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난 자리엔 항상 그리움과 슬픔이 남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슬픔이 조금은 무덤덤해질 즈음, 그 자리엔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 추억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고인과 함께했던 추억의 시간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그 끝자락엔 ‘그래서, 잘 살고 있지? 거기선 행복해?’
라는 마음에 다다르게 된다. 그래서 또 다시 고인과의 추억여행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래서, 거긴 좋아? 잘 살고 있지? 거기선 행복하지?’ 라는 마음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저승에서라도 이승에서 못 다한 행복을 누리라는 마음, 그 마음이 적어도 이승에 남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고인에 대한 사랑, 애도는 아닐까?
요즘은 장례 때 국화를 많이 헌화하지만, 과거에는 장례식 때 모란병풍을 많이 둘렀다. 조선시대 삶과 죽음의 중요한 장면에 모란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풍요로움을 누리고 귀한 대접을 받으며 산다는 부위영화의 뜻을 담고 있는 모란은 망자가 저승에서도 부귀영화를 누리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 < “기억할게. 그리고… ” > 는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담겨있는 전시다.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 주는 꼭두들과 함께 모란꽃이 가득 핀 꽃밭에서의 모습을 상상하며 고인의 행복을 기원하다. 모란꽃의 의미처럼 저승에서라도 풍요로움과 귀한대접을 누리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꼭 고인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고인과의 추억을 더듬으며 그동안 못했던 마음의 말들을 한자 한자 꾹꾹 써 내려간 편지와 함께 오늘도 고인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