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 / 김석수
이번 추석 연휴에 일본에 다녀왔다. 지난 4월에 갔다왔지만 아내가 함께 가보고 싶다고 해서 또 갔다. 나는 가본 곳이지만 아내는 아직 가지 않았던 지역을 기차와 버스로 다녔다. 여러 번 혼자만 해외 여행 가는 것이 미안해서 이번에는 함께 돌아다니면서 가이드 역할을 하기로 했다. 여행은 보는 것 못지않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맛집을 찾았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앱이 잘되어 있어서 인터넷 검색하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일본은 우동과 소바(일본의 메밀국수)가 가는 곳마다 다양하게 있다. 우동은 면발이 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소바는 시원한 육수 맛이다. 역 주변에 우동과 소바 맛집이 많다. 첫날 신오사카역 근처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역 뒤쪽 종합병원 옆 고가 다리 밑 건널목을 지나갔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식당이 즐비하다. 내가 찾는 식당은 큰 건물 모퉁이에 있다.
집으로 들어가니 70대로 보이는 노인이 인사한다. 그는 일본 사람이 잘 쓰는 모자(도리 구찌)를 쓰고 있다. 허름한 집이다. 입구에 주문대가 설치돼 있다. 안쪽으로 긴 테이블이 놓여있다. 앉을 좌석이 열 개뿐이다. 이른 저녁이지만 앉을 자리가 없다. 주문하고 자리가 빌 때까지 기다렸다. 주인 혼자 주문받고 요리해서 음식을 내놓는다. 반찬은 단무지 하나다. 국물이 시원하고 깊은 맛이 있다. 1인분이 7천 원이다. 양도 많아서 한 그릇 비우고 나니 배가 불렀다. 아내는 이번 일본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점이라고 한다.
다음날 도쿄 근처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우동집에 갔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우동과는 확실하게 다른 맛이다. 국물보다는 면발에 대부분의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면발이 두껍고 탱탱하며 매끄럽다. 담백하고 산뜻한 맛이다. 이곳은 옛날부터 비가 적게 와서 벼농사가 잘되지 않는 지역이다. 물이 많이 필요한 벼농사보다는 밀농사를 주로 했다. 밀 수확량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면 요리가 발달했다. 바다가 가까워서 요리에 필요한 소금, 간장, 멸치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비우고 호텔로 돌아왔다.
셋째 날 교토 여행을 마치고 저녁에 교토역 11층에 있는 화식(和食) 집에 갔다. 화식은 일본의 전통 방식으로 만든 음식이다. 일본어로 와쇼쿠라고 한다. 2013년 유네스코 무형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일본의 바다와 강, 산과 육지에서 자란 제철 농산물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 특징은 육수다. 국물에 말린 멸치와 정어리 등의 재료를 넣고 푹 끓여서 감칠맛을 나게 한다. 간장과 된장 같은 발효 조미료를 사용해서 독특한 맛을 낸다. 일본 여행하는 많은 사람이 꼭 맛보고 싶어하는 음식이다.
마지막 날 저녁에 숙소 근처에 있는 회전 초밥집에 갔다. 젊은 종업원이 안내한다. ‘키오스크’ 단말기에서 좌석 번호를 받아서 자리에 앉았다. 초밥은 일본에서 유명하고 사랑받는 전통 음식 중 하나다. 신선한 생선, 해산물, 샐러드 등 다양한 재료를 신선한 밥과 함께 싸서 먹는다. 나는 생선뿐만 아니라 소고기와 장어 초밥을 좋아한다. 좌석 옆에 있는 단말기 화면에서 원하는 초밥이나 메뉴를 선택하면 컨베이어 벨트로 음식이 배달된다. 그 종류가 다양하다. 처음 보는 것이 많아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진다. 접시 위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덮개가 씌워져 있다. 초밥이 컨베이어 벨트를 돌면서 생선과 밥이 말라 맛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한 것이다. 다 먹고 접시를 식탁 옆에 구멍으로 넣는다. 계산은 접시 개수로 한다. 가격은 접시 색깔로 구분한다. 한 접시에 1,500원이다. 둘이 20개를 먹었다. 아내는 우리나라보다 싸고 맛있다고 좋아했다.
여행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맛집 찾아 여기저기 다니느라 다리가 아팠다. 하지만, 고단한 여행길에 소박한 음식을 먹으며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내게 커다란 즐거움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신경 쓰지 않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치유 활동이다. 모두가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는 ‘먹는 즐거움’을 맛보면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끽했으면 한다.
첫댓글 먹는 즐거움이 최고지요. 하하!
즐거운 여행이였겠네요. 부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모님이 행복하셨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남편이 자주 보는 '고독한 미식가'가 떠오르네요. 사모님과 가셔서 더 좋으셨겠네요. 행복도 맛도 느끼는 자의 것인 것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먹는 것도 좋지만, 먹는 얘기도 즐겁더라구요.
고맙습니다.
사이좋게 여행하시고, 맛있는 음식 찾아서 행복을 누리시는 두 분 모습이 아름다우십니다.
고맙습니다.
추석 연휴 아내와 여행,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