 가끔 하나님과 관계없어도 무방한 법은 없다.
목회자의 모든 것이 목회와 관계있는 것처럼 신앙인의 모든 것도 신앙과 관계있어야 한다.
우리는 전부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구원을 받았다.
물론 영혼 구원이다.
그것으로 다 된 것이 아니다.
우리 삶도 구원 받아야 한다.
구원 받았으면 당연히 구원 받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즉 우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면서 살아야 한다.
우리 몸을 제물로 드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수가 없다.
우리 삶을 드려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종교 의식만 받으시는 분이 아니다.
일주일 중에 주일 하루를 하나님께 드렸다고 해도 나머지 6일을 하나님께 드리지 않으면 주일에 행한 종교 의식은 절대 예배가 아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전철을 타자마자 재빠른 동작으로 빈자리에 뛰어가 앉았다.
남보다 먼저 자리에 앉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밀치기도 했다.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가끔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을 옆자리에 놓고는 큰 목소리로 일행을 불렀다.
“김권사, 이리 와. 여기 자리 있어.”
같이 있던 친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럴 때는 김권사라고 부르지 말고 김보살이라고 부르는 게 하나님께 영광되지 않겠어?”
부활하신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 가지 않고 갈릴리에 가셨다.
예루살렘 성전은 종교 행위가 가장 극대화 되는 곳이다.
예수님은 마땅히 그곳에서 예배를 받을 자격이 있으시다.
반면 갈릴리는 제자들이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살던 곳이다.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서 바닷바람과 싸우는 삶의 현장이다.
예수님의 관심이 예루살렘에 있지 않고 갈릴리에 있었다.
진리는 하늘에 있지만 실천은 땅에 있기 때문이다.
신앙은 우리 삶의 어느 한 부분을 하나님께 떼어드리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주관하는 원리다.
하루 24시간에서 일정 시간을 할애해서 종교 행위를 극대화하는 것이 신앙생활이 아니라 신앙에 근거해서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 신앙생활이다.
할례에 빗대서 얘기하면 할례 받은 양피 조각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신앙생활이 아니라 할례 받은 몸으로 사는 것이 신앙생활이다.
예배만 경건하게 드리면 안 된다.
예배 시간 전에는 하나님을 예배할 사람다워야 하고 예배 시간 후에는 하나님을 예배한 사람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