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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 花
시(詩) 감상
어떤 꽃의 낙화에는 만행을 떠나는 수행자의 뒷모습이 있다. 미련 없이 돌아서기 때문에 낙화에는 구차함도 요사스러움도 없다.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이별은 등 뒤를 허전하게 만들고, 며칠 눈물을 돌게 할 것이다. 그러나 제때에 떠나감은 말끔하고 쾌적하다. 비로소 어느 아침에는 꽃이 '하롱하롱' 지고, 꽃의 시간을 구구절절 기억하며 열매가 맺히고,… 우리의 몸과 마음도 이 큰 운행을 벗어나기 어렵다. 시시각각 바뀐다. 그래서 이런 것에는 견실성이 없다. 견실성이 없으므로 집착할 것이 못 된다. 불교에서는 "온갖 사물은 다 없어질 것이어서 공중의 번개 같고, 굽지 않은 질그릇, 빌린 물건, 썩은 풀로 엮은 울타리, 모래로 된 기슭과 같다"고 했다. 4. 이형기(1933~2005) 시인의 초기 시에 속하는 이 시는 집착 없음과 아름다운 물러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형기 시인은 1950년 시 〈비오는 날〉을 잡지 《문예》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그때 그의 나이 17세. 최연소 등단기록이었다. 5. "시(詩)란 본질적으로 구축해 놓은 가치를 허무화시키는 작업이야. 시에 절대적 가치란 없어. 자꾸 다른 곳으로 가는 팔자를 타고난 놈들이 시인이야. 그 무엇이건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려는 정신의 자유 말이야." 6. 그는 시 창작뿐만 아니라 소설, 평론, 시론, 수필 등에 이르기까지 열정적인 창작활동을 펼쳤다. 초기에는 자연 서정을 선보였으나 현대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악마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시 세계로 나아갔다. 그는 한국시사에서 사라짐에 대한 존재론적 미학을 선보였다.
가물가물 한 가닥/ 누군가 혼자 가고 있다/ 아 소실점!/ 어느새 길도 그도 없다/ 없는 그 저쪽은 낭떠러지/ 신의 함정/ 그리고 더 이상은 아무도 모르는/ 길이 나 있다 빈 들판에/ 그래도 또 누군가 가고 있다/ 역시 혼자다."(〈길〉) 그러나 고통스런 병석에 있으면서도 그는 아내의 대필로 시를 계속 창작했다. 그는 슬픔에 휩싸인 사람들을 위로하며 이렇게 아포리즘을 남겼다. 9. "슬퍼할 수밖에 없는 일이 이 세상에는 적지 않다. 그때는 슬퍼해 봐도 물론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슬퍼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슬픔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슬픔은 가장 순수하고 따라서 값지다." <글:문태준>
이형기 시인 (李炯基·1933~2005) 진주 출신으로 1950년 ‘문예’지로 등단했다. 그는 사라짐에 대한 존재론적·사회학적 미학의 정점을 보여준 시인이었다. 초기에는 삶을 자연에 순응하는 서정시를 쓰고, 후기에는 허무주의를 바탕으로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시를 발표했다.
그는 평론가로도 활동했으며 부산의 국제신문 편집국장, 동국대 국문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1974년 ‘월간문학’ 주간을 지냈고 1994년부터 2년 동안 한국시인협회장으로 활동했다. 시집 ‘적막강산’ ‘심야의 일기예보’ ‘절벽’, 비평집 ‘감성의 논리’ ‘한국 문학의 반생’ 등을 남겼다. 한국문학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 서울시 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낙화(조지훈)와 낙화(이형기)의 작품 설명[낙화를 바라보는 화자의 애상감] 낙화(조지훈)와 낙화(이형기)의 핵심 정리낙화(조지훈)와 낙화(이형기)의 이해와 감상이 시는 세상을 피해 은둔하며 살아가는 화자가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시는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순환을 인간의 ‘사랑’과 ‘이별’이라는 삶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이다. 이 시의 화자는 꽃이 지는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사랑이 끝났을 때 미련 없이 떠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꽃이 진다는 것은 상실이나 허무가 아니라 더 큰 성숙이나 만남을 위한 과정을 의미한다. 꽃이 져야만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사람도 이별을 겪고 나서 정신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라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압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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