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 동전의 비애
청아서이선
육십 년대 태어난 구리 빛 동전
어린 맘 불심으로 다독일까
다보탑 아로새겨 고사리손에 쥐어졌네
동네 점방 코흘리개 아이들 줄을 서면
싸아한 박하사탕 입안에 사르르 녹고
볼우물 불룩대며 풍선껌 씹는 입 배시시 웃는다.
뙤약볕 가르며 질주하며 외치는 소리
"아이스캐키 한 개 십 원!"
동네 꼬마 주머니에 달랑대던 십원짜리 동전
안절부절 주저하다 땀에 젖어 달아난다
차갑고 달콤한 맛 입안에 가득고여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 사라지면
빈 주머니 더듬는 손 허전하여 눈망울만 커진다.
세월이 강을 돌아 또 강을 건너
동네점방 사라지고 대형마트 늘어서자
노란동전 추락하여 홀로 우두커니 외롭네
고사리손도 외면하니 갈 곳 몰라 헤메다
대형마트 금고에서 눈치보며 기웃기웃
운 좋은 날 하얀 영수증과 나란히
댕그랑 소리내며 지갑속에 안길 때
무심한 손길 차가워 빙그르르 돌아누워 서럽다
어둡고 숨막히는 지갑에서 쫓겨나
여기저기 구르다 침대밑에서 여러 밤 보내고
까마득히 잊혀진 채 서랍에서 몇 달을 지내다
대청소하는 날 빨간 돼지 속에 감금당했다.
하루 이틀 수개월이 지나며 늘어난 친구들
알뜰한 아줌마 손에 이글려 은행으로 왔네
행여 쓰임새 있을까, 어쩌면 외출 한번 할까
일용직 근로자처럼 연신 고개 기웃거린다.
내동댕이쳐진 다보탑의 울음이 이제는 사라질까
불국사 마당 마주보던 석가탑이 손짓하며 웃어줄까
출처: 금목문학 원문보기 글쓴이: 청아 서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