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녹색생활실천 일기쓰기' 대상 받은 곽준호 군
곽준호 군(서울 옥정초등 5년)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을 읽는다. 한 달에 30권은 거뜬할 정도다. 집 근처 성동구립도서관(성동구 행당동)을 제 집처럼 드나든다.
무엇보다 책 속의 또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게 즐거웠다. 언제부턴가 머릿속에만 맴돌던 것들을 연습장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글의 첫머리엔 날짜를 기록했다. 자연스레 ‘독서일기’가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주제의 범위가 넓어졌다. 평소 겪었던 모든 일이 일기의 소재가 됐다.
이런 일기쓰기 습관은 준호에게 뜻밖의 선물을 전달했다. 지난달 그린크로스 한국대표부 주최로 열린 ‘제1회 전국 초등학생 녹색생활실천 일기 쓰기 대회(이하 ‘녹색일기 쓰기 대회’)’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녹색성장위원장상’을 차지한 것.
시상대에 오르기 사흘 전인 지난 11일, 서울 소년조선일보 편집실(중구 태평로 1가)에서 준호를 만났다. 준호는 “습관처럼 써왔던 일기로 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꾸준히 하다 보니까 좋은 일이 저절로 찾아온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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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몸에 밴 습관으로 1302:1 경쟁 뚫었어요"
녹색일기 쓰기 대회는 어린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자원 보호에 대한 내용을 담아 일기로 써보는 대회다. 지난해 11월부터 약 한 달에 걸쳐 진행된 이번 대회엔 전국의 초등학생 총 7811명이 지원했다. 대상 격인 녹색위원장상은 학년별로 한명씩 여섯명에게만 주어졌다. 준호는 그중 5학년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솔직히 ‘이 대회에 꼭 도전해보자’고 생각하며 준비했던 건 아니었어요. 때마침 녹색일기 쓰기 대회가 열리니까 학생들 모두 참여해보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일기를 늘 써왔기 때문에 주제만 환경·자원 보호로 정하면 크게 힘들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사실 준호에겐 독서와 일기쓰기 외에 오래된 습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절약하는 습관이다. 준호의 어머니 임진빈(40세) 씨는 “준호는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른들의 검소함을 자연스레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준호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선 늘 버릴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오셨어요. 망가진 것도 아주 새것처럼 고쳐서 쓰셨죠. 준호가 말을 하고 걸어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셨어요. 그걸 보고 자라온 준호는 자연스럽게 절약이 몸에 밴 것이죠.”
준호는 “부모님께서도 절약이 곧 환경보호의 지름길이란 사실을 알려주셨다.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하루에 한번 '녹색일기' 쓰기 동참 어때요?”
준호의 녹색 일기는 42일에 걸쳐 완성됐다. 대회에서 요구했던 일기의 분량은 한 달 정도. 준호는 사소한 것이라도 절약했을 땐 하루에 두세 차례씩 일기를 쓰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습관이 일기의 소재가 됐어요. 예를 들면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를 뽑으면 전기를 아낄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하루의 일기를 채운 거죠.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엔 내복을 입기도 하잖아요? 내복을 입으면 몸이 훨씬 따뜻해지고 보일러 온도도 낮출 수 있어 자원을 아낄 수 있다는 내용도 적었죠. 책을 찾거나 인터넷을 살펴보며 이러한 작은 습관들이 환경이나 자원 보호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도 적었어요. 일기를 쓰면서 새로운 걸 알게 되니 기분이 좋았죠.” (웃음)
준호는 마지막 42번째 녹색 일기를 쓰면서 느낀 게 있다고 했다. “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다시 읽어봤어요. 실생활에서 환경이나 자원보호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쌓여 어느새 42가지나 됐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전 세계 어린이들이 하루에 한번 씩 녹색일기 쓰기에 동참했으면 하는 거였죠. 수 억명의 어린이들이 함께하면 자연스레 환경보호가 되지 않을까요?”
세 가지 습관은 준호에게 대상을 안겨다 준 것만이 아니다. 꿈도 만들어줬다. “제겐 꿈이 있어요. 멋진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죠. 어렸을 적엔 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자동차에 관한 책을 많이 읽게 됐어요. 물론 느낀 점은 곧바로 일기에 적었죠. 일기를 통해 꿈이 더 단단해졌어요. 절약하는 습관은 제 꿈을 잘 다듬어준 것 같아요. 몇십년 후엔 석유가 바닥난다고 하잖아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선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 가지 습관이 제 꿈을 만들어 준 셈이죠.”
준호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소년조선일보를 보는 또래 친구들에게 한마디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어렸을 적부터 몸에 밴 습관은 웬만해선 버리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다행히 좋은 습관이 몸에 배서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소년조선일보 독자 여러분도 좋은 습관을 가져보세요. 저처럼 뜻하지 않은 행운이 꼭 생길 거예요!”
[사소한 것부터 출발하는 준호의 환경 보호 실천 습관]
1. 몽당연필은 닳기 전까지 충분히 쓸 수 있어요!
-손에 쥐기 힘들 정도로 연필이 짧아졌다면 볼펜 대에 끼워보세요. 한두 달은 너끈히 더 쓸 수 있어요!
2. 망가진 장난감을 새로운 장난감으로!
-장난감이 망가지거나 금방 싫증이 났다면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세요. 접착제만 있으면 망가진 장난감을 아주 새로운 장난감으로 바꿀 수 있답니다. 주제는 없어요. 마음대로 붙여보세요!
3. 교실 바닥을 잘 둘러보세요!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난 후 교실 바닥을 잘 둘러보세요. 분명히 새것 같은 문구용품이 나뒹굴고 있을 거예요. 물건의 소중함을 안다면 얼른 주워서 다시 써야겠죠?
☞그린크로스
1993년 지구환경과 인류 생존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 환경 단체다. 유엔(UN)과 유네스코(UNESCO)의 환경 자문 기구이기도 하다. 설립자는 소련(현 러시아)의 초대 대통령인 미하일 고르바초프(81세). 현재 전 세계 31개 국가가 가입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29번째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