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1일차 / 멜 조림과 별빛공원
글/김덕길
“아버지! 우리 가족 여행한번 가죠?”
“아들아! 어디 가고 싶은데?”
“울릉도도 좋고요, 제주도도 좋아요.”
대학생인 아들이 가족여행을 같이 가자고 조릅니다. 그것도 아버지와 너무 대화가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럼 한라산 영실코스를 오르자꾸나.”
“예, 아버지.”
그렇게 우리 가족 세 명은 아이젠 3개를 준비해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제주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습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렌터카회사에 도착해서 차를 대여받아 숙소를 향합니다. 일몰을 보러 오름을 오를까 했습니다만, 날도 흐렸고 근처에 가까운 오름도 없었기에 포기합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습니다. 침대는 더블과 싱글 두 개가 있고 간단한 취사도구도 있어서 지내는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우리는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러 갑니다.
예전 같으면 불야성을 이루는 조명과 화려한 간판이 유혹하는 관광지 식당을 찾을 텐데 이미 우리의 여행은 그 수준을 넘었습니다. 철저히 현지인들이 가는 서민 식당을 고집합니다.
가브리살과 멜 조림이 유명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연동에 있는 허름한 식당으로 향합니다. 식당은 골목에 있는데 자리가 없어서 번호표를 받습니다. 30여분을 기다리고서야 우리차례가 됩니다.
가브리살을 구워 멜 조림에 찍어 먹습니다. 멜 조림이 뭔지 궁금해 검색해 보니 멸치젖갈을 조린 쌈장 같은 것이라네요. 멜조림의 국물은 입안에 퍼지며 식욕을 돋굽니다. 이어서 잘 조려진 왕멸치가 씹히는데 세상에 이렇게 맛이 있을 줄이야.....
“와! 이런 맛은 처음이야.”
모두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고기보다 멜 조림의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는 현지인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끼며 나는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단 한 가지 단점이라면 식사를 마친 후에도 계속 입안에 멜 조림의 비릿한 맛이 가시지 않아서 그게 흠이었습니다.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마셔도 쉬이 비린 맛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밤에 가볼만한 곳을 검색해 우리는 별빛공원으로 향합니다.
별을 관측하는 아이들의 공원인데 날이 흐려 천문관측은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4d영화를 보며 잠시 우주여행도 하고 거대한 돔 스크린 아래에 모두 누워서 별자리 공부도 합니다.
누워서 관람하는 곳은 처음이라 신기합니다.
숙소는 작은 펜션인데 가격이 저렴해서 빈방은 없습니다. 창 너머로 거대한 나무와 숲이 온통 거실로 들어올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란 책을 가져왔는데 벌써 읽다가 졸립니다.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날씨가 좋으면 한라산에 오를 예정인데 일어나 보고 결정해야겠습니다. 제주의 첫날밤이 깊어갑니다.
-계속-
헤리티지 펜션앞에 있는 낡은 종
별빛누리 공원 주차장과 제주 야경
고기는 오겹살보다 가브리살이 훨씬 맛이있었습니다.
멜조림을 집에 가면 해 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는데 잘 할 수 있을지.....
숙소에서 바라본 창 밖 풍경입니다. 정원을 우리집 마당에 들여놓은 듯 보여서 좋습니다.
드디어 출발합니다. 이스타여객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