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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성 다블뤼 주교 마지막 회유문(廻諭文) 발굴" | |
"주님 훈계와 교리 충실히 따르시오." 제5대 조선대목구장 성 다블뤼 주교 마지막 회유문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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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업교회사연구소 관장 이승용(왼쪽) 신부가 연구소장 차기진 박사와 함께 「성 다블뤼 주교 마지막 회유문」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 제5대 조선대목구장 마리 니콜라스 앙트완느 다블뤼(1818~66, 한국이름 안돈이) 주교가 1866년 3월 11일 홍주 거더리(현 충남 당진군 합덕읍 신리 도촌)에서 체포된 직후 작성한 마지막 회유문(廻諭文)이 최근 발굴됐다. 이 회유문은 지난 3월 이범수(청주교구 봉명동본당 주임) 신부가 교구 양업교회사연구소(관장 이승용 신부)에 기증한 한국천주교회 관련 고서 중 「필사본 잡철(雜綴)」에 포함돼 있던 문서로, 3일 양업교회사연구소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에 공개됐다. 회유문은 순교를 앞둔 성직자가 신자들에게 주님 훈계와 교리를 충실히 따를 것을 부탁하면서 석별의 정을 나누고자 작성한 서한을 말한다. 순교한 성직자가 신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회유문이 발굴되기는 김대건 신부의 1846년 8월 29일자 조선 교우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이어 두번째다. 이 회유문은 한지 3쪽 분량에 해당하는 간략한 한글 필사본으로 다블뤼 주교가 신자들에게 주님 훈계를 지성으로 따르고 행하며 예수의 참제자가 되도록 가르침을 주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 회유문은 제목이 없고 마지막 부분에 '부주교가 쓰다[副主敎 書]'라는 결구만 붙어 있다. 당시 다블뤼 주교는 4대 조선대목구장 베르뇌 주교가 1866년 3월 7일 순교함에 따라 승계권이 있는 부교구장 주교로서 조선대목구장직을 승계한 상태였기에 '주교'로서 회유문을 작성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신자들에게 익숙해진 '부주교'라는 직책을 그대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유문은 다블뤼 주교가 체포된 그해 3월 11일부터 홍주로 압송되는 3월 13일 사이 이틀간 감금돼 있던 손치호(니콜라오) 회장 집에서 급히 작성돼 비밀리에 신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블뤼 주교가 손 회장 집에 갇혀 있었던 이유는 관에서 위앵 신부와 오메트르 신부가 자수하기를 기다려 이들을 체포한 뒤 서울로 압송하기 위해서였다. 다블뤼 주교 일행은 그해 3월 19일 서울로 압송돼 군문효수형 판결을 받고 다시 갈매못으로 압송돼 열하루 만인 3월 30일 치명한다. 이에 앞서 황석두(루카) 회장은 다블뤼 주교 체포 소식을 듣자마자 거더리로 가서 자원해 체포됐고, 다블뤼 주교와 삶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이 회유문을 발굴한 차기진(루카) 양업교회사연구소 연구소장은 "이 회유문을 다블뤼 주교가 직접 작성했는지, 아니면 다블뤼 주교가 구술한 것을 황석두 회장이나 손 회장이 받아 적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현재 확인된 회유문은 원문이 아니라 원문을 필사한 전사본(轉寫本)으로 추정되며 그 내용이 간략한 이유는 포졸들이 감시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sebastiano@pbc.co.kr ▶회유문 전문 (양업교회사연구소에서 현대어로 번역) 극히 사랑하는 제형들아! 내 떠날 때, 내 주님의 훈계를 좋은 마음으로 받아 지성으로 따라서 행하여라. 떠나도 너희를 자주 생각하여 그리워하고, 너희를 위하여 항상 기구하고, 너희 영혼의 신익(神益)을 항상 돌아볼 것이요, 멀리서라도 통공하는 은혜로 너희 가운데 있음과 같으니, 나를 생각하여 너희 본분을 열정으로 지켜라. 환난 이후에는 잊기 쉬우니, 어려운 가운데 너무 겁내고 낙심하지 말며, 부디 사람의 힘으로 구해주기를 생각하지 말고 오직 주님의 도우심만 바라고 구하며, 너희들이 주님을 위하여 당한 것을 주님께서 알고 계시니 당신 인자하심만 믿고 기다려라. 예로부터 환난이 성교를 널리 펴는 법이다. 또한 주 예수께서 여러 가지 말씀으로 미리 가르쳐 주셨으니, 그 말씀을 생각하면 어찌 지나치게 염려하겠느냐? 또 성 베드로 말씀에 "예수의 이름을 위하여 욕을 당하는 사람은 진복자(眞福者)다"라고 하셨으니, 너희 모두는 마음을 일으켜 감심(甘心)으로 참아 받아 흩어지지 말고, 사언(思言) 행위에서 애주애인(愛主愛人)하는 진실한 덕을 드러내고, 해롭게 하는 사람도 모두 사랑하여 그 회두함을 천주께 구하고, 국왕과 관장에게 원망을 품지 말고, 도리어 받들어 섬길지니 이렇게 하면 예수의 참제자가 될 것이다. 이 몇 가지 훈계를 착실히 지킬 것으로 바라며 너희 모든 이에게 강복하노라. 부주교가 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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