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의 가치사전
우리는 개인의 자질과 환경 그리고 살아오며 겪은 경험등을 통하여 세상사에 가치를 부여한다.
무엇이 되었던 그 기준과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수 밖에 없지만 인간이라는 보편적 정서에
기인한 상식적 판단을 종합한 것을 백과사전이라고 부를수 있겠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이라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 현실에 평균치를 말하는 것이지 옳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다수의 판단이 옳을거라는 착각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바둑 5급이 10명 있어도 1급바둑 하나를 못이기는 것과 같다.
내 경험칙상에도 소수가 더 옳은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리고 세상은 다수를 빗댄 소수가 움직이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백과사전식의 정리를 넘어서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 쾌락, 즐거움의 본질에 대해 심도 있는
관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책이 바로 '즐거움의 가치사전'이다.
지은이는 박민영이란 사람이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무명소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명도가 높은 유명대인도 아닌거 같다.
반짝인다고 다 금은 아니듯이 유명세를 타지 않아도 읽을 만한 책들이 있다.
굳이 꼽는다면 이 책이 그렇다.
저자의 약력은 대단(?)것은 없지만 일년에 100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독서가 좋다거나 또는 나쁘다고 말할순 없다.
편식처럼 편독도 불균형으로 인한 해로움이 크다.
편식은 몸의 불균형을 가져오지만 편독은 정신의 불균형을 이룬다.
편식의 해는 자신에 국한되는 수가 많지만 편독으로 인한 정신의 병은 주위에 악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독서를 많이 하다보면 구라빨도 논리성을 갖추기 마련이므로 공부가 낮은 사람은 쉽게 말려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편독이 더 무섭다. 자신뿐만 아니라 관계하는 남도 망치기 때문이다.
공부란 사색인 수반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공부라고 할수 없다.
여기서 공부는 지식이 아니고 '지혜'를 뜻한다.
책을 많이 읽는 다고 지혜로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기가 될수는 있다.
이 '즐거움의 가치사전'은 지은이가 다양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면서 살아왔음을 느끼게 한다.
수 많은 인용과 다양한 예문들은 적어도 내가 읽기엔 편독의 위험한 증세는 느낄수 없었다.
이 책은 지은이가 썼다지만 읽어보면 한가지 주제에 대해 수 많은 명사들의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와 일화, 예문들이 씨줄 낱줄로 짜여 하나 하나의 단원을 이룬다.
쉽게 표현하자면 잘 만든 짜집기이다.
짜집기라고 해서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이정도 압축해서 짜집기를 하려면 그만한 독서량과 식견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베끼는 것은 나열에 불과하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느꼈던 것들을 좀더 명확히 해주고 어떤 것들은 고정관념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것을 꺼내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이 책엔 철학적 사유들은 그리 녹아 있지 않다.
삶의 본질을 꿰뚤는 그런 종류의 책은 아니다.
그래서 가치를 규명하는 데도 에고의 속성에 기반한 통찰로 가득 차 있다.
몸과 마음이 나라고 생각하면서 지적허기를 느끼는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이다.
그러므로 한계를 뛰어넘는 그런 책은 아니다.
그럼 이책을 권해준 친구의 말로 추천글을 맺기로 하자.
읽어보니 나도 이친구의 평에 동의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 친구 역시 1년에 100권정도는 사서 보는 친구다.
"독서를 한다는것은 어떤이에게는 생활의 일부이다.
책읽기가 무조건 좋을거라는 것은 상식이 주는 착각에 다름아니고,
TV를 보듯 스포츠를 즐기듯 선악을 떠난 개인의 취향에 따른 선택일 뿐이다.
이 책엔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주제이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심도 있게 풀어 놓았다.
이 정도의 통찰력을 갖는다는 것은 저자가 많은 책을 고루 섭렵한 독서의 힘 덕분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저자의 철학적 사색에 대해선 기대할 만한 것은 없었다.
대부분의 책이 그렇듯이 정답만 씌여 있는 책은 별로 없다.
정답은 자신이 찾아야 하고 책은 그런 계기를 마련해 줄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옥석을 가릴만한 능력이 없다하더라도 여타의 책에 비추어 볼때
'즐거움의 가치사전'은 모처럼 지적 허영을 제대로 채워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